[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이하 방송작가지부)는 '방송계 갑질' 문제 해소에 대한 KBS와 차기 사장의 역할을 촉구했다.

방송작가지부는 양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예정된 30일 성명을 내어 "방송계 약자에 대한 갑질 적폐 청산에 KBS가 앞장서야"한다고 강조했다. 방송작가지부는 ▲'방송작가 표준계약서'정착 ▲'상품권 페이'실상조사 및 불투명한 협찬 관행 철폐 ▲지역방송작가들에 대한 처우개선 ▲방송작가 노동자성 인정을 통한 4대보험 적용 ▲성폭력 등 방송계 약자에 대한 인권침해 대책 등을 촉구했다.

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가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방송작가지부는 우선 '방송작가 표준계약서' 정착을 촉구했다. 지난해 12월 5개 정부부처는 합동으로 '방송프로그램 외주제작시장 불공정관행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후속대책으로 '방송작가집필 표준계약서'를 제정했다. 그러나 최근 SBS'뉴스토리' 작가 해고사태에서 볼 수 있듯 '계약기간'등 표준계약서의 핵심 내용들이 방송사의 재량에 따라 변경되고 있다.

방송작가지부는 "현재로서는 '방송작가집필 표준계약서'가 불안정한 고용환경에 놓은 방송작가들에 대한 보호막이 되지 않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실효성 있는 표준계약서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KBS에서부터 원칙을 확립해 표준계약서를 현장에 정착시켜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방송작가지부는 '계약서'와 관련해 지역방송작가들의 계약실태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방송작가유니온이 발표한 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지역방송작가들 중 66.7%는 월 200만원 이하의 급여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 '원고료를 인상한 적이 없다'고 답한 작가들은 43%,'기획료를 받은 적이 없다'고 답한 작가들은 73.3%로 나타나 열악한 지역방송작가의 노동환경 실태를 엿볼 수 있다.

방송작가지부는 "지역방송작가의 열악한 노동인권은 아무런 근거 없는 근로계약서에서부터 비롯된다"며 "서면계약은 4.7% 에 불과했고, 구두계약 형태가 59.2%, 아무것도 듣지 못한 채 일을 시작하는 경우도 36.1%나 되었다. 필요하면 갖다 쓰는 소모품처럼 취급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설문에 응한 작가 중 지역KBS 근무자가 40%였다. KBS는 본사 차원에서 얼마든지 지역방송작가들의 처우를 즉각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며 "새사장은 열악한 지역방송작가들의 노동인권 개선에 앞장서 다른지역방송 전체를 견인하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방송작가지부는 '상품권 페이'에 대한 진상규명도 촉구했다. 방송작기지부는 "올 초 SBS가 작가 등에 대한 임금을 상품권으로 지급한 사실이 드러나 방송계에 거센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며 "KBS 또한 '상품권 페이'관행에서 자유롭지 않다. KBS 새사장은 '상품권페이'실상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탈법적 관행을 뿌리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BS는 작가 채용 공고에서 페이를 상품권으로 지급한다는 내용을 명시해 비판을 받았다. 최근에는 회사와 '상품권페이'를 지급한 PD가 상품권페이 실상을 보도한 언론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방송작가지부는 이 외에도 방송작가에 대한 4대보험 적용과 성폭력 등 방송계 약자에 대한 인권침해에 단호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KBS에 주문했다.

방송작가지부는 "우리는 양승동 후보가 새 사장이 된다면 KBS에 켜켜이 쌓인 적폐를 청산하고 KBS를 국민의 방송으로 다시 일으켜 세우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리라는 것을 의심치 않는다"며 "그러자면 방송계 약자들과의 상생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시대적 과제다. 양 후보가 부디 우리의 제안에 귀 기울이고 함께 힘을 모아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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