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경찰 단체, 시민단체들이 경찰을 '미친 개', '사냥개' 등으로 매도한 자유한국당에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미친 개 발언의 당사자인 장제원 의원이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이들은 자유한국당이 큰 물의를 일으킨 만큼 홍준표 대표가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와 장제원 수석대변인. (연합뉴스)

최근 울산시청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정치수사'라며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17일 홍준표 대표는 "검찰만 정권의 사냥개 노릇을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경찰도 이제 발벗고 나선 것을 보니 검·경 개혁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 나가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면서 "선거를 앞둔 울산시장을 음해하려는 경찰의 이번 작태는 선거 사냥개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 22일 장제원 수석대변인의 발언은 경찰들의 분노에 불을 붙였다. 장 수석대변인은 "정권의 사냥개가 광견병까지 걸려 정권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닥치는 대로 물어뜯기 시작했다"면서 "미친 개는 몽둥이가 약"이라고 맹비난했다.

장제원 의원의 발언 이후 경찰 내부 인터넷망에 "사냥개나 미친개가 아닙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경찰관입니다"라는 피켓을 든 '인증샷'이 쇄도했다. 전국경찰 온라인 모임 폴네티앙의 회장 유근창 경남경찰청 경위가 장 의원의 사과를 요구하며 장 의원 지역사무실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반발이 거세지자 장제원 의원은 "논평이 많이 거칠었다. 마음을 다친 일선 경찰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논평은 경찰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게 아니라 울산경찰청장을 비롯한 일부 정치경찰을 명시한 것"이라면서 "권력을 추종하는 정치경찰은 반드시 추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28일 오전 국회 앞에서 경찰 비하에 대해 자유한국당의 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무궁화클럽 제공)

그러나 경찰들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28일 국회 정문 앞에서 무궁화클럽, 경찰개혁민주시민연대, 민주경우회 등 경찰 단체와 정의연대, 서울의소리, 개혁연대 민생행동, 고양·파주 흥사단, 단재 신채호 기념사업회 등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을 매도한 자유한국당을 규탄했다.

이들은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의 말은 원칙적으로 옳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경찰은 정권의 미친 개 노릇을 했다"면서 "심지어 퇴직경찰도 미친 개 노릇을 했다. 경우회는 관제데모에 참여했고, 경우회 회장 구재태는 경우회 돈 20억 원을 관제데모에 사용해 구속됐다"고 전했다.

시민단체들은 "촛불혁명으로 경찰도 내부 반성을 하고 새로 거듭나려 한다"면서 "그런데 경찰을 미친 개로 부린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후예인 자유한국당이 법적 절차에 따라 검찰, 법원을 거쳐 발부 받은 압수수색영장에 따른 법 집행을 거부하면서 적법한 법 집행을 하는 경찰을 미친 개로 비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집행을 정치보복이라고 하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들은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국가와 국민의 봉사자로서 국민의 안전을 위해 밤낮없이 현장을 뛰어다니며 성실히 임무를 수행하는 전국 경찰에게 사과하고, 또한 진심으로 국민 앞에 사죄하고 즉각 대변인 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28일 무궁화클럽이 자유한국당에 경찰에 대한 사과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사진=무궁화클럽 제공)

기자회견 후 이들은 자유한국당 당사를 찾아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전달했다. 무궁화클럽 회원 일동 명의로 전달된 진정서에는 "범죄혐의를 밝히기 위한 수사가 야당 탄압이라고 한다면, 특권계층에 대해서는 국민이 부여한 수사 의무를 저버리라는 것이냐"면서 "이러한 사실을 지금이라도 깨우치고 홍준표 대표, 장제원 수석대변인, 정호성 수석부대변인, 그리고 소속 국회의원들은 공개사과하기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무궁화클럽 고문변호를 맡고 있는 이민석 법률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장제원 수석대변인이 사과하기는 했지만 태도에 반성하는 빛이 없다"면서 "자유한국당이 진정한 반성을 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사무총장은 "진정으로 사과할 마음이 있다면 당의 공식 입장인 만큼 홍준표 대표가 직접 경찰에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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