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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중재 제안이 아닌 책임을 물을 때다[전규찬 칼럼]
전규찬 /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승인 2018.03.27 08:19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YTN사태’의 직접 중재에 나선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노사의 대화와 ‘자율적 해결’이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 개입장치가 부족한 ‘규제기관의 장’이지만 더 이상 상황을 방기할 수 없어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엄정한 중재자’ 역할의 공식천명. 궁금하다. 왜 하필 ‘중재’인가? 어떤 ‘합의’를 생각하는 건가? 누구를 위해? 

고삼석, 표철수 두 상임위원이 뜻을 보탰다. 표 위원은 ‘정상화’를 위한 방통위의 특별한 관심을 강조했다. 고 위원은, 보다 구체적으로,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YTN 이사회가 정상화의 방안을 마련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마찬가지로 물어본다. 이사회가 무슨 역할을 해야 YTN 정상화가 가능한가? 구체적인 그림이 있나?

대화가 필요한 때, 중재가 적합한 사안이 있다. 그런데 지금 YTN의 사정이 국가기관의 ‘중재’의 개입을 필요로 하나? 오히려 공권력으로서 책임을 물을 때가 아닌가? 책임의 요구, 합의의 촉구는 전혀 다른 판단에서 출발한다. 목표도 차이가 난다. 방통위원장은 지금이 화해와 합의의 시점이라지만, 나는 제대로 책임을 묻지 않은 방통위의 무책임을 우선 시비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왜 사태를 이 지경에 이르게 한, 노조와의 합의를 깨 결국은 파탄에 이르게 한 최남수 사장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가? 자격에 관해 말하지 못하는가? 사태의 책임을 정확하게 물으면, 이런 갑갑한 지경이 아닌 해결의 수가 나온다. 그렇게 답을 찾고 정리에 나서는 게 촛불혁명 이후 방통위와 위원장에게 위탁된 정의의 책무가 아닌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사진=연합뉴스)

YTN 파업사태가 두 달이 다 되어가도록 방기한 방통위다. 오늘도 바닥에 주저앉아 있을 저들이 눈에 밟힌다. 잠시 그들 곁을 떠나오며, 나는 작년 <미디어스>에 이렇게 썼다. 내 진심을 이해하기에 역부족인 일부 독자들로부터는 오해를 받고 욕도 먹었지만,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생각이 같다. 노종면, 더 이상 나서지 마라 그 일부를 다시 옮겨본다.

   노종면…아래로부터 YTN 재건의 새로운 주춧돌이 되고, 뒤로 빠져 YTN 재활의 버팀목이 되라. 무슨 말인 줄 알겠는가? YTN의 생명 부활은 새로 올 상위의 사장, 경영진들이 할 게 전혀 아니다. 시청자들이 할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방의 노조집행부에게 맡길 건가? 결국은, 당신들이 해직된 동안 YTN에 남은, 그래서 그대들은 물론이고 시민·시청자에게, 한국사회에 대해, 그리고 무엇보다 YTN에 큰 빚이 있는, 바로 당신들의 동료, 후배들의 책임이다. 그들이 이제 수동과 무력, 관망과 방기의 체질을 접고, YTN의 중창작업에 일떠서야 하는 게 맞다.…새로운 선봉, 참신한 선봉 역은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저널리즘의 기회를 악덕한 낙하산 권력과 무능한 자기검열 기간 동안 통째 빼앗겨버렸던 보다 젊은 후배들에게 맡기면 된다.

반성에 나서고 각오를 다진 구성원들이 책임지고 다시 만들어내야 한다. 모두가 뭐가 되건 제 자리에서 맡겨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그들과 쇄신 노력을 함께할, 경영능력 따위보다는 촛불 이후 변화의 시대에 어울리는 생각 있는 사장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되어야 한다. 실제로 그렇게 MBC, KBS에서는 변화가 진행 중이다.   

그런 희망, 상식의 기대가 YTN에서만 와르르 무너졌다. 노종면이 후보로 나섰는데, YTN사장추천위원회가 그를 서류심사과정에서 떨어뜨려버린다. 노종면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기득권 세력이 시대에 반역해 모의한 데 분개했다. 애당초 부정하게 구성된 사추위였다. 시청자 대표도 주권자로서 포함하는 사추위 재구성 요구는 간단하게 묵살되었다.

결국 세 명이 이사회에 최종후보자로 추천될 것인데, 나는 그 세 명의 면면을 다시 들여다본다. 그중 한 명은 탈락 후 일간지 사장 모집에 다시 나선다. 그리고는 최종 후보에 떡하니 이름을 올린다. 해당 노조와 사주조합으로부터는 ‘청와대 낙하산 후보’라는 오명을 듣게 될 것이다.

다른 또 한 명. 그는 반대에 나선 YTN 노조에 몇 가지 합의 약속을 내놓으며 가까스로 사장에 내정된다. 그런데 사장이 되고나서 그는 그런 약속 같은 건 없었다며 말을 싹 바꿀 것이다. 분노한 YTN 구성원들이 파업으로 비판하고 나선다. 그러자 그는 자신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임된 사장이라며 이곳저곳에 ‘합의’를 제인하고 ‘중재’를 요청하며 다닐 것이다.

그의 사생활을 추가로 폭로하고 언행을 계속 시비하는 게 무슨 소용 있겠는가? 판단은 이미 끝났으며, 나는 그간 몇 차례 글을 통해 그의 사장자격을 거부한 바 있다. 경영능력 따위는 집어치우라 했다. 윤리와 철학 그리고 의식의 조건에서 그는 미달이다. 촛불혁명이 명령한 YTN 저널리즘 복구, 미디어공공성 회복, 미디어생태계 복원의 책무에 맞지 않다.

지난달 2일 최남수 YTN사장이 사장실 앞에서 총파업중인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조합원들과 대치하고 있는 모습.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자격 없는 사장,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데도 사장이 되어 절차적 합법성만 강변하는 사장, YTN을 제대로 만들어 보겠다는 식구들을 비웃으며 계속해 차가운 바닥으로 내쫓는 사장, YTN의 진정한 정상화를 가로막는 사장, 드러난 언행으로 YTN을 지켜보는 시민들을 기막히게 한 사장. 자리에서 내려오는 게 맞다. 해임이 정답. 오직 그 해법만 남는다.

외부 ‘중재’가 어떻게 사태를 꼬이게 만들었고 파국을 초래했는지 굳이 부연하고 싶지 않다. YTN 이사회도 이미 나섰다. 해임안은 상정조차 않으면서, “노사는 파업 및 방송 파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를 즉각 시작해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사 합의안을 도출하도록 성실히 노력한다”는 허언만 늘어놓지 않았던가? 최 사장이 원하던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이런 상태에서, 방송통신위원장이 직접 나섰다. 노사 ‘양측’의 ‘의견’을 듣고 ‘합의’를 얻어내도록 노력하겠단다. 지루한 대치 국면, 마땅한 출구전략이 부재한 상황에서, 드디어 권위 있는 외부국가기관이 중재에 나섰으니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인가? 그렇기는커녕, 갸우뚱 의문만 늘고 불만만 깊어진다. 과연 이게 침묵 끝에 내놓은 최선의 카드, 최적의 안인가? 

‘합의’가 초래한 파경을 두고, 왜 또 ‘중재’인가? 대체 무엇을 위한 어떤 ‘합의’를 구상 중이며, 그 그림은 가능하고 또 정의로운가? ‘대화’와 ‘타협’이 반드시 답은 아니다. 그것은 때로는 정의를 가로막고 정리에 방해될 수도 있다. 촛불들은 부정한 국가권력과의 타협을 단호히 거부했다. 불의의 정권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었고, 대통령을 자리에서 내쫒았다.

촛불의 부름을 받은 당신들은 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우선 묻지 않나? 왜 사장의 자격부족에 침묵하나? 그러면서 노사합의, 중재를 말하는가? 먼저 진상조사에 나서고 당장 사장에게 책임을 물어라. 그리고 나서, 학계와 시청자, 시민사회와 함께 사회적 합의 테이블을 구성하라. 그게 격에 맞는 방통위 개입의 꼴이다. 방통위원장의 엄정한 책임의식을 요구한다.

전규찬 /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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