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매니저’라는 블루오션 발견! <전지적 참견 시점> (3월 17일 방송)

이미 관찰예능의 수명은 끝난 줄 알았다. 싱글부터 부부, 육아, 반려견까지 관찰할 수 있는 대상은 모두 방송 소재로 쓰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 놓친 존재가 있었다. 바로 스타의 ‘최측근’이라 불리는 매니저.

지난해 겨울 파일럿으로 방송됐던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은 ‘최측근’ 매니저의 폭로를 통해 스타의 모습을 재발견 하는 프로그램으로서, 이번 3월 정규 편성됐다. 이제 막 2회가 방송된 시점이지만, 굉장히 뜨거운 이슈몰이를 하면서 빠른 시간 안에 정착한 케이스다.

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

관찰 대상인 이영자, 김생민, 유병재는 이미 우리들에게 익숙한 예능인이다. 이영자는 먹을 것을 좋아하는 센 누나, 김생민은 짠돌이, 유병재는 블랙코미디 작가. 그 말인 즉슨, 그들의 캐릭터가 이미 어느 정도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도 그들의 일상을 덜 궁금해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전지적 참견 시점>은 그들의 캐릭터 안에서 새로운 모습을 끄집어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사이다’ 블랙코미디를 즐기는 유병재의 극도로 내성적인 성격은 주목할 만한 재발견이었다. 팬 사인회가 열리는 장소에 도착한 유병재는 매니저가 잠시 주차를 하는 사이 혼자 로비로 향했다. 로비 한 구석에 쭈그려 앉아 숨도 쉬지 않고 기다리던 유병재는 팬들에게 둘러싸인 상황에서도 엉거주춤한 상태로 일어서있을 뿐, 그 어떤 팬서비스도 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만약 스타가 혼자 출연하는 일반적인 관찰 예능이었다면,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매니저와의 관계 안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었다는 점에서 매우 희소성 있는 장면이었다.

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

무엇보다 <전지적 참견 시점>의 차별화는 전문가 프로참견러의 존재다. 이상은 비언어커뮤니케이터는 스타와 매니저의 찰나의 표정이나 제스처를 매우 꼼꼼하게 분석해, 그들 간의 관계를 더욱 재밌게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가령, ‘이영자 가족 모임’ 편에서 이영자가 가족들을 배웅한 뒤 다시 식사를 하러 식당에 들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놀라는 매니저의 표정을 굉장히 꼼꼼하게 분석했다. 또한, 이영자가 조카에게 농담을 건넸을 때, 입은 가식적으로 웃고 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은 ‘뇌에서 명령 내린 미소’를 짓고 있는 조카의 표정도 캐치했다. 이런 분석들을 통해 조카와 매니저가 이영자에게 소심한 반항을 하고 있는 모습들을 들여다봤다. 연예인 패널만 섭외했다면, 이런 세세한 장면까지 포착하지 못했을 것이다. 전문가 패널들이 그런 빈틈을 잘 공략하고 있다.

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

이미 레드오션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줄 알았던 관찰 예능. 그 안에서 ‘매니저’라는 블루 오션을 발견한 <전지적 참견 시점>은 <나 혼자 산다>에 이어 MBC 대표 관찰 예능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마저 심어주고 있다.

이 주의 Worst: 아재니까 용서한다? <나의 아저씨> (3월 21일 방송)

tvN <나의 아저씨>가 지난 21일 첫 방송된 후 가장 논란이 된 장면은 키 큰 사채업자 이광일(장기용)이 왜소한 여성 이지안(이지은)에게 욕설을 하면서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이었다. 이건 겉으로 드러난 폭력성이었기에 쉽게 논란거리가 될 수 있었다.

그보다 더 무서운 건, 눈치 채지 못하는 폭력성이다. <나의 아저씨>에는 박동훈(이선균)을 포함한 삼형제, 박동훈 회사 대표이사를 비롯한 전무, 상무 등 수많은 남자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을 먹고 살기 위해 고달프게 일하는 존재들로 묘사한다.

tvN 새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

특히 박동훈의 형 박상훈은 22년 다닌 회사에서 잘리고 딸 결혼식에서 아내 몰래 축의금 빼돌리다가 걸리는 등 맏형, 아빠, 남편으로서의 역할 중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다. 이 정도까지는 ‘중년의 애환, 가정의 애환’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대화 중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표현들이다. 박상훈은 영화감독을 꿈꾸는 동생 박기훈(송새벽)에게 “요즘 아저씨가 화두야”라며 아저씨들을 주인공으로 한 공포 영화를 만들어 보라는 제안했다. 옆에 있던 박동훈은 “안 돼. 하나가 빠졌다”고 운을 떼면서 “여자”라는 짧고 강한 대답을 했다. 형제들은 격하게 동의하면서 술을 마셨다. 술자리 대화에서 일종의 도구로 전락하는 여자. 이것이 <나의 아저씨>가 여자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이게 공포가 아니면 무엇이 공포일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어머니 장례식에 화환 보낼 사람, 문상 와줄 사람이 있어야 하기에 직장을 그만두면 안 되는 박동훈을 비롯, 세 형제의 삶이 모두 고달픈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에 여자가 빠지면 안 된다’는 류의 대화까지 용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tvN 새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

도준영(김영민)은 박동훈의 회사 대표이자 박동훈의 대학 후배다. 나이 많은 전무와 상무들이 수시로 자신의 자리를 뒤흔들고 매일 위기가 찾아오는 젊은 대표이사의 자리다. CCTV로 다른 경쟁자의 문자 메시지 내용까지 캐내는 치열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충은 이해한다. 그렇다고 박동훈 아내와의 불륜까지 용인되는 건 아니다.

<나의 아저씨>의 맹점은 삶에 찌든 아저씨들의 애환을 보여준 뒤, 그들의 모든 잘못까지 눈감아주고 이해해야 한다는 식으로 일반화한다는 점이다. <나의 아저씨> 기획의도를 보면 아저씨라는 존재에 대해 ‘아홉 살 소년의 순수성’이 있으며 ‘사랑스러워 죽을 것’이라고 표현한다. 첫 회만 보고 판단할 수는 없겠으나, 도대체 어디서 순수성과 사랑스러움을 찾아야 하는지 민망하다. 대학 선배의 아내에게 보내는 눈빛이 사랑스러운 걸까? 자신이 살아온 세월의 절반도 채 살지 않은 젊은 여자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는 아재의 마음속에 아홉 살 소년의 순수성이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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