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디지틀조선일보가 대기업 전직 간부 2명을 사외이사로 임명했다. 이 간부들은 재직 당시 언론 부문을 담당해왔던 것으로 확인돼 언론사의 사외이사로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3일 디지틀조선은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의 선임·해임 또는 중도퇴임에 관한 신고' 안건을 다뤘다. 이 자리에서 디지틀조선은 정상국 전 LG그룹 홍보팀장과 이만우 전 SK그룹 PR팀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두 인사 모두 '부사장급' 대기업 전직 간부다. 특히 정 전 팀장의 경우에는 현직 LG상남언론재단 감사를 맡고 있다. 이 재단은 지난 1995년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언론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재단이다.

디지틀조선의 대기업 전직 간부 출신 사외이사 영입에 대해 언론계에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보통 사외이사는 이사회를 감시하는 기능을 하는데, 외부에서 회사와 이해관계 없이 이사회를 봐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면서 "그런데 대기업 인사들이 언론사에 사외이사로 들어가는 건 부적절하다는 생각이다. 과연 기업의 홍보팀 관계자가 언론사 내부 감시기능을 할 적절한 인물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언론사가 사외이사를 두는 것은 내부를 견제하고 시민과 독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취지"라면서 "그런데 오히려 거대 광고주가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요즘 언론계에서 정부의 압력보다도 심각하게 제기되는 문제가 재벌이나 경제로 인한 보도의 문제"라면서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대기업 간부 출신이 언론사의 사외이사로 참여하는 게 부적절해 보인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경영과 편집을 분리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판단도 제기된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걱정은 있을 수 있으나 사외이사는 경영 파트"라면서 "경영 부문에서 대기업 출신이 들어왔다고 한 것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언론사도 하나의 기업이기 때문에 경영의 마인드가 있는 것은 좋다"면서도 "다만 그 과정에서 LG나 SK와 유착되지 않도록 경영과 편집을 완전히 분리해서 보도나 논평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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