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의 월드컵 열기는 경기가 열리는 도시, 그것도 주요 거리나 공원 정도를 제외하고는 크게 뜨겁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거리 곳곳마다 월드컵과 관련한 내용, 광고가 담긴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월드컵 본선에 출전한 32개국 팀들의 국기가 곳곳에 걸려 있지만 남아공 사람들은 다소 시큰둥한 반응이 주류를 이뤄 의아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TV에서도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이 잇달아 방영되고, 광고도 월드컵, 축구와 관련한 내용을 담아 방영하고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월드컵 분위기가 생각보다 강하지 않았던 것은 아무래도 자국 팀 성적이 좋지 못했기 때문인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나 문득 떠올려 보기도 했습니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O.R 탐보 공항 전경. 대형 축구공과 플래카드가 눈에 띈다.

태극기, 인공기가 나란히 게양된 거리 풍경

월드컵 용품을 판매하는 상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만난다는 문구가 담긴 옥외 광고물

월드컵 응원과 관련한 사진 광고가 눈에 띄는 다리 밑 광고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조용해도 그들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월드컵을 즐기고, 세계인들을 진심으로 환하게 맞이했던 모습만큼은 꽤 눈길을 끌었습니다. 또 그들 특유의 응원 도구인 부부젤라를 입에 물고, 자국 대표팀 옷인 노란 유니폼을 입고 거리를 누비는 모습은 유럽인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강한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부부젤라를 부는 남아공 사람들

뽀또를 외치는 남아공 어린 학생들

남아공 프리토리아는 남아공의 행정 수도이자 대통령궁(유니온 궁)이 있는 곳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넬슨 만델라가 1990년 감옥에서 나와 처음 연설한 곳으로도 유명한 자유공원이 대통령궁 앞에 있고, 이곳에서 저 멀리 요하네스버그의 명물인 요하네스버그 타워가 눈에 들어와 유명한 관광 명소로 꼽히고 있습니다.

자유공원에서 바라본 전경. 저 멀리 요하네스버그 타워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 도착하자 남아공 사람들은 아시아에서 온 동양인들이 신기하듯 쳐다보면서도 환영하는 반응들을 보였습니다. 특히 어린 아이들은 '뽀또(포토), 뽀또'를 외치며 자신들을 사진 찍어가라고 '호소(?)'하기도 했고, 너나 할 것 없이 일행들에게 달라붙어 사진을 찍어가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런 반면에 다른 한쪽에서는 한국인들을 환영하기라도 하듯 부부젤라를 요란하게 불어대면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월드컵을 즐기는 듯 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마침 그날 밤 우루과이와의 월드컵 예선전이 있어서(경기 결과는 0-3으로 남아공의 완패로 끝났죠)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게 열기를 발산해내고 있었습니다. 남아공 특유의 노래와 춤을 추면서 '함께 따라해보라'는 사람도 있었는데 도난, 강도 사건이 많아 인간미가 별로라 생각했던 블로거 입장에서는 그들의 순수한 모습에 잠시나마 감탄을 하기도 했습니다.

부부젤라의 종류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뿔피리 형태의 부부젤라 외에도

작은 것, 고무 호스 형태로 된 것까지 종류가 다양했다.

요하네스버그 거리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유럽 수준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남아공 국기를 온몸에 두르고, 부부젤라를 불면서 자신들 나름대로 월드컵을 즐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흑인들만이 운영할 수 있다는 국기, 부부젤라 노상 판매는 거리 곳곳마다 있었고, '바파나 바파나(소년들, 남아공 대표팀 별칭)' 유니폼을 입고 거리를 누비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자국 팀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유럽처럼 뜨겁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월드컵이 다가오면서 남아공 사람들의 관심이 비교적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요하네스버그 거리 풍경.

블로거가 귀국한 뒤, 남아공 팀이 아깝게 16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이번 월드컵이 실패한 월드컵으로 기록되는 것 아니냐는 예상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그러나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다른 나라 사람들을 볼 때마다 밝게 웃어주고 손 흔들어주는 남아공 사람들의 모습에서 그래도 이곳이 사람 사는 동네고, 월드컵을 치를 만 한 기본적인 역량이 있는 나라라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다른 나라의 시선에 굴하지 않고 그들만의 방식대로 축구를 즐기는 모습에서 축구 응원 문화의 다양화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일반적인 잣대로만 들이대 부부젤라 응원이 '짜증난다'고 했던 것이 너무 경솔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했던 남아공인들의 응원 문화 체험이었습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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