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보수언론이 22일 청와대가 발표한 권력구조 개선 대통령 개헌안에 대해 "권한분산이 미흡하다"며 비판을 제기했다. 보수언론은 야당이 주장하는 국회의 국무총리 추천권 논의를 받아주지 않았다는 데 방점을 찍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총리 추천제를 말하려면 선거제도 개혁을 함께 얘기해야 한다는 반박이 제기된다.

▲23일자 중앙일보 6면.

23일자 중앙일보는 <청와대, 총리 추천제 거부…야당 "권력 분산 의지 없다"> 기사를 게재했다. 중앙일보는 "대통령 4년 연임으로, 총리 추천제는 수용 불가"라면서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의 하이라이트지만 야당과 학계에선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막으려는 시도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초안에 병기됐던 총리 추천제는 수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분권이라는 이름 아래 변형된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제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못박았다"면서 "조국 수석은 ▲총리를 국회에서 선출·추천할 경우 대통령과 총리 사이에 긴장 관계가 형성되고 ▲지금도 총리 임명에 국회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통령과 국회 사이에는 균형과 견제의 원리가 작동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개헌, 발의가 아니라 성사가 목표 아닌가> 사설에서 "야당이 대통령 권력 분산을 위해 주장하는 '국회의 국무총리 선출권'은 빠졌고, 각종 권력기관에 대한 대통령 인사권의 제한 역시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게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23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도 <대통령의 권력분산 미흡…우려되는 대법원 독립> 사설에서 "정치권에서 대통령 권력 분산 논의의 핵심은 국회에 국무총리 추천권이나 선출권을 주느냐에 있었다"면서 "청와대는 그것을 변형된 의원내각제로 대통령제와 양립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그 대신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에서 '대통령의 명을 받아'라는 문구를 뺐다"면서 "이 문구가 삭제되면 국무총리가 자기 책임으로 행정각부를 통할할 수 있지만 대통령에게 국무총리 임면권이 있는 이상 대통령의 명을 따르지 않는 국무총리는 언제든지 교체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한국 대통령제에서 대통령 권한의 핵심은 인사와 예산이다. 이번 개헌안에서 예산의 경우 예산법률주의를 채택해 국회의 통제력을 강화했단 평가지만, 인사권 분산에 대해서는 미흡하다는 게 정치권과 시민사회, 학계의 지적이다.

그렇다고 총리 추천제는 정치 상황 등을 감안하면 다소 급진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들의 여론도 좋지 않다. 실제로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에서 실시한 권역별 토론회에서 총리 추천제가 토론 주제로 부쳐졌는데, 토론에 참석했던 시민들은 총리 추천제에 대한 반대 의사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총리 추천제를 말하기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명확한 정치권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가 현재의 국민적 불신에서 벗어나고 권한에 대한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민심이 그대로 반영되는 선거제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23일자 한겨레 사설.

23일자 한겨레 신문은 <선거제도 개혁 전제로 '총리 추천제' 논의해보자'> 사설을 게재했다. 한겨레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총리 추천제'를 주장한다. 여당 또는 여당이 구성하는 다수파가 추천하는 총리를 대통령이 임명하는 제도"라면서 "협치를 촉발하고 의회정치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문제도 있다. 청와대는 ▲대통령과 총리의 긴장 관계 ▲총리와 대통령의 당적이 달라 발생하는 '이중 권력'의 문제 ▲대통령이 국회 추천을 거부할 경우 발생할 혼란 등을 꼽는다"면서 "일리 있는 지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에서는 간혹 이런 '동거정부'가 출현하지만, 제도와 풍토가 다른 우리 현실에선 국민이 이를 선뜻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개헌과 별개로 선거제도 개편 역시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면서 "현 제도는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크게 왜곡하고 있다.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 차이가 너무 커, 버려지는 표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대통령 개헌안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도록 '투표자 의사에 비례한 국회 의석 배분 원칙'을 명기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선거제도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꾸면서 동시에 '총리 추천제'를 논의해보자는 정의당 의견을 정치권이 진지하게 검토하길 바란다"면서 "개헌과 선거제도의 '패키지 처리' 방식인데 그나마 정치권에서 절충 여지가 있는 방책으로 꼽힌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총리 추천제'는 추천 방식에 따라서 여러 가지 방안이 가능할 수 있다"면서 "대통령 인사권을 흔들지 않는 선에서 타협안을 찾는 게 영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권력구조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개헌은 어렵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선거제도 개편에 정치생명을 걸다시피 했다. 선거제도를 바꾸면 다수당에 총리직을 주겠다는 제안까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연동형 비례제와 총리 추천제 '패키지 처리'와 맥이 닿는다"면서 "그때는 요지부동이던 야당이 지금은 절충할 수 있다고 나온다. 집권 여당이 이런 논의 자체를 거부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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