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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조가 한 달에 한번 인천공항으로 가는 이유[2주에 한번, 이주이야기] 신규 입국 이주노동자 대상 이주노조 홍보전
박진우 / 이주노조 활동가 | 승인 2018.03.22 15:52

새벽 4시 반, 핸드폰 알람이 울린다. 습관적으로 알람을 끄고 다시 잠을 자려고 했지만, 오늘만큼은 결코 그럴 수 없었다. 왜냐하면 오늘은 한 달에 한번, 인천공항에 신규 입국하는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들을 만나러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새벽 찬 공기를 마시며 공항버스를 타러 가는 동안 오늘은 몇 명의 이주노동자들을 만날 수 있을까? 기대 반 불안 반의 마음으로 버스에서 선잠이 들었다. 

1시간 30분이 걸려 도착한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는 이미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님이 도착해 있었다. 예상 시간보다 10분 정도 늦게 도착했지만, 다행히 네팔 이주노동자들의 모습을 출국장에서 아직 보이지 않았다. 잠시 담소를 나누다 보니 출국장 문이 열리고 빨간색 모자와 검은색 옷을 입은 네팔 이주노동자들이 삼삼오오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네팔 카트만두에서 한국 인천공항까지 비행기로 7시간 30분, 그 전날 밤 비행기를 타고 온 네팔 이주노동자들의 표정은 무척이나 생경해 보였다.

이주노조 인천공항 선전전

이미 몇 차례 인천공항 새벽 선전전을 나갔던 경험이 있었던 터라 재빠르게 이주노동자들에게 물과 이주노조 명함, 홍보 유인물이 들어있는 우편 봉투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장거리 비행으로 목이 말라 있었는지 네팔 이주노동자들은 벌컥벌컥 물을 마시면서 나눠준 유인물을 꺼내보았다. 이제 곧 입국 후 교육을 받기 위해 버스를 타러 가야 하는 이주노동자들 앞에서 우다야 라이 위원장님은 조금이라도 더 이주노조를 알리고 한국에서의 권리구제방안을 설명하고자 목청을 높였다. 과연 이 네팔 이주노동자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서 한국으로 오게 되는 것일까?

현지에서 한국어 능력 시험에 합격한 이주노동자들 명단은 한국으로 넘어와 한국고용정보원으로 모이게 된다. 이때 지역별 고용센터에서 내국인구인 노력을 마친 사업주들이 이주노동자 신규채용을 신청하게 되고 그 숫자에 따라 고용센터에서는 한국고용정보원에 이주노동자 명단을 요청한다. 추려진 이주노동자 명단을 보고 사업주가 계약을 체결하면 계약서가 다시 본국으로 넘어와 이주노동자가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그 이후 계약을 체결한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현지에서 건강검진과 일주일간의 입국 전 교육을 받는다. 교육 이후 한국대사관에서 고용허가제 비자가 발급된 이주노동자들이 3~40명씩 같이 비행기를 타고 온다. 한국에 도착한 이주노동자들은 업종별로 산업인력공단이나 농수협 등 고용노동부 산하기관 또는 위탁기관으로 이동하여 다시 건강검진과 3일간의 입국 후 교육을 받게 된다. 그리고 한국 도착 4일째 되는 날 사업주가 이주노동자를 직접 사업장으로 인도하면서 사실상 일을 시작하게 된다.

이주노조 인천공항 선전전

이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자국어로 된 계약서 외에는 사업장과 관련된 어떠한 정보도 쉽게 구할 수 없기 때문에, 본인이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열악한 기숙사나 작업환경으로 인해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의 계약 기간은 대체로 3년인 경우가 많은데, 최초 2~3달 사이에 사업장의 고된 노동과 사업주와의 갈등으로 사업장 변경을 원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이주노조 사무실에 종종 찾아온다. 사실 이주노조에 바로 찾아오는 경우보다는 같은 나라에서 온 이주노동자 지인의 소개나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수소문 끝에 오는 경우도 많다. 어떤 경우는 사업장에서 이탈된 지 한 달이 넘거나 부당해고 구제신청 기간을 넘겨서 신청조차 못 하게 된 이주노동자들을 만나게 되면 상담하는 입장에서도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농축산업 등 외딴 산간지역에 일하면서 주변의 도움의 손길조차 뻗어보지 못하고 스스로 끙끙 앓거나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하는 이주노동자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에는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 합법화되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상담과 법률지원, 집회 등 여러 가지 해결할 방법이 있다는 것을, 이주노동자들이 알고 있었다면 최소한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요청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문제의식이 이주노조 안에서 계속 제기되었다. 그 방편에서 인천공항에 처음 입국하는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달에 한번 정기적으로 선전전을 진행하고, 그중에 단 몇 명이라도 다시 이주노조 사무실을 찾아올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주노조 인천공항 선전전

이주노조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이 입국 후 3일 동안 받는 교육과정에도 반드시 노동권과 관련된 교육이 배치되고 그 강사단 또한 노동조합에서 추천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비슷한 예로 신임 교사 연수과정에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같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노동조합 소개와 교육시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밖에 이주노동자들이 입국하기 전에 현지 노총이나 단체에서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이나 한국에서의 권리구제방안 등에 대한 교육자료를 배포하거나 노동법교실 등을 운영하는 것 역시 이주노동자들이 충분히 대응할 방안을 마련하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주민 200만, 이주노동자 100만 시대이지만 노동조합으로 조직화한 이주노동자들의 비율은 전국적으로 1%가 채 되지 않는다. 더욱 많은 이주노동자가 이주노조의 문을 두드리는 그날까지, 한 달에 한번 인천공항 선전전은 계속될 것이다. 

박진우_ 2012년부터 이주노동조합의 상근자로 일을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고 있어서 언젠가는 이주아동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겠다는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일을 한 지 5년이 되어가지만 부족한 외국어실력 탓인지 가능한 한국어로만 상담을 하고 있다. 이주노조 합법화 이후에 다음 역할이 무엇이 되어야 할지 고민 중이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무엇을 하더라도 스스로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박진우 / 이주노조 활동가  pjww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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