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대한민국은 30년 만에 다시 치르게 된 올림픽인 평창 동계올림픽 열기로 뜨거웠다. 여자컬링,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 스노우보드 그리고 봅슬레이 등 예상을 뛰어 넘는 선전을 펼친 종목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메달분포나 개수 면에서 가장 풍성한 성과를 거두었다.

8년 전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피겨 스케이팅 김연아가 세계 피겨 여왕에 등극하면서 많은 국민들을 감동시켰고, 쇼트트랙만 메달밭이라 여겨지던 대한민국 동계스포츠에서 스피드 스케이팅 이상화, 모태범, 이승훈이라는 신세대 스타들이 대거 탄생하면서 많은 국민들이 열광하였다.

그렇다면 2010년 KBO리그에선 어떤 일들이 펼쳐졌을까. 시계를 되돌려보면 2008시즌부터 500만 관중 시대를 열어젖힌 KBO리그는 2009년 592만 5285명의 총관중을 동원하면서 14년 동안 깨어지지 않던 1995시즌의 총 관중 신기록을 돌파하며 본격적인 흥행 꽃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2010시즌에도 남아공 올림픽이라는 대형 변수가 있었지만 592만 8626명의 관중을 동원하면서 안정적인 흥행기조 마련에 성공하였다. 그해 KBO리그는 SK 와이번스가 시즌 초반부터 위력적인 승률을 기록하면서 시즌 내내 타 팀을 압도했다. 또한 한국시리즈에서도 역대 가장 싱거운 한국시리즈로 기억될 만큼 상대방에 좀처럼 틈을 내주지 않는 질식야구로 삼성 라이온즈에 내리 4연승을 거두며 팀 창단 이후 세 번째 우승을 거머쥔다.

2010년 대구시민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꺾고 우승을 확정한 SK 와이번스 선수들이 모자를 흔들며 자축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바로 전년도 2009년 한국시리즈에서 KIA 타이거즈에 7차전 9회말 끝내기 홈런을 맞으면서 우승을 내준 아쉬움을 완벽하게 달래는 완벽한 우승이었다. 이때만 하더라도 SK왕조는 최소 5년 이상은 지속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010년 한국시리즈를 마지막으로 SK는 우승컵과 인연을 맺지 못하였다. 이듬해 2011시즌 중반 팀을 왕조로 이끈 김성근 감독을 중도 해임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팀은 내외적으로 큰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김성근 감독이 물러난 이후에도 SK는 2011, 2012시즌 연속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면서 2007시즌 이후 무려 6시즌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세운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이 물러난 이후 SK는 왕조시절 보여줬던 상대방을 압박하고 틈을 주지 않는 짜임새가 사라졌다. 팀은 지속적으로 체질개선을 추진하였다. 하지만 기대했던 성과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2011시즌 중반부터 2014시즌까지 이만수 감독이 팀을 이끌었고, 이후 2015~2016시즌 김용희 감독이 팀을 맡으면서 기존의 '스몰볼'에서 '빅볼' 중심의 야구로 변화를 시도했으나 기대만큼의 성과는 나오지 못하였다.

2013시즌부터 2016시즌까지 와이번스는 2015시즌 단 한 차례 포스트시즌 진출에 머무른다. 2017시즌까지 합치면 2번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지만, 두 차례 모두 정규시즌 5위를 차지함에 따른 와일드카드 진출이었고 두 차례 모두 4위 팀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다시 말하자면 2013시즌부터 2017시즌까지 5시즌 동안 팀의 홈구장인 문학구장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단 한 차례도 포스트시즌이 열리지 않았다.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리그를 호령하고 한국시리즈에 단골로 진출했던 팀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부진이었다.

트레이 힐만 SK 와이번스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2017시즌 SK와이번스는 팀의 단장과 감독을 모두 교체하며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단장에는 넥센히어로즈 감독을 역임했던 염경엽 단장을 영입했고, 감독에는 메이저리그와 일본야구를 모두 경험한 트레이 힐만을 새로 임명한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롯데를 이끌었던 제리 로이스터 이후 두 번째 KBO리그 외국인 정식감독인 힐만은 그동안 보여준 컬러를 감안할 때 세밀함이 가미된 야구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지난 시즌 SK는 김성근 감독 시대 종료 이후 팀이 갈망하던 빅볼 야구를 제대로 만개시켰다.

역대 한 시즌 팀 홈런 최다인 234개를 기록한 SK 타선은 홈런왕 최정(46개)을 비롯해 로맥(31개), 한동민(29개), 김동엽(22개) 등이 20홈런 이상을 기록했고,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타자는 무려 9명이나 되었다. 무시무시한 거포군단을 형성했지만 상대 투수진에 주는 위압감은 팀 홈런 개수에 비하면 느슨한 편이었다. 문제는 득점권 타율이었다. 팀 득점권 타율이 0.273로서 10개 구단 중 최하위였다.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를 밀어 붙이는 힘이 부족한 것이 SK 타선의 한계로 작용하였다. 왕조시절 SK는 특출 난 거포는 없었지만 1번부터 9번까지 상대 투수를 물고 늘어지는 집요함이 돋보이는 타선이었다. 득점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는 다양한 작전과 팀 배팅, 그리고 상대와의 볼 카운트 싸움을 통해 상대방 수비진의 혼을 빼놓는 힘이 있었다.

힐만 감독은 올 시즌 세밀함 보강에 주력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었다. 거포의 위력을 배가시키기 위해서는 상대방 투수 및 수비진을 뒤흔들 수 있는 세밀한 작전수행 능력이 보강될 필요가 있다.

SK 투수 김광현. Ⓒ연합뉴스

SK의 마지막 우승 년도였던 2010시즌 투수진은 리그 최강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 자신의 커리어 하이인 17승을 기록하면서 정점을 찍은 에이스 김광현을 비롯해 외인투수 카도쿠라가 14승으로 막강한 원투펀치를 형성하였다. 여기에 선발, 중간, 마무리를 가리지 않고 나서던 전천후 요원 송은범(8승 5패 8세이브)이 뒤를 든든하게 받쳤다.

이외에 정우람, 정대현, 이승호 브라더스(등번호 20번, 37번), 전병두, 고효준, 엄정욱 등이 특유의 벌떼야구를 지탱하는 강력한 버팀목들이 되었다.

지난 시즌 SK와이번스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마무리였다. 시즌 초반 파이어볼러 서진용을 내세웠지만 결정적인 블론세이브를 연달아 범하면서 자신감을 잃었다. 기존 마무리 요원이었던 박희수도 좀처럼 자기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하였다.

박정배, 김주한 등이 대체 마무리 요원으로 나섰지만 꾸준한 믿음을 제공하지 못하였다. 올 시즌 손혁 투수코치를 새롭게 영입한 SK 투수진이 업그레이드되기 위해서는 확실한 마무리 투수 고정이 가장 시급한 우선과제이다.

선발투수진은 기존 에이스 켈리 외에 박종훈, 산체스 등이 고정 선발 역할을 맡을 것이다. 가장 큰 기대요인은 에이스 김광현의 복귀이다. 올 시즌 염경엽 단장은 김광현의 투구이닝을 포스트시즌 포함하여 110이닝으로 제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김광현은 구단의 관리 하에 차근차근 본인의 옛 기량 회복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 김광현의 부활은 곧 SK왕조 부활의 시동을 걸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지난 시즌 지속적으로 불안함을 노출시켰던 와이번스 불펜은 결국 마무리로 나서게 될 박희수가 얼마나 정상적인 컨디션을 회복했는가에 안정여부가 갈릴 것이다. 어느덧 34세에 접어든 박희수에게 2012년 당시의 언히터블 모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26세이브를 올렸던 2016시즌만큼만 회복한다면 와이번스 뒷문은 훨씬 견고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1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BO 2018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즈 시범경기에서 7-1로 승리한 Sk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박정배, 김주한, 서진용, 정영일에 올 시즌부터 계투진에 새로 합류할 윤희상, 신인 이원준 등이 가세할 것으로 보이는 계투진은 지난 시즌 상위권 팀들 (KIA, 두산, NC, 롯데)의 전력에 비춰보면 특별히 우위를 점할 요소는 보이지 않는다.

중간계투진은 신임 손혁 투수코치와 힐만 감독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하느냐에 따라 운영의 묘가 발휘될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SK는 지난 시즌 화끈한 야구를 구사했다. 올 시즌도 공격력에서 그 기조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를 두루 경험한 힐만 감독이 지난 시즌보다 더 높은 곳으로 팀을 이끌기 위해서는 세기를 더 가미해야 할 것인데 그 세기를 선수들이 어느 정도 소화할 수 있을 것인지도 관심 포인트이다.

염경엽 단장과 힐만 감독은 지난 시즌 별다른 불협화음 없이 팀을 추구하는 방향성에 맞춰 이끄는 모습을 보였는데, 단장과 감독이 공생할 수 있는 모범 사례를 보여주었다. 올 시즌도 시즌을 앞두고 염경엽 단장은 코치진과 선수진을 부지런히 보강하며 팀 전력의 기틀을 다졌다. 이제 힐만 감독이 염경엽 단장이 차려놓은 밥상을 얼마나 맛깔나게 소화해낼지에 따라 SK 왕조 부활의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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