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이 오는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분에 빠졌다. 자유한국당이 '방송장악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는 길환영 전 KBS 사장,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 영입을 제외하고는 홍준표 대표의 인재영입이 잇따라 실패하고 있다. 당 중진의원들이 "어쩌다 이렇게 됐나"라고 반응하자, 홍 대표가 SNS를 통해 반박하는 등 내분이 격화되고 있다.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입당한 배현진 전 MBC 앵커와 길환영 전 KBS 사장, 송언석 전 기획재정부 2차관. 왼쪽부터 길환영 전 사장, 김성태 원내대표, 홍준표 대표, 배현진 전 아나운서, 송언석 전 차관. (연합뉴스)

현재까지 홍준표 대표가 외부 영입을 성공한 사례는 길환영 전 사장과 배현진 전 아나운서 정도다. 배 전 아나운서는 자유한국당 송파을 조직위원장 직책을 맡고, 뉴스1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치적 포부를 밝히는 등 나름의 인지도를 쌓아가는 모양새다.

그러나 배현진 전 아나운서와 같은 홍준표 대표의 입장에서 영입 성공 사례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이마저도 남경필 경기지사가 최근 "배현진 전 앵커의 영입은 한국당의 인물난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등 의문 부호를 낳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최근 인재영입에 잇따라 실패하며, 제1야당 대표의 체면을 구겼다. 홍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했던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출마를 고사했고, 홍정욱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모두 출마 거부 의사를 밝혔다.

경남지사 공천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박완수 의원이 수차례 고사 의사를 밝혔고, 홍 대표의 측근인 윤한홍 의원도 출마를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대희 전 대법관과 장제국 동서대 총장도 영입을 거부했다는 소식이다. 이러다보니 일각에서는 '3무 정당'이 됐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20일자 경향신문은 자유한국당이 "'후보'도 없고 '혁신'도 없고 '소통'도 없는 3무 정당이 됐다는 자조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홍준표 대표의 '전략공천' 방침을 두고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는 강한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는 21일 경기지사 후보에 남경필 지사, 대전시장 후보에 박성효 전 의원, 강원지사 후보에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1차관을 공천하기로 했다. 앞서 부산시장 후보에는 서병수 시장, 인천시장 후보에 유정복 시장, 울산시장 후보에 김기현 시장을 공천하기로 한 바 있다.

헤럴드경제 보도에 따르면 한 중진 의원은 "전략공천을 기조로 잡고 있으면서 미리 전략을 발표해 당에서 붐이 일고 있지 않다"면서 "전권을 가진 대표가 개인적인 호불호를 따지면서 인재영입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고 한다. 자유한국당 일부 중진의원들은 22일 긴급회동을 열어 홍준표 대표의 독선적 당 운영을 지적한다는 소식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연합뉴스)

홍준표 대표는 당내 불만을 일축하고 나섰다. 21일 홍 대표는 자신의 SNS에 "내우외환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늘 내우외환 속에서 정치를 해 왔다"면서 "나는 이당에서 23년간 험지에서만 정치를 해왔고 당을 위해 저격수도 사양하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스스로 치켜세웠다.

홍준표 대표는 "편안한 지역에서 나를 출마시키면 당을 위한 노력없이 선수만 쌓아온 극소수의 중진들 몇몇이 모여 나를 음해하는 것에 분노한다"면서 "그들의 목적은 나를 출마시키면 당이 공백이 되고 그러면 당권을 차지할 수 있다는 음험한 계책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대표는 "무너진 당의 당권을 차지해본들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서 "좌파 폭주정권 저지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소리(小利)에만 집착하는 그들이 당을 맡는다면 문 정권의 부역자 노릇할 것이 뻔한데 당원과 국민들이 그들을 용서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홍준표 대표는 "한줌도 안 되는 그들이 당을 이 지경까지 만들고도 반성하지도 않고 틈만 있으면 연탄가스처럼 비집고 올라와 당을 흔드는 것은 이제 용납하지 않겠다"면서 "지방선거 끝나고 다음 총선 때는 당원과 국민의 이름으로 그들도 당을 위해 헌신하도록 강북 험지로 차출하도록 추진하겠다. 선당후사 정신을 가르치도록 하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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