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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쇼크'와 민주주의의 위기소셜미디어, 민주주의 확산 아닌 가짜뉴스에 잠식… 결국 정치의 문제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8.03.21 09:17

‘페이스북 쇼크’라고들 한다. 영국에 본사를 둔 데이터 분석회사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가 페이스북을 통해 개인정보를 수집해 이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위한 소재로 썼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CA는 심리테스트나 가벼운 내용의 여론조사 등을 통해 사용자의 페이스북 이용 기록을 파악할 수 있는 권한을 얻어 이를 근거로 정치적 성향 등을 파악했고, 트럼프 캠프는 이를 기반으로 선거 전략을 짜고 맞춤형 선거캠페인 등을 진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의혹이 제기된 이후 페이스북을 비롯한 IT관련 주들의 가격은 폭락했다. 미국 유럽 등의 이용자 사이에서는 페이스북 탈퇴 캠페인이 유행하고 있다. 한때 대선 출마 가능성까지 비춰졌던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는 미국과 유럽 의회의 청문회 등에 출석을 해 이 의혹에 대해 해명을 해야 할 판이다.

페이스북이 이런 정치적 논란에 휘말린 것은 처음이 아니다.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도왔다는 내용의 ‘러시아 스캔들’ 관련 의혹 중에는 페이스북 광고가 이용됐다는 것 역시 포함돼있다. 꼭 정치 영역이 아니더라도 온라인 매체 등이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좋아요’를 사실상 ‘거래’한다는 것은 더 이상 의혹도 아니다. 페이스북의 이런 맹점을 선거 때 정치인이 활용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고, 실제 사례도 있을 것이다.

이런 일들의 연속은 우리에게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스스로에게 다시 던지게 한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소수 기득권이 독점한 정보를 불특정 다수에게 개방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실현이 가능하다고 믿어왔던 게 사실이다. 인터넷과 모바일디바이스를 활용한 초연결사회의 등장은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이런 일이 실제로 실현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2010년 말 북아프리카 튀니지를 시작으로 중동을 강타한 재스민 혁명은 이런 징후의 대표격으로 보였다. 정치와 종교 및 지역적 특성으로 형성된 이중 삼중의 폐쇄적 문화에도 ‘혁명’이 가능했던 것은 역시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소셜미디어의 영향이라는 게 당시 언론의 진단이었다. 혁명의 기운이 전파를 타고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각자의 스마트폰을 통해 번져 나가는 걸 정치권력이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시리아 내전은 이런 방식으로 진행된 민주주의 확산의 끝이 유토피아보다는 디스토피아에 가까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전의 당사자들은 각자에 유리한 주장을 기만적으로 내놓았고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는 이들이 ‘가짜뉴스’를 경쟁적으로 생산하는 토대가 되었다. 사실은 이슬람 원리주의자에 가까운 반군들마저 스스로 재스민 혁명의 지지자를 자처하며 서방의 물자를 획득하기 위한 기만전술을 펼쳤다. 반군 중 이슬람 원리주의에 속하는 세력이 친-이슬람국가(IS)와 반-이슬람국가로 양분돼있다는 사실은 이런 간단한 이분법의 근거가 되었다. “반군이 요구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이슬람 원리주의”라는 시리아 정부군의 프로파간다는 바로 이 사실을 근거로 해서 형성됐다.

이런 문제 때문에 미국은 이슬람 원리주의자에 속하지 않는 ‘온건 반군’을 찾아내 지원하는데 애를 먹었다.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는 러시아는 미국이 직면한 문제를 근거로 해서 시리아 반군의 기만전술을 ‘서방의 음모’ 포장했다. 러시아인들이 볼 때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 국가들은 이미 1917년부터 흑색선전으로 러시아를 고립시켜 왔다. 우크라이나의 유로마이단과 크림반도 합병으로 인한 국제 사회의 대러시아 제재의 반박 논리가 시리아 상황을 근거로 해서 재구성된 것이다. 이것이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이 70%가 넘는 압도적 득표율로 러시아 대통령에 다시 선출된 이유 중 하나이다.

2017년 무슬림 대학생들을 만나고 있는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 (연합뉴스/주커버그 페이스북 캡쳐)

민주주의를 선도할 것으로 예상됐던 온라인 플랫폼이 오히려 ‘가짜뉴스’의 운반 통로가 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현상은 국내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정치적 영역에서 이 흐름을 선도하는 것은 자유한국당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들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정치보복’이라는 정파논리로 포장해 스마트폰 메신저 프로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자신들의 지지자들 사이에 유포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성향이나 비자금 문제 등을 왜곡한 가짜뉴스를 카카오톡 등을 통해 공유하다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최근 이런 흐름에 가장 적극적으로 앞장서는 사람은 홍준표 대표다. 홍준표 대표는 기성 언론의 보도를 “가짜뉴스”로 지목하며 자신은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사실인양 유포하는 ‘우파 포퓰리즘’의 전형적 행태로 일관하고 있다.

이들의 이런 행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당장 세월호 참사를 떠올려 보자. 세월호 참사 당시 지금의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유포된 가짜뉴스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막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으며 심지어 극한의 단식에 나선 ‘유민아빠’ 김영오 씨의 경우 당시 야당의 공천을 받게 될 것이라는 내용 등으로 이뤄져 있었다. 누가 봐도 조직적 움직임이란 걸 부정할 수 없었다. 모 국회의원이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이런 내용의 메시지를 공유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가짜뉴스의 생산과 유통에 누가 관여하는지가 명확해졌다.

이런 시도가 먹히는 토양이 이미 형성돼있다는 것 또한 짚지 않을 수 없는 문제이다. 오늘날의 사람들은 오로지 소비자와 상품의 관계로만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세계관에서 ‘나’는 상품인 동시에 소비자이며 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은 아이돌 가수 등을 소재로 한 팬덤문화이다. 팬덤 문화에서 ‘나’는 열광하고 소비하는 것으로 스스로가 선택한 상품의 가치를 높이고, 이를 통해 이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로서 ‘나’의 지위를 다시 제고하는 순환 구조 속에 위치한 ‘능동적 소비자’이다.

이런 상품-소비자 세계관에서 우리가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은 ‘속는 것’이다. 아이돌 가수들의 추문이 무엇보다 참을 수 없는 것은 이런 이유다. 그런데 대개의 경우 우리는 상대가, 그러니까 상품이 나를 속였는지 여부를 알 수 없다. 우리가 취득할 수 있는 정보는 어쨌거나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상품으로서 살아남으려면 속기 전에 속여야 한다. 이 세계관은 오늘날 정치의 영역으로 거의 그대로 이식돼 수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이 논리가 가장 적극적으로 구현되는 공간은 소셜미디어의 또 다른 진화를 일구고 있는 유튜브이다. 유튜브는 조회수가 실제 수익과 직결된다. 이 사실은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의 주목경쟁 필요를 더 절실히 만들고 이를 정당한 것으로 ‘인준’해준다. 이른바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은 스스로 잘 팔리는 상품이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할까? 민주주의는 근본적으로 기만이니까 다른 체제를 택하자거나 인터넷 이용을 제한하자는 등의 해법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정치가 먼저 사람들을 ‘상품-소비자 세계관’으로부터 끄집어내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들이 세계를 만들고 움직이고 통제하는데 실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이를 공통의 경험, 일종의 사회적 암묵지(暗默知)로서 남기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진부한 해법을 반복토록 하는 것 또한 정치의 역할이다. 이게 가능해야 소셜미디어와 모바일디바이스를 통한 민주주의의 구현도 실제적인 것이 될 수 있다. 우리 정치는 과연 그런 해법을 모색하고 있는가? 개헌이 ‘뜨거운 감자’인 이 시점에 한 번쯤 돌아볼 문제이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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