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월드컵 첫 16강 진출에 성공한 한국 축구는 이제 남미 전통의 강호, 우루과이와 8강행을 놓고 '위대한 도전'을 펼치게 됩니다. 역대 전적 4전 4패에, 국제축구연맹 랭킹에서도 16위에 올라 47위의 한국보다 앞서 있어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분명히 버거워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월드컵이라는 단기전 특성상 이변은 일어날 수 있고 한국 축구가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준 실력 또한 우루과이를 충분히 넘어설 수 있는 전력을 갖고 있기에 과연 2002년 이후 8년 만에 월드컵 8강이라는 신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축구가 이 경기를 이기면 상당한 의미를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왜 한국 축구가 이번 16강전을 이겨야 하는지 4가지 이유를 들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형 태극기 아래 태극전사들 (사진-김지한)
안방 호랑이 논란 완전히 잠재울 수 있다

그동안 한국 축구는 2002년 4강팀이라는 칭호를 받고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이유는 안방 홈경기에서만 강할 뿐 원정에서는 맥을 못 추는 결과를 내왔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역대 월드컵에서 한국은 원정에서 단 1승에 그쳤을 만큼 세계 축구계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고, 아시안컵, 올림픽 역시 충분한 실력을 갖추고도 해외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이렇다 할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며 '아시아 최강'이라는 칭호가 무색하게 만들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그런 평가를 단번에 날릴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일단 외신들의 반응도 그랬고, 한국 축구에 대한 세계인들의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해외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16강에 올랐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앞으로 한국 축구를 바라보는 데 있어 변화를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해 볼 부분이라고 봅니다. 만약 이번 우루과이전마저 승리하고 8강에 진출한다면 '안방 호랑이' 논란은 완전히 잠재우고, 어느 정도 가치를 인정받으며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습니다.

남미 꺾고 진정한 강자 칭호 얻을 수 있다

한국은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유럽 강팀들을 잇달아 꺾으며 세계 4강의 위업을 달성했습니다. 또 2006년 월드컵에는 토고를 꺾고 원정 첫 승을 거뒀고, 이번 월드컵에서 나이지리아와 기분 좋은 무승부를 거두고 16강에 올라 아프리카 축구에도 강한 면모를 과시했습니다. 하지만 남미팀과는 아직 월드컵에서 이렇다 할 좋은 인연을 맺지 못했던 게 사실입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아르헨티나에 1-4로 대패하는 등 역대 월드컵에서 남미팀을 상대해 1무 3패로 부진한 성적을 냈습니다. 만약 우루과이전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유럽, 남미, 아프리카 등 세계 축구의 강자로 불리는 대륙을 모두 물리쳤다는 점에서 세계 축구의 진정한 강자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미 파라과이, 에콰도르 등을 물리쳐 남미징크스를 어느 정도 깬 바 있던 허정무호였기에 이번 우루과이전에서 어떤 결과를 낼 지 기대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한국 축구의 이미지, 아시아 축구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아시아 축구의 자존심(Pride of Asia)'이라는 평을 받은 한국 축구가 또 한 번 8강에 오른다면 아시아 팀 최초로 2번에 걸쳐 8강에 오른 위업을 달성해 이미지 상승은 물론 아시아 축구의 질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 가장 넓은 대륙을 보유하고도 실력은 세계 정상급에 미치지 못했던 아시아 축구는 지난 독일월드컵 때도 모든 팀이 전멸하는 수모를 겪으며, 본선 출전 티켓을 줄여야 한다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이 당당하게 8강에 진출하면 아시아 축구 수준을 질적으로 몇 단계 끌어올리면서 이미지 상승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아시아 축구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 중동 세력에 버금가는 목소리를 낼 수 있어 한국 축구의 이미지 향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내부적으로나, 전체적으로나 꼭 필요한 8강 진출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선수들의 주가 상승, 밝은 미래로도 이어질 수 있다

8강의 위업을 달성한다면 주축 선수들의 주가도 상승해 2002년 수준 이상의 해외 진출 러시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박주영이 유럽 빅리그 구단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고, 몇몇 선수들이 유럽 팀들로부터 제의를 받아 주가가 한껏 높아졌음을 새삼 실감하고 있는데요. 박지성, 이영표의 네덜란드 진출로 우리 선수들의 유럽행이 줄을 이었던 가운데서 선진 축구를 직접 익힐 수 있는 기회가 한껏 늘어나 한국 축구의 밝은 미래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우루과이전 활약으로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가 정점을 치면서 높아진 대우, 가치를 인정받고 개인으로나 한국 축구 전반으로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선수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지금까지 거둔 성과만 놓고 봐도 한국 축구는 대단한 일을 해냈습니다. 이제는 예선전보다 좀 더 즐기면서도 한국 축구 특유의 당당함을 잃지 않는 도전을 펼쳐 또 한 번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더 큰 꿈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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