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을 배경으로, 당시 참혹했던 전쟁의 실상과 아픔, 그리고 극한의 고통속에 피어난 사랑과 전우간의 뜨거운 우정을 그려 낼, MBC 새수목드라마 <로드넘버원>이 베일을 벗고 23일 첫방송을 탔다. 국내에선 드물게 100% 사전제작시스템을 도입해 더욱 기대를 모았던 터라, <로드넘버원> 1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드라마 전체의 밑그림과 완성도를 미리 보는 눈금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회를 간단 요약하면 '폭풍전개'라는 네글자로 설명이 된다. 그만큼 화려한 영상미와 볼거리보단 스피디한 줄거리의 속도감이 앞지른 느낌이다. 특히 제작진이 내용의 50%이상을 투자했다는 멜로라인이 눈에 띤다. 주인공 이장우(소지섭)-김수연(김하늘)간 사랑의 시작, 이별 그리고 재회가 한꺼번에 이뤄졌다. 그리고 신태호(윤계상)가 가세해 삼각관계를 완성했다.

로드넘버원, 키스도 못살린 멜로의 옥에티?

1회에 너무 많은 걸 보여 주고자 덤빈 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내용을 이해하기엔 무리가 없었지만, 이장우(소지섭)-김수연(김하늘)-신태호(윤계상)의 멜로라인이, 너무 쉽고 빠르게 잡혔기 때문이다. 시청자가 공감하고 함께 움직여야 할 러브라인이, 제작진과 등장인물간에 협의만으로 이뤄진 듯한. 마치 거칠게 시청자의 눈길을 잡아챈 느낌이랄까.

함께 진훍탕을 뒹굴고, '사랑해'라고 소리쳤건만, 정작 빨치산을 토벌하기 위해 떠나는 장우와 그를 붙잡는 수연의 애절한 이별장면을, 눈물의 키스만으로 살리기엔 2% 부족했다. 시청자에게 '어떡해?'라는 반응보다, '뭐 했다고 벌써 헤어져?'라는 느낌을 주기 쉬웠다랄까.

물론 어린 장우와 수연의 순수한 사랑에, 소지섭과 김하늘의 낯간지러운 애정행각도 더해졌다. 그러나 군더더기가 되더라도, 두 사람의 사랑은 좀 더 화끈하게(?) 표현할 필요가 있었다. 두 사람만의 에피소드를 좀 더 뿌리고, 1회의 엔딩장면을 이별로 장식했다면, '폭풍전개'보다 임팩트는 더 크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태호-수연'의 관계 정립도 빠르긴 마찬가지였지만 느낌은 달랐다. 첫눈에 수연에게 반한 태호는, 장우가 전사했다는 잘못된 전사통지서를 받고 자살하려던 수연을 구했다. 덕분에 결혼까지 약속한 두 사람. 메인이 '장우-수연'이라고 볼 때, '태호-수연'의 급멜로모드는 이해할 수 있었다. 반면 '태호-수연'에 좀 더 힘을 실어주지 못한 것은, 1회의 옥에 티라 할만큼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첫 회는 만족스러웠다. 더군다나 <로드넘버원>에 대한 기대는, 방영전부터 뿌리치기 힘들만큼 매력이 있었다. 소지섭-김하늘-윤계상에 최민수, 손창민 등 연기자에 대한 믿음이 앞선 데다, 오랜만에 전쟁을 다룬 휴먼멜로를 드라마에서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여명의눈동자>를 너무 재밌게 봤던 터라, 마치 격동기에 최대치(최재성)-윤여옥(채시라)-장하림(박상원)을 연상시키는, 이장우(소지섭)-김수연(김하늘)-신태호(윤계상)의 관계도가,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이제 막 스타트를 끊은 <로드넘버원>. 동시간대 <제빵왕김탁구>와 <나쁜남자>가 미리 자리 잡고 있지만, 장르도 다를 뿐 아니라, 장면마다 정성을 쏟은 듯한 볼거리, 배우들의 화려한 면면은 충분한 경쟁력을 담보한다. <로드넘버원>이 수요일의 넘버원이 될 수 있을 진, 1회만으론 확신할 수 없다. 다만 100% 사전제작을 택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칭찬받아 마땅하다. 작품에 자신감이 있었기에, 제작진도 출연진도 사전제작을 실행에 옮겼을 거라 생각하면, 기대감은 회를 거듭할수록 탄력이 붙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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