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평창동계패럴림픽과 관련해 MBC의 편성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는 16일 보고서를 통해 “MBC는 평창동계패럴림픽 보도에 대한 시청자의 지적에는 귀를 닫고 있다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부랴부랴 편성했다”고 비판했다.

▲2018 평창패럴림픽 개회식. (연합뉴스)

MBC는 타 방송과 비교해 패럴림픽 보도에 소극적이었다. 10일 SBS는 오전, KBS는 오후에 패럴림픽을 생중계했다. 하지만 같은 시각 MBC는 예능 프로그램을 재방송하는 데 그쳤다. 12일에도 SBS와 KBS는 패럴림픽을 생중계했지만, MBC는 편성하지 않았다.

실제 한국 방송사가 패럴림픽을 홀대한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NHK(일본)는 62시간, NBC(미국)는 94시간, 채널4(영국)는 100시간을 편성한 것과 달리 SBS는 30시간, KBS는 25시간, MBC는 18시간에 그쳤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이 패럴림픽 경기를 더 볼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하자, 방송사들은 뒤늦게 부랴부랴 추가 편성에 나섰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보도된 13일부터 KBS는 패럴림픽 관련 다큐 430분을 편성했고, 경기 편성을 34시간으로 확대했다. MBC도 편성을 18시간에서 35시간으로 늘리고 폐회식을 녹화중계 대신 생중계하겠다고 밝혔다. 민실위는 “시청자 요구를 외면하다 대통령이 지적하자 부랴부랴 편성한 모양새가 됐다”고 비판했다.

민실위는 “이번 패럴림픽 중계는 장애인들이 한계에 도전하고 극복하는 모습을 통해 이들 역시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확산시킬 좋은 기회였다”며 “하지만 결과적으로 MBC는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패럴림픽 편성 논란을 계기로 MBC가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에 대해 그간 얼마나 소홀했는지도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민실위는 “장애와 가난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조명하는 <나누면 행복>의 경우 주 1회 방송되지만, 목요일 새벽 1시가 넘어서 시청할 수 있다”며 “후원 모금을 진행하는 방송임에도 심야에 배치된 점은 시청자들이 참여할 기회를 처음부터 제한하는 편성”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나누면 행복>과 비슷한 성격의 프로그램인 <KBS 사랑의 가족>(목요일 오후), <KBS 동행>(토요일 오후), <SBS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일요일 오전), <EBS 나눔 0700>(토요일 오후) 는 시청자의 접근이 쉬운 시간에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다.

민실위는 “MBC가 뒤늦게 경기 중계 편성을 늘렸고 폐회식도 생중계하기로 급선회했지만 그렇다고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 문제에 소홀했던 책임을 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MBC)노동조합 역시 이번 일을 계기로 소수자 보호와 다양성 구현이라는 공영방송 편성의 원칙과 책임을 바로 세우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