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과 이영표. 둘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이들은 사상 첫 16강 진출을 이뤄내는데 결정적인 장면을 연출해내며 영웅으로 떠올랐던 선수들입니다. 포르투갈과의 예선 최종전에서 이영표가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박지성이 멋지게 트래핑한 뒤, 곧바로 왼발로 골을 뽑아내며 사상 처음으로 16강에 오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명장면으로 꼽힙니다.

그리고 8년이 지난 2010년, 이들은 팀의 베테랑으로 경기에 출전해 예선 풀타임 활약하며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에 큰 역할을 해냈습니다. 23일 새벽(한국시각),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나이지라와의 예선 최종전에서 나란히 선발 출장한 박지성, 이영표는 각 포지션에서 제 몫을 다해내며 2-2 무승부를 이끌어내는데 성공, 또 한 번의 16강 진출을 일궈낸 주인공이 됐습니다. 두 선수 모두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그라운드에서의 존재감만으로도 팀 동료들에게 엄청난 도움을 주며, 또 한 번 한국 축구의 영웅다운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 함께 있어 더욱 든든한 태극 듀오, 이영표와 박지성 (사진-김지한)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 출장한 박지성은 공격에 물꼬를 트는 활발한 움직임과 위력적인 패스플레이로 변함없는 활약을 보여줬습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과감한 슈팅을 때리며 나이지리아 골키퍼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박지성은 11km를 뛰는 왕성한 활동량으로 상대 선수들 사이에서 휘저으며 공격의 주도권을 가져오는데 역할을 했습니다. 8년 만에 16강 진출을 이끌어낸 뒤 박지성은 같은 프리미어리거 이청용과 부둥켜안으며 기쁨을 나누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왼쪽 풀백으로 선발 출장한 이영표는 전반 초반, 빅터 오빈나에게 측면 돌파를 허용해 칼루 우체에게 결승골을 내주는 빌미를 제공하며 위기를 맞았습니다. 그러나 곧바로 자세를 가다듬은 뒤, 공-수 양면에 걸쳐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이며 제 기량을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수비적인 측면에서 악착같은 플레이를 보인 것은 물론 공격에서도 활발한 오버래핑과 과감한 슈팅으로 기회를 만들어내는 등 34살답지 않은 왕성한 활동량을 보여줬습니다. 그동안의 과정이 힘들었다고 느꼈는지 이영표는 경기 직후, 눈물을 흘리면서 동료 김동진과 16강 진출의 쾌거를 함께 나눴습니다.

지난 10년간 한국 축구의 기둥으로써 변방에서 중심으로 거듭나게 하는데 엄청난 공을 세운 박지성과 이영표. 태극 듀오로 불리며 수많은 성과들을 낸 박지성, 이영표는 이번 16강 달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박하게만 느껴졌던 목표였을 것입니다. 막내급 선수에서 베테랑으로 떠오르며,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경기에 나선 이들은 누구보다 더 많이 뛰고, 막내 선수들처럼 이를 악물면서 플레이를 펼쳤고, 그들은 또 한 번 진정한 국민적인 영웅으로 거듭났습니다. 그들과 함께 한 월드컵, 그리고 마침내 이뤄낸 16강 진출에 많은 축구팬들은 행복하고 또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생각에는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들 앞에는 또 다른 큰 도전이,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넘을 수 있는 도전이 눈앞에 펼쳐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이번 월드컵이 선수로서 '마지막 월드컵'이라고 공언한 가운데 태극 듀오가 토너먼트전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여주며 그 이상의 성과를 내고, 후배들 앞에서 '멋진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이들의 유쾌한 마지막 도전을 응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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