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석연 전 법제처장을 다가오는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로 영입 추진 중이라고 한다. 홍준표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 대해 “박원순 시장과 이석연 전 법제처장의 빅매치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 말 속에 담긴 의도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석연 카드’는 표면적으로는 ‘박원순 맞춤형’이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다시 나오는 게 거의 확정적이라고 본 결과라는 것이다. 그간 여의도 주변에선 박원순 시장의 본선경쟁력은 더 말할 필요도 없지만 경선 통과가 불안하다는 진단이 떠돌아 다녔다. 청와대와 여당의 핵심 권력들이 차기 대권주자인 박원순 시장의 재부상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여러 군데서 나왔다.

그러나 이런 주장과 진단들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 여당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다소 힘을 잃은 상태다. 구체적으로는 가상화폐 대책,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최저임금 인상, 부동산 대책, 유치원 영어교육 금지 유예 등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위험을 감수하면서 선수 교체를 감행하느니 안전한 길로 가는 게 낫지 않느냐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이른바 ‘친문 표심’이 박원순 시장의 대항마를 자처하는 박영선 우상호 의원에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는 해석도 이런 진단을 뒷받침한다. 물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결선투표로 갈 경우엔 여전히 어찌될지 모른다는 전망도 있다. 박영선 우상호 두 사람이 단일화를 하는 효과를 낼 경우엔 박원순 시장의 우위를 깰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상호 의원이 가까운 사이라는 점에서 ‘친문 표심’이 움직일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어찌됐든 박원순 시장의 3선 출마가 유력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앞서 언급했듯 홍준표 대표가 ‘경실련 출신 이석연 대 참여연대 출신 박원순’ 구도를 언급하는 것은 이의 반영이다. 그런데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달의 앞면과 뒷면을 동시에 봐야 전체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석연 전 법제처장 카드가 보수세력 끼리의 후보 구도에 미치는 영향을 같이 진단해야 한다.

당장 얘기가 나오는 건 바른미래당의 안철수 전 의원이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전격적으로 통합했음에도 기대한 만큼의 지지율 상승이 없었기 때문에 안철수 전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를 통한 지지층 재결집 시나리오는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보수세력 간의 ‘이심전심 단일화’ 시나리오가 언급된 바도 있다. 서울, 경기, 인천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보수 지지층을 공유하는 형태로 후보 간 교통정리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지난 2월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개헌의원총회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대표는 이석연 전 법제처장 영입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안철수 전 의원 출마에 대해 “나오면 한참 떨어지는 3등”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실제 안철수 전 의원 지지율이 여론조사상에 크게 잡히지 않는다는 의미다. 지난 11일 중앙선데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안철수 전 의원과 박원순 시장과의 양자대결을 가정할 경우 지지율은 박원순 시장이 58.4%, 안철수 전 의원이 30.5%인 것으로 나타났다(입소스코리아, 3월 7일 서울 거주 성인 858명 대상, 휴대전화 면접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3% 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홍준표 대표의 발언에 실린 의미 두 번째는 사실상 보수단일화를 전제한 기 싸움의 차원이다. “한참 떨어지는 3등”이라는 것은 자유한국당이 내세울 후보의 경쟁력이 안철수 전 의원을 능가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볼 수 있다. 만에 하나라도 그런 사실이 확인된다면 안철수 전 의원은 상황을 뒤집기 위해 지방선거에서 보수세력의 승리를 위해 단일화 프레임 속으로 적극적으로 들어가거나 아니면 출마를 포기해야 할 것이다. 어느 경우든 현재의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손해보는 게임이 아니다.

물론 현실이 이렇게 움직일 것으로 보기는 좀 어렵다. 왜냐하면 이석연 전 법제처장의 경쟁력이 확인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이기 때문이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합리적 보수를 자처하지만 인지도에서 안철수 전 대표에게 확연히 밀릴 수밖에 없다. 참신하거나 새로운 이미지도 아니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개헌이 될 경우를 전제해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주장하는 등 출마를 겨냥한 행보를 하고 있는 듯 하지만, 아직 본인의 뜻을 확실히 세운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만일 홍정욱 전 의원에 이어 또다시 서울시장 후보 외부 영입에 실패한다면 홍준표 대표로서는 리더십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놓고 본다면 이석연 전 법제처장 카드가 인천과 경기도에서 바른미래당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불쏘시개로 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도권에서 바른미래당이 선거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의 지지율을 구가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자유한국당 입장에선 어떻게든 양자구도를 만드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변수는 있다. 앞으로 예정된 자유한국당의 정치공세가 지지층에게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여지는가의 문제이다. 자유한국당은 크게 네 가지 문제를 놓고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를 계속해서 발신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에 대한 문제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를 ‘정략’으로 규정하면서 대통령 권한을 강화하고 좌편향적 정책을 관철하려는 어떤 음모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두 번째는 최저임금 인상이나 부동산 정책 등을 고리로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역시 ‘좌편향’으로 매도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문재인 정권의 대북문제 접근을 ‘종북’으로 규정하고 안보 위기를 부각시키는 것이다. 이런 주장들은 오로지 정치공학적 효과만을 노린 억지에 가깝다.

마지막은 꾸준히 제기하고 있는 정치보복 프레임인데 이는 곧 실현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에 이르러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다수 국민들이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보복이란 주장에 동의하기 힘든 상황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측근들의 대결구도처럼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이 그렇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 출석할 때 지지자들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 또 그렇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경실련 출신의 합리적 보수라는 후보전술이 빛을 발할 수 있을까? 두 손이 마주쳐야 박수 소리가 나는 것이고 전략은 수미일관해야 효율성이 극대화 되는데, 그런 상황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 점에서 홍준표 대표의 구상이 무엇이든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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