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이 또 다시 여론조사를 두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홍준표 대표가 지속적으로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의 한국갤럽 공격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13일 박성중 자유한국당 홍보본부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갤럽 조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자유한국당이 제기한 문제점은 ▲정당 지지도 조사시 정당명 로테이션 ▲예측 실패 ▲유도성 정책질문 ▲편파질문 ▲미국갤럽 항의에 대한 한국갤럽의 입장 등이다. 미디어스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에 대한 한국갤럽 측의 입장을 듣고 사실관계를 다퉈봤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와 박성중 자유한국당 홍보본부장. (연합뉴스)

①한국갤럽의 '가나다' 로테이션, 선관위 여론조사 기준에 문제 없어

자유한국당은 한국갤럽이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사용하고 있는 가나다 순 정당명 로테이션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한국갤럽은 현재 '가나다' 순으로 정당명을 로테이션하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이 제일 먼저 로테이션 되지 않는 이상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 다음에 불려지게 된다"면서 "정당이라는 것은 엄연히 '의석수'가 기준이 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은 "정당지지도를 가나다 순으로 측정할 경우 국회의원 의석수가 반영된 현실 정당 지지여론을 왜곡하는 편향된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이 분명하기 때문에, 대다수 여론조사기관들은 의석수 또는 무작위 랜덤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선거시 후보자 여론조사 때에도 가나다 순서로 할 경우 여론 왜곡을 초래하기 때문에 의석수를 기반으로 정해지는 '기호순'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갤럽 측은 자유한국당의 문제제기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해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받고 진행하고 있는 질문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모든 질문지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을 하고 한다"면서 "지난 총선에서 양당제에서 다당제로 구조가 바뀌면서 정당의 의석수 구조에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의석순으로 했을 때 만약 의석 수가 같아지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선관위에 문의를 했고, 선관위와 협의해서 결론에 이른 게 가나다 순 로테이션이었다"면서 "선관위에서 여론조사 기준 상 문제가 없다고 해 허락을 받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갤럽 측은 "가나다 순으로 표기를 하는 것 뿐, 일정간격으로 로테이션을 하기 때문에 차이가 없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②미국갤럽, 한국갤럽과 아무 상관 없는 회사

자유한국당은 한국갤럽을 비난하면서 지난 6일 미국갤럽의 정확도가 낮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한 바 있다. 자유한국당은 미국갤럽에 항의서한을 보내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러나 미국갤럽은 한국갤럽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회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갤럽은 1935년 미국의 근대적 여론조사 창시자인 조지 갤럽 박사가 설립한 회사로, 1958년부터 갤럽이라는 이름을 썼다. 1947년에 세계 여러나라의 공신력 있는 독립 여론조사기관이 가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국제조사기구 형식의 협회 갤럽 '인터내셔널 어소시에이션(GIA)'를 만들었고, 1974년 설립된 한국갤럽은 이 협회에 1979년 가입했다.

1979년 협회에 가입하면서 한국갤럽은 지금의 갤럽 박사의 허락을 받아 지금의 갤럽이란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갤럽 박사 생전 협의에 따라 유일하게 로열티를 내지 않는 회사가 한국갤럽이다. 현재 갤럽이란 이름을 쓰는 국가는 아이슬란드갤럽, 파키스탄갤럽, 한국갤럽 등 3개국이다.

1984년 갤럽 박사 타계 이후 1989년 회사가 팔렸고, 미국갤럽은 1993년 독자 사업을 하겠다며 갤럽 인터네셔널을 탈퇴했으며, 한국에는 미국갤럽의 지사가 없다. 자유한국당이 미국갤럽에 항의서한을 보내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다는 얘기다.

이러한 해명에도 자유한국당은 미국갤럽에 보낼 항의서한까지 마련해, 13일 언론에 이를 공개했다. 자유한국당은 "한국갤럽은 미국갤럽과 전혀 상관없음에도 외국의 유명한 여론조사 회사인 '갤럽'이라는 이름에서 주는 막연한 신뢰에 무임승차해 왔음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면서 "한국갤럽이 저조한 정확도에도 불구하고 이름에서 오는 부당한 혜택을 바로잡고 국민들에게 사실을 정확히 알리고자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과 지난주 미국 대선에서 미국갤럽이 지난 2012년 미국 대선 때 23개 여론조사기관 중 정확도 꼴찌를 기록했다며 "미국갤럽 본사의 정확도가 낮다"고 했던 자유한국당이 말을 바꾼 것이다. 한국갤럽 측은 "미국갤럽이나, 갤럽인터네셔널이나 신경쓰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그 곳들은 저희 회사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다 알고 있는 곳"이라고 밝혔다.

③한국갤럽, "20대 총선 예측치 내놓은 적 없어"

자유한국당은 지난 6일 "2000년과 2004년, 2008년에 치러진 총선 때 한국갤럽의 조사 예측결과가 실제 선거 결과와 빗나갔다"고 제기했다. 13일에는 2016년 4·13 총선 당시의 자료까지 제시하며 한국갤럽의 조사가 부정확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한국갤럽은 총선 예측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틀렸다는 것에 대해서는 2010년 지선에서는 조사결과가 틀린 게 맞다. 그 때는 우리 뿐만 아니라 집 전화로 예측했던 모든 조사가 다 틀렸다"면서 "오늘 문제 삼은 20대 총선은 저희가 예측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예측조사는 대선 정도는 예측치를 낼 수 있다. 2012년 대선도, 작년에도 대선 예측치를 냈다"면서 "예측치는 단순 집계 결과가 아니라 투표율을 반영하고 무응답층을 배분해서 나온 수치이고, 우리도 예상득표율 이런 식으로 공표를 따로 한다"고 밝혔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그런데 총선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면서 "워낙에 선거구가 많아 한 회사가 할 수 있는 범위도 아니고, 비용상 자체조사를 다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린 예측치를 낸 게 없는데 사전에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 전에 나온 조사를 비교하면, 그 기간 동안에도 여론은 변하고 있고 무당층 배분도 안 한 결과니 당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④한국갤럽의 편파질문? 언론공표 전제한 질문 아니었다

자유한국당은 한국갤럽이 유도성 정책질문, 편파적인 설문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이 예로 든 사례는 2014년 원격진료에 관한 여론조사, 2013년 ODA(공적개발원조) 여론조사 등이다.

한국갤럽은 자체적으로 진행한 조사가 아니고, 의뢰자가 있는 조사였다고 설명했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두 사례가 모두 클라이언트가 있는 조사였다"면서 "보통 클라이언트가 있는 조사는 언론공표를 전제하지 않고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새로 마케팅 컨셉이 나온다든가 홍보전략을 수립한다든가 하면, 단계적으로 응답자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장점을 제시하거나, 단점을 제시하거나, 장단점을 모두 제시하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면서 "그래서 그런 경우는 언론공표를 전제로 하면 하지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자유한국당이 사례로 든 대한의사협회 질문은 의협 쪽에서 우리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내부자료를 공개한 케이스였다"면서 "그 자료에 대한 공개권한이 우리에게 없다보니 생긴 안타까운 사례였다. 언론공표를 전제로 해 만들어진 질문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⑤한국갤럽 조사에서 자유한국당 지지율 낮은 이유는 '조사방법 차이'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유독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저조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왜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낮게 측정되는 지 이유를 물었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조사방법의 차이로 나타난 현상"이라면서 "지금 여심위에 등록된 여론조사기관 중 조사원 인터뷰로 정기조사를 하는 건 우리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ARS"라고 말했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한국갤럽 조사와 ARS 조사의 응답률을 비교해보면 보통 4배 정도 차이가 난다"면서 "응답률이 높으면 평소에 정치에 관심이 없는 분들도 응답자에 포함이 되는 경우가 나타난다. 그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한국갤럽은 자유한국당의 정치공세에 대해 적극 대응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설립자께서 여론조사기관이 정치공세에 휘말려 조사결과가 아닌 다른 이유로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걸 경계해야 한다고 늘 당부했다"면서 "이런 정치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의 한국갤럽 비난에 대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여론조사 수치를 정치쟁점화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올바른 여론조사 문화 정착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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