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SBS 뉴스토리 작가 해고 논란’과 관련해 SBS 보도본부가 표준계약서를 해고의 무기로 사용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스토리 해고작가들은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고 이한빛 피디의 사망 이후 대책으로 내놓은 표준계약서가 해고에 활용됐다”며 “SBS는 공식적인 사과, 재발 방지 대책, 관련자 징계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SBS는 지난달 22~23일 양일간 뉴스토리 작가 7명의 중 4명에게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했다. (관련기사 ▶ 방송작가협의회 "SBS 뉴스토리, 계약종료 아닌 부당해고")

기자회견에 참여한 뉴스토리 해고 작가들은 SBS의 계약서에 대해 지적했다. 해고작가들의 법률대리인인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김수영 변호사는 “표준계약서는 방송작가, 방송사, 제작사가 18차례 회의를 거쳐 만든 것”이라며 “하지만 SBS는 표준계약서의 취지에 어긋나는 조항을 넣었다”고 지적했다.

표준계약서 원본과 변형된 SBS 계약서. SBS 계약서는 합의 대신 계약 증시 종료 문구가 들어가있다.(미디어스)

문제가 되는 조항은 ‘방송작가 집필 표준계약서’ 제4조 2항이다. 표준계약서 원본은 “계약 기간은 개편, 편성변경, 원고수정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해 변경할 수 있다”이다. 하지만 SBS가 제시한 ‘SBS 방송작가 집필 표준계약서’ 제4조 2항은 “계약기간 중 개편, 편성변경, 프로그램 폐지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계약만료일 이전이라도 계약이 즉시 종료될 수 있다”이다. ‘합의’라는 문구가 ‘즉시 종료 가능’으로 바뀐 것이다.

여기에 대해 김수영 변호사는 “합의라는 문구는 양자 간의 의견이 통일되지 않는다면 기존 계약대로 간다는 뜻이다”며 “이 내용 모를 리 없는 SBS가 합의 대신 즉시 계약 종료라는 문구를 넣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 느낀다”고 강조했다.

저작권과 관련한 표준계약서와 SBS 변형 계약서. SBS 계약서에는 저작권이 모두 회사로 귀속된다는 문구가 들어가있다(미디어스)

SBS가 제시한 표준계약서에서 저작권도 작가의 몫이 아니라 회사로 귀속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작가 집필 표준계약서’ 제15조 1항은 “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의 귀속은 저작권법 등 관련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르되 원고료, 제작비, 창작 또는 제작기여도, 신탁단체와의 협약 내용 등을 고려하여 당사자가 협의하여 달리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SBS 방송작가 집필 표준계약서’ 제14조 1항에 따르면 “모든 저작재산권은 방송사에 귀속된다”고 되어 있다. 그동안 작가협회에 가입한 작가는 저작권을 협회에 신탁해왔다.

방송사 구성작가협의회는 “표준계약서가 말하는 저작권법에는 방송프로그램 저작권은 방송사에, 원고 등에 대한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며 “SBS에서 변형한 계약서는 모든 원칙을 다 변질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리메이크나 출판, 원작을 바탕으로 한 파생상품 등 2차 저작물의 경우 작가의 고유한 권한이다”며 “SBS의 처사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협회 차원에서도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스토리 작가들은 계약서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지만 고쳐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해고작가 A씨는 “SBS가 제시한 계약서의 계약 기간은 2달짜리였다. 이유를 물으니 형식적 계약서이니 사인 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작가들은 계약서를 받아본 적이 없다. 계약서를 쓰는 문화가 없었다”며 “이번에 거의 최초로 계약서를 썼는데 그걸 빌미로 해고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SBS는 “불가피한 계약 종료이지 부당해고가 아니다”며 “작가들에게 개별적으로 면담을 신청해 이런 내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13일 열린 'SBS 뉴스토리 해고 작가진 기자간담회' (연합뉴스)

해고 작가 B씨는 이번 계약서가 작가 해고용이라고 주장했다. B씨는 “계약서에 서명한 후 문제가 되는 부분을 수정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수정된 계약서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SBS 뉴스토리가 연말부터 개편 준비를 했는데, 마침 표준계약서를 돌려야 하니 그 도구로 활용한 것이 맞는 것 같다”고 전했다.

구성작가협의회는 “표준계약서는 작가의 권익을 더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최소치만 지켜달라는 것”이라며 “오랜 기간 거쳐 만든 표준계약서를 있는 그대로 실현해달라”고 요구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선 “성명서 내고, 변형된 표준계약서에는 서명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또 3월 22일 표준계약서에 대한 설명회를 가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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