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월드컵 원정 첫 16강 진출은 여러 가지로 큰 의미를 갖습니다. 아시아 축구의 자존심을 지켜낸 것은 물론 일부 외신들로부터 안방 호랑이라는 비아냥을 벗어내며 세계 축구의 중심으로 거듭나는데 성공한 점을 들 수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 축구는 세계 축구계로부터 저평가를 받아왔습니다. 2002년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르기는 했지만 홈 이점을 얻었다면서 상대적으로 비판적인 시각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서도 해외 베팅 업체, 축구팬들 사이에서 B조에서 16강에 오를 팀으로 한국을 꼽는 사람은 가장 적었습니다.

▲ 대형 태극기 아래 각오를 다지는 허정무호 축구대표팀 (사진-김지한)
하지만 이 같은 비판을 보기 좋게 잠재우며, 진정한 축구 강국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압박 축구,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조직 플레이, 그리고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짧은 패스를 통한 공격적인 축구는 한국 축구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강한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1-4로 대패했지만 흔들림 없이 곧바로 전열을 가다듬었고, 자신감 넘치는 경기력으로 나이지리아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목표 했던 원정 첫 16강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아시아 최고의 팀이라는 자존심을 지켜낸 것도 의미 있었습니다. 이번 남아공월드컵에 출전한 아시아 네 팀 가운데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팀은 한국이 유일했습니다. 월드컵에서 두 번이나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한 것도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여서 '아시아의 자존심'다운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유럽, 남미를 제외한 제3세계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16강을 확정지은 것도 돋보였습니다.

'진돗개' 허정무 감독의 국내파 첫 16강 쾌거도 이번 월드컵에서 얻은 성과였습니다. 특유의 뚝심을 앞세워 흔들림 없는 팀 운영을 보여준 허 감독은 국내파 감독은 안 된다는 편견을 보기 좋게 깨고 의미 있는 발자국을 남기며, 한국 축구에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자율과 소통을 앞세워 신-구 조화를 이뤄냈고, 그동안 이전 감독들이 실패했던 전술을 어느 정도 정착시키면서 빠르고 세밀한 축구를 구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아르헨티나전 패배로 한때 논란이 있었지만 승부사 허정무 감독의 리더십은 월드컵 16강 달성으로 재조명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나아가 국내파 감독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계기가 돼 한국 축구계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보입니다.

세 가지 의미에서 16강 진출의 쾌거가 더욱 돋보였던 한국 축구. 이제는 원정 첫 8강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또 한 번 출발 선상에 서 있습니다. 원정 첫 16강 진출만으로도 상당히 의미를 가져다 준 한국 축구의 성과가 앞으로 치를 경기에서도 더 많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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