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개그맨에서 가수로 전업한다는 곽현화의 개인 홈피가 해킹당해서 사진이 불법유출 됐다는 떠들썩한 뉴스가 있었다. 그 소식을 접한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단박에 이것이 흔한 엄살 마케팅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누가 해킹해서 숨겨진 사진 일부만 유출하겠는가 말이다. 더군다나 그 유출됐다는 사진은 누리꾼들의 집요한 추적에도 불구하고 찾아내지 못했다. 언론에 공개된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특별히 가창력으로 승부볼 생각이 없다는 복선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만일 이 곽현화라는 이대 나온 가수가 노래를 기가 막히게 잘한다면 유출됐다는 사진을 굳이 언론사마다 돌려가며 눈물을 찍어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아닌게 아니라 28일 음원 공개에 앞서 티저 이미지를 공개했다. 연예계에 별 관심 없는 사람이라면 이 티저를 보고 이 사람이 앞으로 가수를 하겠다는 사전예고로 생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해킹당했다면서 발은 왜 동동거렸을까 싶을 정도로 화끈하게 벗어젖혔다. 대체 목을 팔겠다는 건지 몸을 팔겠다는 건지 종잡을 수 없다.

물론 아직 제목까지도 범상치 않은 곽현화의 노래 싸이코(psycho)가 엄청난 명곡이고, 감동을 주는 뛰어난 보컬실력을 보여줄 수도 있다. 둘 중 하나만 뒷받침된다 하더라도 아이돌 그룹 아니고는 뜨기 어려운 한국 가요계에 새로운 샛별로 떠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기대감은 솔직히 크지 않다. 어느 정도는 하니까 가수로 나섰겠지만 소속사가 단 한 번도 가창력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 때문이다.

여자건 남자건 벗는 것에 자체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이 대중에게 심리적 위안과 물리적 해방감을 준다면 딱히 나쁠 것은 없다. 문제는 지면에 소개되는 벗은 몸들이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도 그대로 노출된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것뿐이다. 성인들 세계에서는 그보다 훨씬 강한 것들로도 자극이 되지 않는 세상이 아닌가.

공개된 티저보다도 촬영과정이 더 화끈했을 곽현화의 헐벗은 가슴과 엉덩이는 그러나 그다지 감동적이지 않다. 사람의 피부라기보다는 고무인형에 기름을 바른 것 같은 질감이 저렴해 보인다. 요즘 세상에 팔지 못할 것이 없다지만 기왕 보여주기로 작정했다면 좀 고급스러웠다면 좋았을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곽현화의 미니홈피사진 유출사건은 자작극이라는 혐의를 벗어나긴 어려워졌다. 자극적인 포즈의 사진으로 가수 이미지에 상처를 입었다면서 더 강한 티저를 내보낸 것 자체가 문법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철지난 표현이지만 참 ‘아햏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노래도 들어보지 않고는 위험하고 성급하겠지만 결과가 좋을 것 같지는 않다. 감이 그렇다. 좋은 노래와 가수의 탄생은 보통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가수로서 인지도가 낮아 가능성은 적지만 28일 이전에 음원유출은 또 없을까 모를 일이다. 늑대소년의 우화를 읽지 못했다면 가능한 일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