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검찰이 제시한 혐의는 다양하다. 뇌물수수, 조세포탈, 역외 탈세, 직권 남용, 국정원 특활비 수수, 군과 국정원의 대선 개입 등등이다. 이것만 해도 많다 싶을 수 있겠지만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서 좀 안다 하는 사람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입을 모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수식어 ‘사자방’ 비리가 여기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사자방, 다시 말해서 4대강 비리, 자원외교 비리, 방산비리를 의미한다. 그중 하나인 자원외교의 문제점을 MB 전문기자 주진우가 진행하는 MBC <스트레이트>가 보도했다. 인수 당시 부채를 2조원을 안고 있었던 부실기업 하베스트를 4조 5천억이나 주고 인수한 의혹이다.

MBC 시사프로그램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부실 인수에는 크게 세 가지의 의혹이 존재한다. 첫째,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 직전 석유공사의 유전 평가 방식이 대단히 후하게 변경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로써 지구상에 산재한 어떤 유전이라도 석유공사의 기준에는 우수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수상한 변경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유전이 아닌 기업 전체를 인수해 문제가 된 것이 바로 하베스트 사건이다.

하베스트 인수의 두 번째 쟁점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하베스트의 고자세에 결국 인수를 포기하고 귀국한 석유공사 사장이, 귀국 당일 최경환 장관을 만난 이후 고작 사흘 만에 인수 협상을 마무리했단 점이다. 물론 5천억 원이나 인수가격을 올린 후의 결과였다. 이것이 바로 두 번째 의혹이다.

세 번째 의혹은 바로 랜드맨, 다시 말해서 브로커가 누구냐는 것이다. 73년에 만들어져 골동품이나 다름없는 유전도 모자라 부실기업 전부를 인수한 석유공사지만 이런 거래에는 반드시 브로커에게 수수료를 내게 된다고 한다. 처음 2조 5천억 원에서 시작해 42일 만에 두 배 정도로 불어난 인수금액은 당연히 하베스트 주주들에게 큰 이득이 되겠지만 수수료를 받는 브로커에게도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 브로커가 받았을 수수료는 2천억 원이다.

MBC 시사프로그램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이렇게 인수한 하베스트는 이후로도 부실기업답게 엄청난 적자를 내고 있다. 현재 누적적자가 4조 원에 이른다. 인수비용과 더하면 거의 10조 원 가까운 손실을 보고 있다. 석유공사는 세금으로만 운영되는 기업이다. 다시 말해서 국민혈세 10조 원을 날린 것이다. 이런 엄청난 사건에도 석유공사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은 분노를 넘어 허탈에 빠지게 한다.

무엇보다 하베스트를 포기하기로 했던 석유공사가 귀국일 최경환 전 장관을 만난 이후 태도를 바꿔 무조건 인수로 나선 배경이 이 부실인수의 핵심이라고 할 것이며, 당연히 강도 높은 수사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또한, 당시 실세였던 박영준 총리실 차관도 석유공사를 압박했다는 <스트레이트>의 보도 역시 귀담아들어야 한다.

한국 정부가 해외 자원에 투자한 이래로 이명박 정부 이전까지의 30년 동안 총 투자금액은 3조 천억이다. 반면 이명박 정부 5년간 자원외교라는 명목으로 해외로 빠져나간 도는 무려 26조 원이 넘는다. 대부분 하베스트 인수와 크게 다르지 않은 국부 손실의 결과로 이어졌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은 어쩌면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나 방산비리에 비하면 오히려 작아 보일 지경이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자원외교와 방위산업 비리는 영원히 규명할 수 없다. <스트레이트>의 분발을 기대하게 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