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민기가 법의 심판을 받지 못하게 됐다. 오늘 오후 4시 5분 경 광진구의 한 대형 주상복합건물 지하 1층 주차장 내 창고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됐기 때문이다. 12일 경찰 출두를 앞두고 심적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 조민기에 대한 혐의는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종결된다.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조민기는 마지막 순간까지 ‘무책임한 사람’으로 남게 되었다. 그의 성추행 혐의를 용기 내서 폭로한 첫 ‘미투’ 폭로에 대한 초반 대응 때문이다.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교수로 재직 당시 제자를 성추행한 사실이 미투를 통해 폭로되었을 때, 조민기는 반성하는 자세를 보이질 않았다.

배우 故 조민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리어 허위사실 유포 명분으로 미투 고발자를 겁박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만일 당시 조민기가 모든 책임을 통감하고 깊이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다면 추가 미투 폭로는 어느 정도 이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어리석게도 조민기는 뻔뻔하게 대응하다 추가 미투 폭로로 말미암아 돌이킬 수 없는 이미지 실추를 겪는다.

조민기에겐 이제 공소권이 적용되지 못한다. 이에 따라 미투 폭로자 및 성추행 피해자들이 바랐을 조민기의 법적 처벌은 불가능하게 됐다. 조민기에게 상습적으로 추행을 당해온 피해자는 조민기의 민낯이 폭로돼서 그가 정당한 법의 심판을 받길 바랐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최악의 길은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조민기는 <아빠를 부탁해> 같은 가족 예능으로 시청자에게 인간적인 부녀상을 심어줬다. 그런데 조민기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함으로써 그의 남은 가족들은 가장의 자살, 아버지의 잘못된 선택이라는 멍에를 평생 지고 갈 수밖에 없게 됐다. 문제가 심각한 건 조민기의 잘못된 선택을 처음 알린 사람이 불행히도 그의 아내였단 점이다.

극단적인 선택으로 남은 가족들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겼다는 점에서도 조민기는 마지막까지 무책임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살아서는 제자들에게 못할 짓을 하고, 끝내 잘못된 선택으로 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긴 조민기는 무책임한 사람으로 기억되게 됐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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