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에게도 배우들에게도 즐거운 추억인 <순풍산부인과>가 유독 한사람에겐 충격과 공포로 남아있었다. 바로 천방지축 꼬마 '미달이'역을 맡았던 김성은이 그러하다. 극중 ‘미달이’로 출연해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어린 나이에 지나친 관심이, 그녀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부담과 스트레스로 이어졌던 것이다.
22일 밤 방송되는 EBS <다큐프라임-10대 성장 보고서 2부> ‘이상한 봄, 사춘기’에 출연한 김성은이, 사춘기시절 '미달이'이라는 자신의 별명과 그에 따른 지나친 주변의 관심으로 인해, 우울증을 겪고 자살충동을 느꼈을 뿐 아니라, "미달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칼로 찌르고 싶었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털어놔 화제가 되고 있다.
물론 현재 스무살 대학생이 된 김성은은, 사춘기를 지나고 난 뒤, 다 털어낼 수 있었다며, '미달이'라는 틀에 갇힐 수밖에 없던 시간을, 조금 더 일찍 인정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동시에 그 시기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라며, 한층 성숙해진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요즘 TV를 보면 캐릭터전쟁이라 할 만큼, 드라마든 예능이든 눈에 띄는 캐릭터를 잡기 위한 출연자들의 노력을 읽을 수 있다. 잘 잡은 캐릭터는 '미친존재감'으로, 때로는 예능의 단골손님으로 출연섭외가 쇄도한다.
'미달이', 누구나 탐낼만큼 얼마나 멋진 캐릭터인가. <순풍산부인과>의 미친존재감 미달이. 그러나 정작 김성은에 대한 배려가 없었던 이름이 바로 미달이다. 시트콤에선 출연자의 본명을 쓴다. 경우에 따라 성은 틀리되, 이름은 같다. 정배와 의찬이도 이름은 멀쩡한데, 김성은은 희화화하기 좋은 미달이였다. 얼마전 종영한 <지붕뚫고하이킥>에서도, 아역 신애는 본명인 반면, 해리는 진지희가 본명이었다.
이름, 별명이 놀림의 대상이 되고, 사람의 인성까지 좌지우지하는 케이스를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사춘기 시절, '미달이'로 인해 자살충동에, 자신을 미달이로 부르면 칼로 찌르고 싶었다는 김성은. '미달이'라는 선입견과 비하에서 얼마나 벗어나고 싶었으면 그랬을까. 극중에서 미달이가 아니라 본명 성은이로 나왔다면, 그녀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도 받아드리는 그녀도 조금은 덜하지 않았을까.
송혜교는 혜교, 신세경은 세경으로 나왔는데, 성은이 미달이, 지희는 해리로 나왔다. '미달이'는 사라져야 한다. 어리니까 무슨 이름을 갖다 붙여도 상관없겠지라는 제작진의 안이한 생각. 아역연기자를 극중에서 어떤 식으로 이용할까만을 생각했을 뿐, 정작 한 인격체로 바라보고 장래를 생각하는 데엔 소홀했던 이름 '미달이'. 진지희마저 해리, 빵꾸똥꾸로 제2의 김성은의 상황을 맞는 건 아닐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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