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길환영 전 KBS 사장과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가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들을 "문재인 정권의 폭압적 언론탄압과 언론장악의 가장 큰 피해자이자 상징적 인물들"이라고 소개했지만, 사실이 아니란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길 전 사장의 경우 박근혜 정부 시절 보도통제 의혹이 확산돼 KBS 이사회로부터 해임 당한 인사다. 당시 KBS 이사회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이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9일 오전 열린 자유한국당 영입인사 입당식. 왼쪽부터 길환영 전 KBS 사장, 김성태 원내대표, 홍준표 대표,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 송언석 전 기재부 차관. (연합뉴스)

9일 오전 자유한국당은 길환영 전 사장과 배현진 전 아나운서, 송언석 전 기획재정부 차관을 공식 영입했다. 이 자리에서 홍준표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방송탈취 정책에 대해 국민적 심판을 받아보고자 한다"면서 "세 분 영입을 계기로 앞으로 6·1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위한 인재 영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길환영 전 사장과 배현진 전 아나운서는 문재인 정부가 '방송장악'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길 전 사장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민들은 안보와 외교, 경제, 모든 면에 있어 대단히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면서 "그 과정에 좌파진영에 의한 언론장악으로 올바른 여론형성이 차단된 상황"이라고 비난했다.

배현진 전 아나운서는 "제가 뉴스데스크 앵커를 맡던 지난 2012년, 민주노총 산하 MBC 언론노조가 주도한 대규모 파업 당시 뉴스데스크 앵커였던 저는 노조가 주장하던 파업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면서 "그리고 파업 참여 100일 만에 파업 불참과 노조 탈퇴를 전격 선언했다"고 말했다.

배현진 전 아나운서는 "이후 저는 인격적으로 몹시 모독감을 느낄만한 각종 음해와 공격을 받아오고 있다"면서 "약 석 달 전엔 정식 인사통보도 받지도 못한 채로 8년 가까이 진행해온 뉴스에서 쫓겨나듯이 하차해야 했다. 그 이후 저는 모든 업무에서 배제된 채로 회사 모처의 조명기구 창고에서 업무 발령을 기다리며 대기 상태로 지내왔다"고 전했다.

배현진 전 아나운서는 "저와 파업을 반대했던 동료 언론인들은 세상이 잘 알지 못하는 부당한 일들을 온몸으로 감당하는 처지가 됐다"면서 "MBC 안에서 각자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 받을 수 있는 자유는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배 전 아나운서는 "제가 몸담았던 MBC를 포함해 공영방송이 국민의 방송이 될 수 있도록 제가 역할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면서 "자유의 가치를 바탕으로 MBC가 바로 서고, 본연의 모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이 길이 국민의 길이라는 각오로 주어진 역할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입당한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입당식에 앞서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길환영 전 사장과 배현진 전 아나운서에 대해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가이자 자기 분야에서 큰 업적을 남긴 검증된 분들"이라면서 "길 전 사장과 배 전 앵커는 문재인 정권의 폭압적 언론탄압과 언론장악의 가장 큰 피해자이자 상징적 인물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의 평가와 달리 길환영 전 사장은 박근혜 전 정부가 내세운 KBS 이사들에 의해 해임됐다. 이를 문재인 정부의 언론탄압 결과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길 전 사장은 세월호 참사 당시 보도본부장, 보도국장, 편집주간, 취재주간을 불러 "해경을 비판하지 말라"고 지시하는 등 보도통제를 자행했다. 김시곤 전 국장에게 "청와대에서 사표를 받으라고 했다. 거역하면 나도 살아남을 수 없다"고 종용하기도 했다.

배현진 전 아나운서의 경우 본인이 입당식에서 밝힌 대로 MBC 파업 당시 동료들을 등지고 방송에 복귀했던 인사다. 본인이 주도적으로 나선 것은 없지만, 김재철, 안광한, 김장겸으로 이어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하에서 정권 홍보방송으로 전락했던 MBC의 나팔수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두언 전 의원은 배현진 전 아나운서에 대해 "그냥 셀럽, 유명인사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정 전 의원은 "도대체 하는 일마다 왜 이렇게 일을 하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면서 "유명하면 뽑아줄 것이나 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김현 대변인 서면브리핑에서 "권언유착한 인물 영입으로 자화자찬하는 자유한국당의 행태가 목불인견"이라면서 "길환영 전 사장, 배현진 전 아나운서는 박근혜 정부 당시 권언유착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은 인물로, 자유한국당이 이들을 영입한 것은 지지율이 낮은 자유한국당의 대표적인 공천장 남용 사례"라고 말했다.

김현 대변인은 "이들이 유명세만큼 과연 국민의 동의를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면서 "길환영 전 사장과 배현진 전 아나운서는 세월호에 대한 왜곡보도를 지휘하거나 왜곡보도의 나팔수 역할을 해온 사람이다. 배현진 아나운서는 박근혜의 국정농단 보도 당시에도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기 위해 엉뚱한 보도로 실소를 자아냈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언론탄압을 받은 상징적 인물로 이들을 칭송하는 일은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성명을 내고 자유한국당을 향해 "언론장악의 역사를 잊은 정당에게 미래는 없다"고 경고했다. 언론노조는 "언론노조는 자유한국당이 길환영 전 사장과 배현진 전 아나운서를 영입하고, 그들이 정치적 선택에 따라 특정 정당에 입당하는 것에 대해서도 큰 관심이 없다"면서 "어쩌면 이제야 비로소 자신들이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아간 것일 수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그러나 분명히 할 것은 진실에 대한 것"이라면서 "자유한국당이 지금처럼 소위 '언론장악'을 운운하며, 길환영 전 KBS사장과 배현진 전 MBC아나운서에 대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유한국당이 정권을 갖고 있던 지난 10년 동안의 일을 모른다고 할 것인가"라면서 "그동안 힘겹게 공영방송 KBS와 MBC를 지키기 싸워왔던 구성원들과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염원해온 국민들 앞에서 자유한국당 정권 시절의 KBS 사장과 MBC 뉴스데스크 앵커를 피해자로 둔갑시키려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언론노조는 "자유한국당이 제1야당으로서 진정 ‘언론의 독립’을 바란다면 부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법을 추천 드린다. 언론장악의 역사를 잊은 정당에게 미래는 없다"면서 "자유한국당은 소위 '언론장악' 프레임을 완성시키고자 끊임없이 언론노조를 근거 없이 비난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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