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인 블로거 '디제'님은 프로야구 LG트윈스 팬임을 밝혀둡니다.

지난 주 두산과 롯데로 이어지는 6연전에서 LG는 3승 3패를 거뒀습니다. 주초 2경기에서 연패한 후, 나머지 4경기에서 3승을 거뒀으니 크게 불만스러운 성적은 아닙니다. 하지만 LG의 경기 내용을 보면 현재 선수 엔트리 구성이 최선인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습니다.

6월 20일 현재 LG의 엔트리 구성을 살펴보면 외야수가 지나치게 많고, 투수와 내야수의 인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지명타자까지 포함해 4명밖에 출전할 수 없는 외야수에 7명이 할당되어 있으며, 그 중 6명이 좌타자에 편중되어 있습니다. 내야수는 5명이지만, 1루수와 지명타자만 가능한 박병호를 제외하면 (박병호를 유사시 3루수로 기용하기 위해 수비 연습을 시킨다고 하나, 상무 입대 전 이미 3루수로 실패했던 것이 전례가 있습니다.) 실질적인 내야수 요원은 4명이 불과합니다. 그 중 3명이 선발 출장하니, 경기 종반 대수비 요원이 마땅치 않아 결정적인 순간에 대타를 사용하지 못하며 하위 타순이 ‘쉬어 가는 타순’으로 전락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냉정히 평가하면 도무지 타격감을 찾지 못하는 박용택 대신 투수나 내야수, 혹은 우타 대타 요원을 2군에서 올리는 것이 낫습니다. 이병규, 이진영, 이택근이 타격감을 찾아가고 있고 대타 요원으로는 손인호가 있어 박용택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외야수에 엔트리가 편중되어 있으니 투수 기용 폭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현재 LG의 투수 엔트리를 살펴보면, 봉중근, 박명환, 김광삼, 더마트레, 서승화가 선발 요원이며, 오상민, 이상열, 김광수, 이동현, 김기표가 중간 계투 요원이고, 마무리는 오카모토, 한희는 롱 릴리프와 선발을 오가는 스윙 맨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봉중근 외에 6이닝 이상을 책임질 이닝 이터 선발 투수가 없고, 5명의 중간 계투진 중 확실히 1이닝을 맡아줄 강력한 구위의 투수는 보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선발 투수가 5이닝 안팎으로 강판되면, 승패와 무관하게 5명의 중간 투수들이 매일 같이 마운드에 오르고 있는데, 5월 17일 서승화가 선발 투수로 1군 엔트리에 합류하고 정재복이 말소되면서 중간 계투진은 더욱 엷어졌습니다. 8월 무더위와 함께 본격적인 4강 싸움이 시작될 텐데, 피로 누적이나 부상으로 이탈하는 투수가 나올까 우려스럽습니다. 매일 출근 도장을 찍다시피 하는 5명의 중간 계투진의 부담을 덜기 위해 2군에서 선발 등판하는 투수를 1군에 수혈하는 것도 검토해볼만 합니다.

선발로 1군에 올라온 한희가 롱 릴리프로 돌아서면서, 시즌 전 박종훈 감독이 천명했던 투수 보직의 고정 운용 방침은 실질적으로 폐기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연하게 투수 기용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구속이 떨어지는 약점을 보완하지 못한 채 제구가 안정적인 장점을 상실한 한희는 타력이 강한 팀을 상대로는 롱 릴리프로 기용하기도 어렵습니다. 한희에게 패전 처리를 맡길 바에는, 구속이 140km 중반이 넘는 2군의 젊은 투수를 올려 장기적인 관점에서 육성하는 편이 낫지 않나 싶습니다.

아울러 몇몇 붙박이 주전 선수들의 기용 방식도 재고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를테면 이대형은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붙박이 선발 출장하고 있는데, 최근 타격감이 떨어져 볼넷과 도루를 얻는 횟수도 감소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작년처럼 이대형을 2번 타순에 기용하여 분위기를 일시적으로 전환시키거나, 중견수로 이택근을 기용하고 이대형을 결정적인 순간에 대주자로 기용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3년 연속 전 경기에 출장하는 이대형을 경기 내내 출장시켜 체력적인 부담을 가중시키기보다 경기에는 출장시키되 유연하게 기용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2010 프로야구가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LG는 31승 1무 35패로 5위 롯데에 게임차 없이 밀리며 6위를 기록 중이지만, 공동 3위 기아 및 삼성과 2.5게임차에 불과합니다. 중위권이 혼전 중이며 각 팀의 약점이 뚜렷하여 3위를 바라보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주중 3연전 상대가 7전 전패의 선두 SK인데, 바꾸어 말하면 LG가 이길 때도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LG의 선발 로테이션은 서승화 - 박명환 - 봉중근으로 예상됩니다. 박명환보다는 서승화의 선발 등판 경기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강한 구위에 비해 제구가 들쭉날쭉하지만, 바로 그 예측 불가능한 제구로 인해 SK 타선이 고전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앞선 2연전에서 1승 1패를 할 경우에는 목요일 에이스 봉중근 등판 경기에서 승리하며 위닝 시리즈를 가져갈 수 있지만, 두 경기를 모두 패하면 6월초 주말 3연전에서 그랬듯이 분위기가 기울어져 목요일 경기 역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것입니다. SK전에서 연패했지만, 경기 내용에서 일방적으로 밀리는 것이 아니라 박빙의 승부 끝에 1점차 패배를 당한 적이 많았습니다. 결국 LG 타선이 얼마나 잔루를 줄이고 집중력을 보이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달아오르기 시작한 이진영과 이택근의 활약을 기대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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