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중이나 방송 후에도 '태왕사신기'는 수많은 뉴스를 양산해 냈다.

43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제작비와 수년간의 기획·제작 기간을 거친 '블록버스터급' 드라마요, 방송도 끝내기 전에 일본 방송을 탄 '한류 재점화' 드라마이자 일본의 극장 상영관에까지 걸린 '멀티 콘텐츠' 드라마 등. 하지만 이 중에서 가장 눈에 띈 뉴스는 이 드라마를 통해 6년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톱스타 배용준에 관한 것들이었다.

이 드라마에서 환웅과 담덕(광개토태왕) 역을 맡은 그의 연기 컨셉은 '부드러운 카리스마'였다. 표리부동한 이 표현은 배용준의 드라마 컴백을 칭송하는 찬사가 됐다. 그의 회당 출연료도 논란이었다. 0~2억5000만원을 오가며 뉴스와 반박을 만들어냈다. 다들 '욘사마' 배용준에 관한 것이었고, 결국 이들 뉴스는 '욘'비어천가와 진배없었다.

▲ MBC '태왕사신기' ⓒMBC
그러나 아쉬움도 지울 수 없다. '태왕사신기'와 배용준은 역사적 인물을 재해석하는 데 소홀했다. 제작진은 역사 해석에 대한 문제제기를 '퓨전사극'이라는 말로 교묘하게 피해갔다. 사극은 그 앞을 무엇이 수식하든 역사적 인물을 그리는 데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사극은 사료 속 '팩트'와 '팩트'의 간극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매끄럽게 엮어내면서 드라마가 된다. 그 팩트를 뒤집고, 갈무리하는 것은 오만과 다를 바 없다.

'태왕사신기'의 담덕은 역사적 인물로, 우리 역사에 몇 안되는 영웅 중 하나다. 외세와 싸워 대륙을 평정한 웅비의 광개토태왕을, 고작 고구려인 호개의 내란을 평정한 '내란평정대왕'으로 그린 발상 자체가 문제다. 호개를 제외하면 현재 중국에 위치했던 또다른 우리 땅 외백제를 친 것이 전부다. '태왕사신기'의 인기는 광개토태왕의 위상 추락으로 이어진 셈이다. 중화권과 일본에 팔아야 할 상품 '태왕사신기'가 지닌 태생적 한계다.

배용준의 연기 역시 '겨울연가'의 준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환웅과 담덕의 캐릭터를 배용준이 연기할 수 있는 연기 폭에 맞추다보니, '욘사마' 이상을 만들어낼 수 없었다. 김종학 감독이 “배용준은 '태왕사신기'에 출연료 없이 참여해 부가사업을 같이하기로 한 사업 파트너”라는 말이 드라마가 끝날 쯤 이해가 됐다. 김감독 말대로 배용준은 연기자가 아니라 사업가였다.

왜곡의 기미가 농후했던 드라마 '태왕사신기'는 끝내 시청자와의 약속인 편성 시간마저 지키지 못했다. 제작진은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서라고 핑계를 대지만, 방송시간 몇 분 전까지 완제품을 납품하지 못한 것은 부실의 여지를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효율성면에서도 아쉬움 작품이다. 430억원이 들어간 24부작의 드라마로 화제를 모았지만 평균시청률은 27%에 불과했다. 대대적인 홍보와 찬사로 점철된 평가 속에 벌인 잔치는 '속빈 강정'만 가득했다.

이 드라마는 배용준에 '충분히' 기댄 드라마였다. 굳이 배용준이 광개토태왕을 연기했어야 했을 까. 그냥 쥬신왕이었어도 모든 결과는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여전히 유능한 연출가인 김종학 감독과 발굴의 글재주를 가진 송지나 작가, 아시아 스타임을 부인할 수 없는 배용준의 조합만으로도 화제와 기대는 차고 넘쳤을 게다. 애써 역사 밖으로 끌어낸 광개토태왕의 초라한 퇴장이 못내 아쉽다. 그래서 태'사기' 유감이요, '욘'비어천가 반감이다.

‘리포터’보다는 ‘포터’가 더 많아 보이는 세상, ‘날나리’라는 조사가 붙더라도 ‘리포트’하려고 노력하는 연예기자 강석봉입니다. 조국통일에 이바지 하지는 못하더라도, 거짓말 하는 일부 연예인의 못된 버릇은 끝까지 물고 늘어져 보렵니다. 한가지 변명 … 댓글 중 ‘기사를 발로 쓰냐’고 지적하는 분들이 있는 데, 저 기사 손으로 씁니다.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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