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대표 간담회 자리에서 '미투운동'이 정치 기획이라는 부적절한 발언으로 도마에 올랐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홍 대표가 피해여성에 대한 2차 가해를 한 것이라며 사과를 촉구했다.

7일 청와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만나는 오찬 간담회가 열렸다. 홍준표 대표는 임종석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에게 "안희정이 그렇게 되는 것 보고 이놈의 정치 참 무섭다. 안희정 사건 터지니까 밖에서는 임종석이 기획했다고 하더라"라며 미투운동이 청와대의 정치 기획이라는 것처럼 발언했다. 회동 이후 해당발언의 취지를 묻는 기자들에게 홍 대표는 "농담이었다"고 답해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의에서 `Me Too' 지지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8일 CBS라디오'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러면 폭로를 했던 피해자는 정치기획의 도구였다는 얘기인가. 이것이야말로 전형적인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며 "어떻게 그런 얘기를 농담으로 하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대표는 "공당의 대표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얘기를 했다"며 피해여성과 임 실장에 대한 홍 대표의 사과를 촉구했다.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투운동'은 문화예술, 교육, 종교계를 넘어 여의도 정치권까지 확산됐다. 특히 보수진영은 안희정 전 지사, 정봉주 전 의원 등 진보 진영의 유명 정치인들이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이를 진영논리로 공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이번 일에 대해서도 아떤 정치적 문제들로 비하되고 있는데 그것보다 앞서서 권력의 정점에 있는 정치인들부터 소홀히 여기거나 가볍게 다루지 않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진영 공방으로 흘러가는 것은 수많은 여성 피해자들에 대한 2차, 3차 가해가 이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통계상 지난 5년간 정치인 성추행 파문 사건이 드러난 것만 28건이라고 했다. 갑자기 터져나온 폭로들이 아니고, 개인의 인권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정치인들이 이를 진영논리로 바라보는 것을 지양하고 성찰하는 태도를 보여야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청와대 간담회 자리에 참석한 여야대표 중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도 미투운동과 관련해 "어쨌든 지금 발을 뻗고 잘 수 있는 것은 여자들"이라며 안일한 시각을 내비쳤다. 이는 2차 가해와 생계의 위협을 무릅쓰고 어렵게 폭로에 나선 피해여성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한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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