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 전 의원과 '나꼼수'를 진행했던 방송인 김어준 씨의 미투운동을 향한 부적절한 발언이 함께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김 씨는 미투운동에 대해 '공작설'을 제기해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일각에서는 김 씨가 일부 정치인에 대해 미투가 제기될 거란 걸 미리 알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흘러나온다.

▲7일 오전 11시로 예정된 정봉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 선언이 프레시안의 성추행 의혹 제기 이후 돌연 연기됐다. (연합뉴스)

7일 오전 프레시안은 <[단독]"나는 정봉주 전 의원에게 성추행 당했다"> 기사를 게재했다. 프레시안 보도에 따르면 정 전 의원은 당시 기자 지망생으로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애청자였던 A씨를 호텔로 불러내 강제 성추행했다. 정 전 의원은 A씨가 기자가 된 이후에도 "정치인 대 기자로서 해줄 얘기가 있다"며 만남을 요구했다고 한다.

프레시안 보도에서 정봉주 전 의원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답변할 이유가 없다"며 "명예훼손 등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초 정 전 의원은 7일 오전 11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었으나, 보도가 나온 뒤 돌연 출마 선언을 연기했다.

문제는 이에 앞서 '공작설'을 제기한 김어준 씨의 발언이다. 김 씨는 지난달 24일 자신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에서 "예언을 할까 한다. 최근 전개되고 있는 미투운동과 같이 위계에 의한 성범죄 뉴스가 많다"면서 "그런데 공작의 사고방식으로 보면 어떻게 보이냐. '첫째 섹스, 좋은 소재이고 주목도 높다. 둘째, 진보적 가치가 있다. 그러면 피해자들을 준비시켜 진보매체를 통해 등장시켜야 겠다. 문재인 정부의 진보적 지지자들을 분열시킬 기회다' 이렇게 사고가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인 김어준 씨. (연합뉴스)

김어준 씨의 발언에 대해 당시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어떻게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지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피해자들의 인권 문제에 무슨 여야나 진보, 보수가 관련이 있나. 진보적 인사는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어도 방어하거나 드러나지 않게 감춰줘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김어준 씨는 "미투를 공작에 이용하려는 사람이 있다고 했지 미투가 공작이라고 한 게 아니지 않느냐"고 해명했다.

이후 김어준 씨가 공작설을 제기한지 9일 만인 지난 5일 JTBC에서 안희정 충남지사의 성폭행 파문이 터져 나왔다. 안 지사가 자신의 수행비서를 8개월 간 4차례 성폭행했고, 수시로 성추행했다는 보도였다. 이어 6일 오후에는 역시 민주당 소속인 안병호 전남 함평군수가 3명의 여성에게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세계일보 단독보도가 나왔다. 이어 7일에는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논란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어준 씨가 미투운동 공작설을 제기하기 전 모두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성폭력 의혹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특히 정봉주 전 의원의 경우 김 씨와 함께 '나꼼수'에 참여하는 등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의혹을 더한다.

지난 5일 안희정 지사의 성폭행 파문이 발생했을 당시 작가 손아람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말했던 대로 미투운동의 순수성을 훼손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면, 김어준은 '정말로 안희정 성폭력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게 아니다' 한 마디 정도는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해줬으면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손 씨는 "김어준 예언의 순수성을 훼손하려는 의도는 없다"면서 "그게 피해여성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공작에 동원되는 것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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