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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와 우연을 남발하는 동이, 이젠 지친다[블로그와]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0.06.22 10:05

고대소설과 근대소설을 가르는 경계는 시대도 중요하지만 해당 작품의 구성에 더 큰 요소가 담겨 있다. 몇 가지가 있지만 고대소설을 규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우연과 전지성에 있다. 거꾸로 근현대소설에서 플롯을 진행하는 계기는 개연을 갖춰야만 한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그렇다면 2010년에 시청률 30%대의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드라마가 이런 고대소설의 속성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MBC 월화드라마 동이는 수상한 삼형제 종영 이후 전체 드라마 중에서 시청률 1위 자리에 등극했다. 누구보다 동이의 선전을 기대했던 사람으로서 반가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없지 않다. 막장이라는 단어를 붙일 정도는 아니지만 동이 역시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 군에 들게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고대소설의 특성, 우연과 전지성이 동이에는 거의 매회 사용되고 있어 도대체가 위기상황이 오더라도 긴장감을 느낄 수가 없다.

게다가 상황 묘사도 작가 마음대로 생략하거나 왜곡해버리고 있다. 27회만 놓고 보더라도 중요 장면들이 허술하기 짝이 없다. 가장 중요한 사건인 장희빈의 자해음독사건. 보조출연자 비용을 좀 아끼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친잠례 행사에 감찰궁녀들이 전면에 나서는 것은 동이가 고증사극이 아니라 해도 지나친 무신경증을 드러낸 장면이었다. 이 친잠례가 주로 3월 말 경 즉 추울 때 치른다는 계절의 배경까지는 맞추지 못한다 해도 감찰궁녀들이 주무인 것처럼 그린 것은 아쉽다.

   
 
장희빈의 자해사건이 폐비를 노린 것이고, 이미 유상궁이 정상궁을 모함하기 위한 사전 공작을 꾸민 탓에 친잠례에 감찰궁녀들을 모아놓은 것이겠지만 너무 단편적이고 평면적인 생각이었다. 게다가 음독사건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 사건이 대장금에서도 있었다. 음식으로 왕이나 왕비를 음독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바로 옆에서 기미상궁이 미리 모든 먹을 것이 점검하기 때문이다.

대단히 신묘한 독약을 개발해서 기미상궁은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장희빈에게만 약효를 나타나게 했다면 몰라도 왕비의 음독은 그렇게 쉽게 벌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도 모자라 사건조사를 위해 수라간을 뒤지고 있어야 할 감찰궁녀들에게 금족령을 내린다. 물론 중전시해사건은 감찰궁녀가 아니라 의금부 관할이 맞다. 그러나 차를 마시고 중전이 쓰러졌다면 당연히 수라간이 줄초상을 치르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그런 일에 전문인 감찰궁녀들을 집무실에 모아놓을 여유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또 결정적인 작가 전지의 오류는 차천수가 숙종의 호위무관 네 명을 단숨에 때려눕힌 장면이다. 차천수가 무술고수라는 설정은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조선 최고의 무예가들인 호위무관을 쉽게 제압할 수도 있다고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목숨이 살아 있는데도 왕에게 검을 겨눈 차천수를 그냥 보고만 있다는 설정이 말도 되지 않는다. 임금을 호위하는 자는 무예도 그렇거니와 왕의 위험에 앞서 자기 목숨을 초개와같이 버릴 수 있는 충성심으로 무장된 사람들이다.

그런데 목이 달아난 것도 아닌데 천수가 숙종에게 칼을 겨누는 긴박한 상황에서 바닥에서 신음하면서 바라만 본다는 일은 조선의 무관들을 모욕하는 묘사였다. 사람 좋은 숙종이 그런 천수를 용서할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그런 태만한 호위무관들은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슈퍼맨 차천수도 모자라 왕의 무사들을 바보로 만들었다.

또한 동이의 가장 중요한 사건 전개방식인 아무 때나 나오는 우연은 슈퍼맨인 차천수보다 더 맥 빠지는 요인이다. 의주를 빠져나온 동이는 오래전 내수사에서 빼낸 문서를 숙종이나 서종사관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어떻게든 도성 안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그러나 동이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된 장희재가 온 도성에 동이의 용모파기를 돌려 철저한 기찰을 하는 통에 결국 남장을 하기로 한다. 그렇지만 남장을 한다 하더라도 중요한 얼굴에는 아무런 변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성문을 통과한다는 것 자체가 만용일 정도였다.

   
 
당연히 성문 앞에서 위기를 맞게 되는데 그때 오윤이 나타나 설희를 단박에 알아보고 아는 체를 한다. 8년만에 보는 사람을 단번에 알아본다는 것도 의아한 일인데 도성에 오윤이 나타날 이유가 없는데 등장해서는 동이의 위기만 모면해주고 바빠서 어디론가 간다고 하고 사라진다. 8년만에 보는 설희는 알아채고, 남인들의 생사를 쥐고 있는 동이는 알아보지 못하는 오윤은 최고의 허당으로 등극했다.

이렇게 동이가 위기에 놓인다고 해도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어 좋기는 한데, 드라마 상황에 몰입해서 손에 땀도 쥐고 발도 동동거리는 재미는 없다. 그런데 문제는 매사 이런 식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27회를 끌어오면서 매번의 위기가 우연히 누군가의 도움으로 해결됐다. 이렇게 우연이 밥먹듯이 남발되는 것의 유일한 장점은 사건전개를 빨리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어떻게 된 일인지 동이는 전개를 질질 끈다는 불평을 사고 있다. 우연은 우연대로 남발되는데 정작 나가야 할 진도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동숙커플의 애틋하고 달콤한 연애에 빠져서 참아왔지만 정말 참을 만큼 참지 않았나? 사극명가다운 모습은 언제 보게 될까.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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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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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가다가 2010-07-07 06:48:19

    따지지 말고 그냥 봐요 우리...   삭제

    • 완두콩 2010-06-22 22:49:25

      기자님 말씀이 너무 맞아요. 동이 즐겨보지만,, 억지스러운 우연과 전지성 때문에 정말 보기 싫어질 때도 있어요. 동이와 숙종의 러브라인만 애타하며 보고 있습니다. 제발 좀 구성 좀 치밀하게 해 줬으면 하네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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