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현직 정무비서 김지은 씨의 폭로가 나왔다. 김 씨는 안 지사가 저지른 성폭력은 권력관계에 의한 성폭력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김 씨가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걸 안다"고 밝혀 추가 피해자가 더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안희정 충남지사. (연합뉴스)

5일자 JTBC 보도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해 6월 말부터 안 지사의 수행비서로 근무하는 8개월 동안 4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당하고, 수시로 성추행을 당했다. 안 지사는 성폭행 전후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을 통해 '미안하다', '자니' 등의 메시지를 보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안희정 지사의 김 씨에 대한 성폭력은 주로 수행 일정 이후에 있었다. 안 지사는 러시아, 스위스 출장 등에서 김 씨를 성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지사 측은 "부적절하지만 합의였다. 강제는 아니었다"고 성폭행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안희정 지사는 미투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던 지난달 25일에도 김 씨를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JTBC 인터뷰에서 "지사가 최근에 저를 밤에 불러 미투에 대한 얘기를 했다"면서 "미안하다, 괜찮느냐 얘기했는데, 그날도 그렇게 하셨다"고 폭로했다.

김 씨는 안희정 지사의 성폭력이 권력관계에 의한 성폭력이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저한테 안희정 지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사님이었다. 수행비서는 모두가 '노'라고 할 때 '예스'하는 사람이고 마지막까지 지사를 지켜야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사님이 얘기해주신 것 중 하나가 '네 의견을 달지 마라', '너는 나를 비춰주는 거울이다', '투명하게 비춰라', '그림자처럼 살아라'였다. 그래서 저는 지사님 얘기하는 것에 반문할 수 없었고, 늘 따라야 하는 존재였다"면서 "그래서 권력이 얼마나 크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늘 수긍하고 기분을 맞추고, 지사님 표정 하나하나까지 맞춰야 하는 게 수행비서였기 때문에 아무 것도 거절할 수 없었다. 제가 원해서 했던 관계가 아니다"고 밝혔다.

'합의 하의 성관계'라고 주장한 안희정 지사 측의 주장에 대해 김 씨는 "저는 지사님과 합의를 하고 그런 사이가 아니다"면서 "지사님이 제 상사이시고, 무조건 따라야 하는 그런 사이다. 저와 지사님은 동등한 관계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김 씨는 "SOS를 치려고 여러 번 (동료들에게) 신호를 보냈고, 눈치 챈 한 선배가 혹시 그런 일이 있었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면서 "얘기했었고,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일단 저한테 처음에는 거절하라고 해서 스위스에서 거절했고, 모르겠다고 했는데 결국에는..."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씨는 "지사님이 그런 일이 있고 나서는 저한테 했던 말씀이 텔레그램에 남아있다"면서 "미안하다, 괘념치 마라, 내가 부족했다, 잊어라, 아름다운 스위스와 러시아의 풍경만 기억해라, 항상 잊으라고 얘기를 했기 때문에 제가 잊어야 되는구나, 그래서 저한테는 있는 기억이지만 없는 기억으로 살아가려고 도려내고 그렇게 지냈다"고 털어놨다.

안희정 지사의 성폭력 사실을 폭로하게 된 계기에 대해 김 씨는 "인터뷰 이후에 저에게 닥쳐올 수많은 변화들 충분히 두렵다"면서도 "하지만 저한테 더 두려운 건 안희정 지사"라고 말했다. 김 씨는 "실제로 제가 오늘 이후에도 없어질 수 있단 생각도 했고, 그래서 저의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있는 게 방송이라고 생각했고, 이 방송을 통해서 국민들이 저를 좀 지켜줬으면 좋겠어서, 조금이라도 지켜줬으면 좋겠고,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씨는 "제가 너무 지사와 다른 존재이기 때문에 그 힘을 국민들에게 얻고 싶은 것이고, 벗어나고 싶었다"면서 "그리고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걸 안다.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 씨는 "국민들이 저를 지켜주신다면 그 분들도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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