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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한의 윤창중 구하기에 침묵한 기레기들[전규찬 칼럼]
전규찬 /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승인 2018.03.06 08:11

다스와 삼성 그리고 MB의 퍼즐이 풀려가면서, 미스터리한 한 인물의 베일도 조금씩 벗겨지고 있다. 재벌과 초국적 로펌, 정권의 커넥션을 잇는 핵심 고리, 중간 다리로 의심되는 김석한. 주류매체들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최근까지도 에이킨 검프 변호사, 그의 맹활약에 눈감아주던 기레기들이 갑자기 진실의 전도사인 양 검찰자료를 인용하고 있다.

김석한과 MB 사이에 대체 어떤 거래가 있었나? 삼성은 또 어떻게 끼는가? 우리는 MB 다스 논란을 왜 ‘자본-비선-국가’의 프레임에 놓고 봐야 하는가? 답은 별도의 지면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우선 김 변호사가 이후에 맡은 또 다른 변호의 건을 재정리할 것이다. 초국적 로펌 에이킨 검프가 우리의 일과 연루되는 이상한 반복구조, 복잡패턴을 기록에 남긴다. 

[단독] 진실공방 키맨 김석한 검찰 소환조사 난망 (연합뉴스TV 보도화면 갈무리)

윤창중 구하기 이야기다. 다 아는 사실인가? 박근혜 방미 수행 중이던 윤창중이 청와대 대변인에서 전격 경질된 건 2013년 5월 10일의 일. 주미 대사관 인턴 성추행 때문이라는 충격적인 뉴스이 함께 전해진다. 박 정권의 인사검증능력은 물론이고 도덕성까지도 심각하게 의심케 하는, 모두가 수치스러워 하고 모두를 기막히게 하는 스캔들이 터진다.

충격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두 달 후, <채널A>가 별로 주목받지 못한 ‘단독’을 내놓을 것이다. 김석한을 ‘사기’로 몬 최근 MB측의 일방주장을 ‘단독’으로 낸 바로 종합편성채널이다. ‘미 유력 로펌 김석한 변호사’가 “나라 위해 윤창종 무료 변론”에 나섰다는 보도다. 그 다음 날 <연합>도 전날 통화내용을 기초로 같은 내용의 기사를 내놓는다.

"윤 씨가 미국 법을 잘 아는 변호사를 찾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고 며칠 전 한국에 출장을 갔다가 우연히 그를 만나 변호를 맡기로 했다"는 김 씨의 말을 전한다. 각종 매체들이 이를 인용한다. 재미 한인 변호사가 윤창중 ‘무료 변론’을 맡기로 했다는 사실을 옮긴다. ‘누가’ ‘왜?’라는 기본질문을 갖고 진실을 파고드는 저널리스트는 단 한 명도 눈에 띄지 않는다.

김석한이 누군가? 왜 그가 국가적 스캔들 가해자의 변호에 나섰지? 많은 네티즌들이 ‘무료변론’의 배경을 궁금해 한다. 그러나 아무 것도 모르는 주류매체는 그 어떤 대답도 내놓지 못한다. 취재에 나서지 않는다. 그냥 에이컨 검프 수석파트너이자 ‘통상전문가’로서 한국 대기업의 미국 내 소송을 주로 맡아 온 그의 이력을 짧게 반복하는 게 고작이다. 프로파간다다.

MB가 완전 장악한 공영방송과 지상파TV가 침묵했고, <한겨레> 등 비판지도 무관심했다. <채널A> 등이 "윤 씨보다는 한국의 국가 위신을 위해" 변호를 결심했다는 김씨의 ‘순수한 뜻’을 되풀이할 따름이다. “이런 좋지 않은 사건은 빨리 종결하는 게 한국이나 미국, 당사자들을 위해 좋은 일”이라는 그의 말을 그대로 옮기기에 바쁘다. 일방선전이다.

<중앙>의 2013년 5월 15일자 현지 인터뷰도 마찬가지다. 윤창중의 기소는 “개인이 아니라 대한민국 청와대 전 대변인으로 이슈화된다.” “국가의 위신 문제로 변모하는 셈”이다. “청와대와 주미 한국대사관 등의 전·현직 인물들이 대거 (미국) 법정에 호출”될 텐데, “그게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겠냐?” “한번 훼손된 국격은 회복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사건을 더 이상 확대시키지 않고 빨리 조용히 마무리 짓는 게 중요하다”며, ‘국익’을 주창하는 애국자 변호사로 김석한이 부각된다. 워싱턴DC 유력 로펌 변로사로, ‘국익’에 충실하고 삼성전자 등 여러 한국 재벌들을 소송에서 구했으며, 사실은 MB-다스를 위해 ‘무료변론’도 마다않은 김석한이 윤창중의 ‘무료’ 변호사로 그렇게 또 나선다. 과연 그는 어떤 능력을 보일까?

<한국경제> 장진모 특파원이 “김석한 재미 변호사가 윤씨를 무료 변호하기로 한 것이 수사와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지목된다”며 기대를 표한다. <중앙 선데이>는, 좀 더 구체적으로, 이런 일은 빨리 종결하는 게 좋다는 김 변호사의 말을 재차 반복하면서 다음과 같이 보도할 것이다.

일각에선 윤 전 대변인이 워싱턴 대형 법률회사인 ‘애킨검프’의 수석 파트너 김석한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한 점을 들어 미 사법당국과의 ‘딜’을 통해 사건을 신속히 마무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에서 사회봉사명령 등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재판을 받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방안이다. 

실제로 현실은 김 씨 말대로 되어간다. 워싱턴DC경찰국이 수사종결 후 사건을 검찰로 송치한다. 그런데 사건발생 후 1년이 지나도, 기소결정은 계속 지연된다. 경범죄로 분류될 경우, 사건발생 후 3년인 2015년 5월 7일에는 공소시효가 자동 종료될 것이다! 윤창중은 서울에서 은둔칩거생활을 이어가며, 김 변호사를 통해서만 외부와 접촉한다. 

“미국 검찰이 윤 전 대변인을 외교관처럼 면책특권 적용 대상인 특별사절로 인정해 아예 사법처리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KBS>보도를 통해 흘러나온다. 한편, <한겨레>는 “일각에선 윤 전 대변인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에이킨검프)의 로비력이 워싱턴에서 수위를 다툴 정도로 막강하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들도 들린다”고 쓴다.

이를 취재한 박현 <한겨레> 워싱턴 특파원은, 다른 데서는 찾아보기 힘든 팩트 체크에 나선다. 에이킨 검프가 윤창중 변론에 무려 4명의 변호사를 투입했으며, ‘무료변론’은 전문직종의 사회 무료봉사 활동에 해당하는 ‘프로 보노’(Pro bono)‘ 프로그램에 따른 거라는 사실을 기록에 남긴다. ’프로 보노‘?

미 변호사협회는 회원들에게 매해 50시간 이상의 서비스 참여를 권하는 윤리규정을 두고 있다. 주로 자국 내 극빈층,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봉사다. 에이킨 검프도 자사 홈페이지에 소속 변호사들 중 70퍼센트 이상이 매년 80시간 이상의 시간을 들여 난민신청자와 여성, 가난한 청소년 등을 주 대상으로 한 인권보호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라고 자랑한다. 

그런데 이 서비스를 전직 대한민국 청와대 대변인인 윤창중에게 적용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에이킨 검프는 물론이고 특히 윤창중의 입장에서 특별한 배려임에 틀림없다. 윤창중이 “가난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엄청난 변호사 비용을 감당할 만큼 부자도 아니라는 점을 고려”했다지만, 쉽게 납득은 되지 않는다. 잘 믿겨지지가 않는다.

다스 ‘무료변론’을 위해 삼성 등으로부터 수십억 수임료를 대답 받은 에이컨 검프다. 그런 대형로펌로비회사의 변호사 비용은 시간당 1000 달러 정도에 이를 것이다. 그 몸값 비싼 변호사들이 네 명이나 나서, 사회적 약자·취약계층 서비스 차원에서, 가난하지도 않으며 인권침해 피의자 윤창중에게, ‘무료변론’의 선심을 베풀었다?

2017년 1월 19일 오후 보수단체가 부산역 광장에서 연 대통령 탄핵 기각 촉구 집회에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오른쪽)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왼쪽)이 참석해 있다(연합뉴스)

‘국익’ 위해 나섰다는 김석한은 차치하고, 국가적 스캔들의 외국인을 ‘무료변호’하는 초국적 로펌회사의 이런 적극행보를 어떻게 읽어야 하나? 상식과 이치에 부합되지 않는 일이다. 그러나 국내주류매체는 이 미스터리에 전혀 주목하지 않았다. 이상한 점이 눈에 띄는데도, 무력해진 기레기들은 미동조차 않는다. 그런 저널리즘 죽음의 시절이었다. 진실은 방기된다.

미 검찰이 계속 제자리에 머문다. 반면, 한국사회가 세월호 참사 이후 악몽과 공포에 시달리던 2014년 가을, 윤창중은 “활동 재개 심사숙고”를 세상에 타진한다. 그와 협의한 김 변호사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경범죄의 경우 “공소시효 3년이 지나 사건 자체가 종결되는 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며, 이 사건도 그렇게 마무리될 거라고 은근히 낙관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유죄판결이 있기 전에는 무죄(innocent)가 기본인데, 언론은 그를 사건 초기부터 유죄(guilty)로 단정했다.” “이 사건도 전혀 심각한(serious)한 경우가 아니었다. 남녀 간의 문제고, 진술이 엇갈린다. 담당 변호인으로서는 조용히 넘어가길 바라고 있다. 국익에도 그게 맞는다.”

결국, 윤창중 사건은 그의 예상대로 흐지부지 끝이 난다. 미 경찰이 넘긴 기소의견을 검찰 이 침묵으로 묵살한다. 마침내, 김석한은 <연합>에 2015년 5월 7일 공소시효가 끝나며 기소도 자동 중지됨을 확인시켜 준다. 외교관 면책 특권이 적용된 것이라고, 최근 위싱턴DC 경찰국 팀장은 <TBS>에 나와 밝혔다. 김 변호사가 일찌감치 내놓은 방도 그대로다. 

에이컨 검프 김석한의 ‘무료변론’은 다스 때도 눈부셨지만 윤창중 건에서도 이렇게 빛이 났다. 전자를 한국 주류매체 대다수는 몰랐거나 모르는 체했으며, 후자를 기레기 대부분은 보고도 그렇거니 눈만 껌벅이며 넘겼다. 국가적 추문, 망신거리는 그렇게 초국적 로펌에 덕택에 이상하게 덮였다. MB-다스 때와 똑같이 김석한이 주역이었다.

윤창중이 다시 활개를 편다. 세상으로 나와, 촛불혁명 반대 태극기 무리 속으로 당당히 끼어들었다. 지금도 광장에서 극우의 목청을 높이고 있을 것이다, 한편, 그를 ‘무료변론’해 구제해준 김석한은 삼성 등 재벌이 대납한 돈을 갖고 다스를 구한 또 다른 ’무료변론‘ 건 때문에 곤욕을 치른다. 국내 소환의 위기에 처했다. 두 사람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

지켜볼 수만 없는 우리는 요구한다. 두 번의 ’무료변론‘ 때 모두 침묵한 주류매체, 기레기들의 책임을 묻는다. 사실 추적의 정상저널리즘으로서 무능과 무력의 죄과를 갚을 것이다. ’무료변론‘ 스캔들의 실상을 파악하고, MB-박근혜로 이어진 재벌-초국적 로펌-국가의 커넥션을 진실로써 드러내는 일이다. 반복되는 패턴은 중요하다. ’무료변론‘도 마찬가지지 않은가? 

전규찬 /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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