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 무한도전이 달력특집에서는 유재석의 변화를 요구하더니, 다음주 자리분양 특집을 통해서는 새로운 자리 배치를 통한 자리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자꾸 무한도전은 변화를 외치고 있는데요. 도대체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것일까요? 예능 프로그램의 변화? MBC의 변화? 대한민국의 변화? 그것도 아니면 단순히 무한도전 자체의 변화?

달력특집으로 요구하는 각각 멤버들의 변화

먼저 저는 달력특집을 보면서 그 세트의 구성이나 방식이 참 인상이 깊었습니다. 하얀 세트 속에서 벽면에 은은하게 비치는 각각의 색깔들, 심사위원 위로 달려있는 고급 촛불형태의 조명, 그리고 정면에 심사위원이 자리하고 마주선 무한도전 멤버들이 한명씩 나와 심사평을 듣고 희비가 엇갈리는 그러한 진행 방식까지...

마치 죽고나면 하느님(혹은 옥황상제) 앞에 서서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평가받고 천국행이냐 지옥행이냐를 결정하는 듯한 그런 분위기를 연출하더라구요. 그렇게 마치 그것이 죄가 있냐 없냐를 검증받는 청문회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우승자 1명 혹은 하하의 투입으로 최대 2명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5~6명은 반드시 탈락을 하고 누드모델을 하게 되어있다는 것이죠. 매달 꼴지가 한명씩은 발생을 하고 두 번이 될 경우 영구탈락을 하면, 다음 달에는 그 사람을 제외한 누군가가 또 꼴찌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은 최소 5명에서 최대 6명은 영구탈락을 하게 됩니다. 서바이벌 방식이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볼 수 있겠지요.

그렇게 청문회 같은 분위기에서 매달 촬영분을 평가 받고 봐주는 것은 한번뿐, 두 번 꼴찌를 하면 옷을 벗겨 누드모델을 하게 되는데요. 그런 옷을 벗는 누드모델 벌칙은 그렇게 자신을 가리고 감추고 보호받고 있던 그 옷을 벗고 벌거벗은 몸으로 솔직한 자신, 혹은 모든 허물과 자신의 죄를 벗고 순수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게 자신을 가리고 있던 이미지를 벗고 이제는 변화를 하라는 것이죠.

암튼 저번 주 달력특집에서 프로그램의 주축이자 무한도전의 대통령이라 볼 수 있는 유재석으로 하여금 변화를 대놓고 요구를 했는데요. 유재석은 바로 3월 달에 1등을 하며 그런 변화에 대한 요구를 잘 수용하고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달력특집은 유재석 뿐만 아니라 길과 정준하에 대해서도 변화, 분발을 요구하는데요. 또한 하하 역시 가진 재능에 비해 자신감이 떨어져 많은 것을 보여주지 못한다며 당근을 주고 채찍질을 하고 있죠. 정형돈 역시 기대를 많이 했지만 그 기대치에 못 미치는 모습이었다고 평을 하고 꼴찌를 주기도 했고, 노홍철도 딱 자신의 모습만을 보여줄 뿐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얘기를 합니다.

유일하게 아직까지 기대이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박명수이긴 하지만, 결국 남은 달력분 촬영동안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부족한 점과 보완해야 될 점이 드러나겠지요. 그렇게 무한도전은 달력특집을 통해서 각각의 멤버 모두에게 변화를 요구하면서 바뀌길 기대하고, 나아가 무한도전을 잘 이끌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리분양 특집으로 요구하는 멤버들의 호흡에 대한 변화

달력특집으로 각각의 멤버들에게 변화를 요구했다면, 자리분양 특집으로는 서로간의 멤버들의 호흡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데요. 그동안은 가운데 유재석의 오른쪽과 왼쪽 자리가 소위 역세권으로 취급되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는 바로 박명수와 하하가 차지하고 있었는데요. 그것은 알고보니 유재석이 원하는 자리배치였더군요.

그렇게 그동안 유재석이 원하는 자리배치를 통해서 진행되어 왔던 무한도전이 자리분양을 통해서, 그동안 불리한 자리배치로 자신의 능력을 잘 살리지 못했던 멤버나 기존과 다른 자리배치를 통해 새로운 조합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유재석에게도 해당이 되는데요. 이제까지 유재석이 가운데를 차지하면서 소위 역세권을 형성해 왔지만, 자리분양을 통해 그 누구라도 가운데를 차지하며 기존과 다른 판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런 자리분양의 결과에 대해서는 효과가 있다 없다를 가지고 논란이 되겠지만 말이죠.

하지만 유재석이 어디에 자리하든 MC인 그에게로 카메라는 많이 잡힐 수밖에 없고, 또 다시 유재석의 좌우가 역세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유재석의 좌우로 누가 자리잡느냐가 중요해지는데요. 유재석 역시 기존에 자신이 선호하던 박명수와 하하 이외에도 다른 멤버들과의 호흡도 한번 생각해보아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진정 방법과 조합은 그것 밖에 없는 것인지, 자신이 선호하는 멤버들로 좌우를 채우지 말고 각각 멤버의 능력을 어떻게 하면 더 잘 살려줄 수 있을지를 고민해봐야 하는 것이죠. 방법이 한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고,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며 기존의 원칙처럼 굳어진 것을 고수할 필요도 없으니까요.

암튼 그렇게 예고편에서 각각의 멤버가 원하는 자리배치를 피규어로 보여주었는데요. 그런 멤버들이 원하는 자리배치에서 참 재밌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기존 배치를 고수하고 있는 유재석과, 자신과 유재석 빼고는 다 필요 없다는 박명수를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멤버들이 자신의 옆에 정형돈을 배치했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렇게 다른 멤버들이 자신의 옆에 있기를 바라는 정형돈 본인은, 다른 멤버들이 모두 유재석을 가운데 배치했던 것과는 달리 유재석을 오른쪽 끝으로 배치를 했는데요. 그것이 어떤 의미일지는 다음 주 방송을 봐야 알겠지만, 상당히 기존 틀을 깨어버리는 파격적인 배치임은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무한도전은 자리분양 특집을 통해서 새로운 자리배치를 예고하고, 그에 따라 기존과는 다른 조합으로 멤버간의 호흡에 대한 변화도 생길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과연 유재석의 좌우 역세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얼마나 치열할 지, 그런 역세권을 깨어버리는 정형돈은 혁명가일지 몽상가일지 다음 주가 상당히 기대가 됩니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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