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오는 7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들이 함께하는 영수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전과 마찬가지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청와대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역제안함으로써 이번 회담에도 불참할 구실을 찾고 있다.

이를 두고 언론들은 반쪽회담이 되는 것 아니냐는 투로 보도하고 있다. 우선, 자유한국당이 빠진 여야회담을 과연 ‘반쪽회담’이라고 할 문제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이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 7월과 9월의 영수회담을 거부한 바 있다. 그뿐 아니라 번번이 국회보이콧을 했다가 여론에 떠밀려 국회로 돌아가는 모습이었다.

입만 열면 내각제(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주장하지만, 국회의 기능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라면 그들이 빠진 회담은 반쪽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혹을 뗀 것이라고 보는 편이 온당할 것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확대 당직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청와대 영수회담은 국가안보에 대단히 중요한 시기에 열린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닫혀 있던 남북대화에 빠른 진전을 보였다. 그것은 곧 북미 간의 대화와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효율적일 수 없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이런 의제에 소위 제1야당이 시답잖은 이유를 빌미 삼아 불참한다는 것은 자유한국당의 유일무이한 무기인 안보마저도 포기하는 행위라고 볼 수밖에는 없다.

사실상 청와대 회담에 참석할 마음이 없다는 말과 다르지 않은 홍준표 대표의 역제안도 바로 그 점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홍준표 대표의 역제안은 세 가지로 “안보 문제에 국한해 실질적 논의가 보장되고, 원내교섭단체만 참석한다면 수용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다. 앞의 두 가지는 형식에 불과하고, 홍 대표의 노림수는 마지막 세 번째인 교섭단체만의 회담 요구에 있다는 것을 헤아리기는 어렵지 않다.

다시 말해서 청와대가 수용할 수 없는 제안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5당 참석을 전제로 회담을 추진한 청와대가 소수당을 차별하자는 홍준표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일 리는 없다. 결국은 불참하겠다는 말을 돌려서 한 것에 불과하며, 동시에 공동교섭단체를 추진하고 있는 민평당과 정의당에게 흠집을 남기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현재 지난 10여 년간 차단되었던 한반도 평화의 길을 모색하는 매우 중요한 시점에 놓여있다. 지난 1일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 출연했던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10.4 공동선언>을 언급하며 “10.4 선언이 그대로 이행될 수 있는 국내정치적 조건만 갖춰졌더라면 한반도 전쟁의 공식 종료, 다시 말해서 휴전상태 종료,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프로세스가 시작될 뻔했는데 정권이 교체되면서 정상회담을 다 뒤집어버리는 바람에 (좌절됐다)”라고 하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왼쪽은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 Ⓒ연합뉴스

그것은 곧 우리가 북한과 미국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그때 이루지 못한 한반도 전쟁의 공식 종료도 기대할 수 있다는 말로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통일로 가기 위해서, 혹은 통일이 아니더라도 평화는 반드시 관철되어야 한다. 정세현 전 장관은 그 기회가 이번에 올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개인의 생각이라 한계가 있을 수 있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한반도의 평화가 주는 행복을 잠시나마 만끽할 수 있었다. 그것을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영구적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몇 번을 좌절한다고 해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처럼 중대한 시기에 제1야당의 대표가 여야 영수회담을 거부하겠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항상 안보를 부르짖지만, 자유한국당에게 안보는 정치공세를 위한 수단밖에 되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다. 한편 김영철 방남에는 같은 입장이었던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홍 대표를 향해 “독고다이는 국가 안보의 적이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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