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가 표절의 늪에 빠졌다. 20일 팬까페에 올린 글을 통해서 표절을 직접 인정했다. 이에 해당되는 것들은 이효리 4집에 수록된 ‘그네’, ‘Memory’, ‘Bring it Back’, ‘How Did We Get’, ‘I'm Back’, ‘Feel The Same’ 총 6곡이다. 또 모두 바누스 작곡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비록 타이틀 곡은 아니지만 총 14곡이 수록된 앨범에 7곡을 한 작곡가가 썼다면 의미하는 바가 다르다. 이효리 4집에 바누스의 역할은 대단히 컸다.

이효리의 4집 중 아임백에는 "비슷하게 날 따라해 허락도 없이 내 use my name"라는 가사가 있는데 이것은 결국 남이 아니라 이효리 자신을 두고 한 말이 된 셈이 됐다. 이효리가 직접 프로듀싱했다는 이번 앨범은 생각보다 큰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천안함 사고가 미친 영향이 가장 컸으며, 이효리가 내세운 음악 콘셉트는 대중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또한 타이틀 곡 이전에 먼저 공개한 '그네'부터 이미 표절에 대한 의심을 받기 시작했고, 앨범 전곡이 발표되자마자 표절의혹이 곧바로 제기되었다.

결국 이효리의 명성에 걸맞지 않는 초라한 모습으로 4집 활동을 마감하고는 표절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표절인정과 함께 이효리 측은 작곡가 바누스를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반드시 해야 할 당연한 절차이다. 아직 바누스의 공식 입장 표명은 없지만 이 사건이 상호 간의 진실게임으로 치닫게 된다면 어차피 주장이 엇갈리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핵심되는 팩트는 표절에 대한 이효리의 사전인지 여부일 것이다.

그러나 바누스와의 진실공방 과정을 통해서 이효리가 피해자인 것처럼 몰고 가서는 안 될 것이며, 실제로 아무런 법적 조치를 하지 않는 언론플레이용 제스처가 되서도 안 될 것이다. 작곡가에게 전적으로 속았다면 분명 억울하고 분노할 일이기는 하지만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라 법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효리 측의 주장처럼 전적으로 작곡가의 속임수였다고 해도 이효리가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식당에서 상한 식재료를 속아서 구매했다고 해서 식당 손님들에 대한 책임소재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대중에게 이효리의 노래는 바누스의 것이 아니라 이효리의 것이다. 즉, 이효리와 바누스의 관계는 이효리가 범한 실수나 잘못과는 별도로 다루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대중의 시선은 모두 이효리에게 몰린 상황에서 바누스에 대한 강경대응 운운의 말을 할 입장은 아니다. 그런 태도가 자칫 책임전가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 사람은 두려움 때문에 거짓말을 하고, 폭력도 휘두르게 된다. 표절사태를 풀어가야 할 이효리가 넘어야 할 산은 두려움일 것이다. 그 두려움에 지지 않는 강한 이효리일 것이라 기대한다.

한편 이번 표절문제로 인해서 이효리의 가수생명을 논하는 것은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천하의 비틀즈도 표절의 오명을 썼지만 그것 때문에 팝 역사에서 그들의 이름을 지운 것은 아니다. 실수와 잘못에 대해서 그에 합당한 책임과 반성은 요구할 수 있겠지만 필요 이상 확대시키는 것은 표절하면 어때라는 철부지들과 다를 것 없는 태도이다.

이효리의 표절인정을 마치 대단한 양심선언인 양 찬양하는 태도도 위험하지만 기요틴에 올려야 할 죄로 과장하는 것 역시도 금물이다. 이번 일로 인해 이효리가 대중의 과잉분노의 표적이 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또한 이효리와 달리 배후 교섭을 통해 표절의혹을 벗었거나 아직도 침묵하고 있는 가수나 작곡가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부끄러움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대중에게 불법다운로드를 하지 말라고 하기 전에 스스로 남의 곡을 훔치는 일이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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