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달력모델 도전이 2주째를 맞았다. 이번 주에는 분명 지난 촬영보다 준비도 좀 더 했고, 결과물도 나아졌다. 특히 4월의 달력 주제인 터프가이 테마는 무한도전 멤버들의 대한민국 평균이하의 콘셉트를 잠시 벗어던진 시도였다. 터프 혹은 카리스마를 전달해야 하는 컷에 웃기고자 평소의 표정을 지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사진의 퀄리티가 높아진 만큼 재미는 분명 훨씬 더 줄었다.

터프가이로 변신하고자 애쓰는 멤버들의 진지한 모습에서 웃음과는 다른 흥미를 느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재미의 문제보다는 4월 사진 심사결과는 너무 일찍 탈락자가 나오는 것을 인의적으로 조정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 촬영 분위기만 본다면 정준하나 하하가 꼴찌를 할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의외로 결과물 한두 컷만 보이는 심사에서는 전혀 다른 반전이 벌어졌다.

길과 하하에 대한 평가가 가장 좋지 않았다. 반면 천재 포토그래퍼라고 소개된 사진작가는 정준하의 클로즈업 컷 하나를 대단히 만족스러워 하고 칭찬했다. 그리고 그것은 사진을 조금 볼 줄 아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수작이라고 할 수 있다. 터프가이란 뒷골목 어깨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강한 카리스마의 전달에 있고, 우리가 기억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사내들의 눈빛에는 항상 우수가 빠지지 않는다.

정준하의 표정은 거칠지는 않지만 카리스마는 단연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래전 기억인제 배우 이범수는 카리스마를 자신의 존재감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힘이라고 해석했다. 의미있는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통념적인 의미의 터프함으로 보자면 정준하는 실격이겠지만 3월 4월의 사진 콘셉트가 지난주에 비해 보다 전문적인 표현을 추구한 점을 감안한다면 정준하의 사진은 1등까지는 몰라도 최소한 꼴찌 할 사진은 아니었다.

그 심사에 직접 사진작업을 한 작가가 포함되어 있기에 그런 결과는 당연하게 볼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4번 모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는 길에 대한 평가나 정준하의 사진을 침이 마르게 칭찬한 사진작가는 모두 거짓말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주에도 말했듯이 사진을 평가하는 것은 객관식이 아니라 주관식이다. 네 명의 심사위원 중 2명이 격하게 공감하는 사진이 꼴찌를 한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또한 무한도전이 얼마 전 리얼만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인터뷰를 내기도 한 만큼 사진 심사가 리얼이다 아니다를 굳이 따지기도 어렵게 됐다. 그러나 심사평을 말하는 과정에서 정준하를 띄워놓고는 결과에 가서 꼴찌로 주저앉힌 것은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오해를 살 요소를 스스로 남겼다. 다소 헛갈리는 심사였지만 노홍철의 사진만은 누가 봐도 1위를 줄 수 있는 멋진 수확이었다. 노찌롱은 모델이 더 어울리는 직업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다고 해도 결과물은 천재 포토크래퍼의 참가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화보로 써도 손색이 없는 사진이 많았으니 괜찮은 일이다. 한편 3월 촬영 콘셉트는 명작 따라하기였다. 클림트와 뭉크를 참 잘 따라한 유재석과 박명수 그리고 슈퍼모델 송경아와 함께 한 하하의 사진이 인상적이었다. 정준하와 함께 한 모델은 손을 잡기조차 꺼려하는 좀 민망하고 실망스러웠던 모습이었던 것에 반해 송경아는 하하를 정말 우아하고 아름다운 표정으로 안아줘서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아무리 티비화면으로 잘 표현하다고 해도 갤러리나 지면으로 대하는 사진에는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있다. 단편적으로 봤지만 3,4월 사진들을 전시나 화보를 통해서 일목요연하게 본다면 그 자체로 흥미로운 감상을 줄 것 같은 기대가 크다. 물론 3월 콘셉트를 처음 확인했을 때는 무한도전의 기발한 발상으로 명작 패러디를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어긋난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렇지 않고 충실하게 명작을 모사하고자 했던 겸손한 자세도 좋았다.

특히나 3월의 단체 사진으로 선택한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콘셉트는 짧게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게 했다. 4월 사진 순위 결정에 미심쩍은 부분이 없지 않지만 어찌되었건 간에 무한도전이 두 번째 달력모델 도전에서는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결과를 남겼다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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