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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대북특사 파견한다지만트럼프와 통화해 "비핵화 진의 확인 목적" 설명… 극적 변화 예상 어려워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8.03.02 09:26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면서 대북특사를 조만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설명에 의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의를 확인해 보겠다”고 했고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특사가 다녀와서 어떻게 될지 지켜보자”고 반응했다고 한다.

포인트가 ‘비핵화’에 있다는 점은 미국의 설명에서도 드러난다. 백악관은 현지시간 1일 양 정상의 통화에 대해 “북한과의 어떤 대화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의 분명하고 흔들림 없는 목표로 행해져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언급했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대화의 목표가 ‘비핵화’임을 분명히 하는 과정에 있음을 밝힌 것이다.

이와 함께 보아야 할 소식은 방남일정을 마치고 돌아간 김영철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언급한 ‘북미대화’의 성격이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우리는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여러 차례 밝혔다”고 한 걸로 알려져 있는데, 지난 2월 28일 마크 내퍼 주한미국대사대리가 외교부 담당 기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해 “비핵화라고 하는 명시된 목표가 없는, 북한의 지속적 핵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의 시간벌기 용으로 끝날 대화를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북미간의 입장차가 명확해졌다.

결국 김영철 부위원장의 ‘북미대화’란 핵보유국 지위를 명확히 한 상태에서 핵군축 회담의 성격을 가진 대화를 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이라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이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이 2월 28일 더불어민주당의 비공개 외교통일안보자문회의에서 김영철 등 북한 대표단과의 접촉 결과를 설명한 내용에서도 확인된다. 중앙일보의 1일 보도에 따르면 조명균 장관 등은 이 자리에서 “현재 국면에선 북미 대화가 쉽지 않다”는 전망을 보고했다고 한다.

김영철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대표단이 명시적인 성과를 낼 수 없는 한계를 갖고 있다는 점은 이미 예상됐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통일전선부장이란 직책을 갖고 있긴 하지만 군인 출신으로 이전까지는 장성급 회담 등 군사회담에 주로 등장했다. 언론은 김영철 부위원장이 협상에 있어서 노련하고 능수능란하다는 평가를 전하고 있으나 이는 상부의 방침을 ‘관철’시키는 게 중심이 되는 회담에 국한된 것이다.

비핵화와 북미대화를 포괄하는 정도의 스케일이 큰 협상에서는 담당자가 협상의 현장에서 창의적 대안을 도출해내고 이를 상부에 다시 설득하는 정치적 부담을 짊어질 줄 알아야 한다. 추측에 불과한 일이지만, 군인의 논리에 익숙한 김영철 부위원장이 이런 역할을 하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따라서 김영철 부위원장은 첫째로 남북정상회담 관련 상황을 진전시킨다, 둘째로 북미대화에 있어서는 비핵화 전제를 거부하고 핵보유국 지위에서 핵군축 협상을 시도한다는 상부의 방침 밖으로 나오지 않는 태도를 유지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비핵화를 고리로 한 북미대화 로드맵까지 밝혔는데도 상황에 진전이 없었던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미국도 북한도 전향적 태도를 보이기 어렵다. 따라서 문재인 정권이 이후 국면을 대북특사 파견을 중심으로 모색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자연스럽다. 결국 북한의 ‘결단’은 최고지도자에 대한 설득으로만 가능하다는 게 김영철 부위원장의 사례를 통해 드러난 것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여정 등의 남북정상회담 제안에 대해 적절한 조건을 갖춰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오히려 북미대화를 위해 남북정상회담에서의 진도(?)를 어느 정도 빼놓아야 하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밤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왼쪽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

대북특사로 누구를 파견할 것인지에 대해선 언론의 추측이 분분하다. 가장 유력한 것으로 평가되는 인사는 서훈 국정원장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다. 이는 굳이 따지자면 김영철 부위원장을 필두로 한 북한 대표단과 격을 맞춘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북특사의 격을 김정은의 친족인 김여정에 맞춘다면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등 좀 더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에 있는 인사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대북특사를 보내 설득에 나선다고 해서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수뇌부가 비핵화를 전제로 한 회담 구상을 받아들일 것인지를 확신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 반대급부가 주어져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한미군사훈련의 일정 조정이나 규모 축소 등이 가능한 현실적 선택지다.

이에 대해선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가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합동 군사훈련(독수리연습)은 지휘소 연습(키리졸브 훈련)과 다르기 때문에 조정할 여지가 있다”고 발언한 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일 중앙일보 보도를 보면 독수리 훈련의 기간을 지난해 두 달에서 올해 한 달 안팎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한미 양국이 검토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정도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여전히 회의적이다. 앞의 보도에서 중앙일보는 핵추진 항공모함이 한미군사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한반도에 전개될 것이라는 정부 당국자의 발언 역시 전했다. 한미군사훈련에 미국의 핵심 전략자산인 핵 항모가 참가하는 것에 대해선 북한은 물론 중국도 늘 반발해온 바 있다.

이 정도 수준에서 북한이 핵 미사일 도발 중단 등의 태도 변화를 보이려면 그만큼의 절박한 조건이 조성돼야 한다. 뉴욕타임스에 의하면 미국은 최근 하와이에서 북한과의 전쟁 상황을 상정한 도상훈련을 비밀리에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훈련에서 중동과 아프리카에 배치된 정찰기들이 한반도에 배치되고 특수부대가 북한 핵 시설 등을 확보하는 시나리오가 구체적으로 검토됐다는 것이다.

훈련의 결론에는 전쟁 첫날 미군 사상자가 1만명에 이르고 민간인 사상자는 수천명에서 수십만명에 이를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한다. 미국이 군사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위험성은 날로 수준을 높여가고 있지만 이 정도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그럴 수 있을 것인지는 여전히 확언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이런 군사적 압박을 통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낼 조건 형성을 할 수 있는지 확실히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대북특사 파견에도 불구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동아시아 정세의 극적 변화를 점치기는 아직은 어려운 실정이다. 오히려 중국과 러시아가 꾸준히 군비증강에 나서고 있고 일본 역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찾고 있다는 점은 동아시아 전체의 군사적 위협이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은 단지 남북미 사이의 조율이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의 세력균형 변화 속에서 적극적인 외교적 개입을 모색해야 하는 문제가 된 셈이다. 상황은 복잡해져만 가고 해법을 찾는 일은 쉽지 않은 국면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정권과 각 정치세력은 물론 언론도 상황을 길게 보고 일희일비하지 않는 냉철한 태도가 요구된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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