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이 오는 6월 27일로 다가오면서 유료방송 업계가 이해관계 계산에 한창이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미디어스는 안정상 민주당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만나 현안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안 수석전문위원은 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에 대해 단순히 폐지·연장의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안정상 수석전문위원. ⓒ미디어스

Q.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6월 일몰을 앞두고 있다. 폐지와 연장을 두고 KT와 반KT로 나뉘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논쟁이 발생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A. 이 상황을 이해하려면 먼저 유료방송 합산규제의 연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합산규제는 유료방송 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으로부터 기인했다. 2006년 7월 국무총리실에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가 만들어졌는데,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우수한 정보통신 네트워크를 활용해 프랑스처럼 IPTV를 도입해 활성화 시켜보자는 데 의견 일치를 이루었다. 2008년 1월 IPTV법이 통과되고 그 해에 IPTV가 공식출범하면서, 유료방송 시장은 기존의 케이블방송과 IPTV, 위성스카이라이프가 존재하게 됐다.

2002년 3월1일 방송을 시작한 스카이라이프는 2010년 4월 KT그룹사로 편입되면서 케이티 49.99%, 템플턴자산운용 10.05%, 한국방송공사 6.77%로 주식을 나눠서 가지고 있고, 이후 스카이라이프는 2011년 3월 ‘주식회사 KT스카이라이프’로 사명을 바꿨다. KT가 IPTV와 스카이라이프까지 2개의 유료방송을 가지게 됐다. 이게 유료방송 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이다.

통신사업자들이 유료방송을 활용한 방식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통신사업자들은 결합판매의 형태로 유료방송을 활용해 자신들의 가입자를 늘리는 데 집중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초고속인터넷, 집전화, 휴대폰, IPTV 또는 위성방송을 방송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통신사업자들의 결합상품에 가입하게 된다.

그런데 KT의 경우에는 IPTV인 올레TV, 위성스카이라이프까지 묶어서 통신상품과 같이 결합을 해 가입자를 모집하거나, 올레TV 스카이라이프(KT OTS 결합 상품)를 출시하고 접시처럼 생긴 위성 방송 수신용 안테나를 설치할 필요 없이 위성 방송 신호를 수신한 뒤 IP(Internet Protocol)로 바꿔 각 가정에 보내는 DCS(Dish Convergence Solution)를 도입하기 때문에 다른 통신사들보다 가입자 유치에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된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KT쪽으로 가입자가 쏠려, 기울어진 운동장을 고착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케이블TV방송측에서는 국내 유일하게 IPTV와 위성방송을 겸영하는 KT가 전국권역에 시장점유율 제한을 받지 않는 위성방송을 통해 유료방송시장 대다수를 점유할 소지가 크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SKT와 LG유플러스는 KT와 경쟁에서 위성방송이라는 하나의 축이 없기 때문에 경쟁이 되질 않는다고 비판한다. 그러다보니 이들 사업자입장에서는 방송가입자 수를 늘리려고 해도 한계가 있게 되고, 결과적으로 불균등한 입장에서 경쟁을 하게 되는 현실적인 문제가 야기되면서 국회를 중심으로 합산규제에 대한 논의가 촉발하게된 시발점이 됐다.

Q. IPTV의 등장으로 케이블방송 시장이 무너졌다는 지적도 있는데

A. 그렇다. 단순히 SKT나 LG유플러스만 중요한 게 아니다. 기존 케이블TV방송은 이동통신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는 근본적 한계에다 결합상품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통신상품이 없기 때문에 IPTV라는 유료방송과 결합한 통신사업자와 경쟁이 되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스카이라이프까지 보유한 KT에게 더 많은 가입자를 빼앗기는 그런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결국 케이블TV방송 가입자가 점점 감소하게 된 것이라고 불평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케이블TV방송이 IPTV와 콘텐츠의 차별성이 있느냐는 관점에서 보면 특별한 차이가 없다. 그러다보니 소비자는 당연히 싼 쪽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고, IPTV 가입자가 늘어나고 통신사업자 쪽, 그 중에서도 KT로 가입자가 쏠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실제로 결합상품에 의하지 않고 순수하게 IPTV에 가입한 이용자는 별로 없다고 봐도 될 것이다.

말하자면 불균등한 시장을 어떻게 하면 균형적이고 경쟁적인 시장으로 맞출 것인가 하는 고민 끝에 합산규제가 나왔다. 2015년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시행할 당시 국회에서 민주당에서는 전병헌 전 의원이 IPTV법 개정안을 냈고, 새누리당에서는 홍문종 의원이 방송법 개정안을 내고 여야합의로 통과됐다. 그래서 유료방송 시장 전체를 합산해서 1/3 이상 점유할 수 없도록 하는 합산규제가 탄생하게 되었다.

Q. 유료방송 합산규제 시행 이후 시장 변화는

A. 시장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보자는 얘기는 꾸준히 있었다. 사실 그 1차 실험이 SKT와 CJ헬로비전의 M&A 추진이었다. 그런데 잘 알려졌다시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지역 지배권이 확산된다는 이유로 무산시켰다.

그러다보니 시장 구조의 변화, 불균형 해소 등에서 어떤 변화도 없었다. 결국 3년 전이나 지금이나 유료방송 시장의 상황은 같다. 유료방송 합산규제 시행 당시 KT의 유료방송 점유율이 29%대였는데, 작년 기준으로 KT의 점유율은 30.4~5%로 올랐다. 오히려 점유율이 늘어난 거다.

결과적으로 일몰제 부분은 시장상황 변화가 없다는 전제가 달리면서 같은 논의가 반복되고 있다. KT는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기 위해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고, 반대쪽에서는 시장상황의 변화가 없기 때문에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Q. 앞서 내용을 종합해보면,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폐지되면 KT가 독점적 사업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아닌가

A. 합산규제가 폐지되면 KT는 IPTV, 스카이라이프 결합상품을 동원해서 시장점유율을 높일 개연성이 크다. 올레TV는 IPTV시장 안에서 결합상품을 통해 가입자 33%를 유지해야 하지만, 스카이라이프는 단일 사업자임으로 점유율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아 결합상품 판매에 편승하여 가입자를 마음껏 확대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KT가 유료방송시장에서 4~50% 이상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고 보는 것이 비KT진영의 사업자들의 입장인 것이다. 한마디로 KT가 자칫 유료방송 시장을 장악하는 현상이 나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Q. 최근 경제지를 중심으로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일몰될 거라든지, 규제 비율을 40%까지 올려줄 거란 보도가 나온다. 과학기술정통부 연구반 보고서를 근거로 나오는 보도다

A. 결정된 건 아무 것도 없다. 이 부분은 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하고 마무리해야할 부분이기 때문에 국회가 주도권을 갖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과기정통부 보고서도 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의 찬반 의견을 정리하는 정도이고, 정부입장에서 어떤 대안을 직접적으로 제시한 것은 없다. 이 문제 자체가 단순히 일몰로 끝낸다, 연장한다 이런 식으로 정부가 주도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Q. 민주당은 유료방송 합산규제에 어떤 입장을 갖고 있나

A. 아직까지 완전히 결정된 건 없다. 의원마다 각자의 의견이 있기 때문에, 3월에 그런 부분에 대해 전문가 간담회도 열고, 시장 상황 분석, 유료방송 활성화 방안 마련, 콘텐츠 산업 활성화 등을 다각적 검토를 통해 의견을 공유할 거다. 이 검토과정에서 단순히 합산규제를 계속할 것인가, 끝낼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논의에서부터 만약 연장한다면 몇 년을 연장할 것인지, 현재의 가입자 3분의1 비율을 늘려줄 것인지,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등 여러 측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볼 예정이다.

다시 말해서 이 부분은 단칼에 일몰을 끝낸다, 아니다로 정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정말 객관적이고 시장 중립적으로 봐야 한다. 여야의 문제도 아니다. 여야 의원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과방위 법안소위 구성 문제나 6월 지방선거 때문에 심의가 되겠냐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여야 의원들을 만나보면 국회에서 독립적으로 이 문제를 논의하고 법 개정을 했던 책임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처리해야 하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더구나 신경민 의원 대표발의로 합산규제 일몰 폐지에 관한 법안이 제출되어 있기 때문에 이 건은 늦어도 4월 임시국회에서는 반드시 처리해야 할 부분이다. 국회에서 논의해서 국회에서 답을 냈던 사안이기 때문에, 국회가 주도적으로 심의를 하게 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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