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신문들이 여전히 '변양균-신정아 사건'의 본질인 '권력형 비리'보다 신정아씨와 변양균씨의 '연애생활'에 집중하고 있다. 18일자 신문들은 17일 있었던 '변양균-신정아 사건' 4차 공판을 <변양균씨 "신씨와 운동삼아 남산서 데이트"> <"아름다운 인연도 있는데…꽃뱀처럼 몰아"> 등의 제목으로 전하고 있다. 전형적인 가십성 기사다.

오늘자 신문에서 가장 충실하게 그들의 '연애생활'을 전한 신문은 바로 중앙일보.

▲ 12월18일자 중앙일보 11면.
중앙은 11면 <"꽃뱀 비하말라…아름다운 인연도 있다">에서 "변 전 실장이 신씨에게 선물한 귀금속은 반 클리프 앤드 아펠의 제품"이라며 "반지 한 개 가격이 최고 억대에 이르기도 하는 이 브랜드의 목걸이와 반지(1010만원), 꽃잎 두송이 반지(910만원), 다이아몬드 반지(1248만원), 명품시계(891만원)을 포함해 시가 4700만원 상당의 제품을 6회에 걸쳐 신씨에게 선물했다"고 자세히 보도했다.

이 기사의 압권(?)은 단연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신정아씨에게 선물한 것과 같은 종류의 반지 사진이다. 중앙은 변 전실장이 법정에서 한 진술을 토대로 신씨가 받았다는 반지와 같은 종류를 '추적' 보도했다. 910만원에 이른다는 꽃잎 두 송이 반지다.

문제의 본질보다 지엽적인 것에 집착하는 저널리즘을 보여준 것이다. 다른 신문들도 이와 다르지 않다. 중앙일보의 기사보다 정도가 덜했을 뿐이다.

동아일보도 중앙과 거의 비슷한 <"아름다운 인연도 있는데…꽃뱀처럼 몰아">를 제목으로 뽑았고 경향신문은 <변양균씨 "신씨와 운동삼아 남산서 데이트">를 제목으로 올렸다.

신문들은 "변 전 실장은 신씨와 하루 6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았고(동아일보)", "운동삼아 남산에서 신씨를 만나 산책했으며"(국민·경향·한겨레·한국)", "변씨가 경제적 부담 때문에 선물 사주기를 부담스러워하자 신씨가 자신의 상품권을 보태거나 원하는 선물을 직접 고른 뒤 알려주기도 했다"(조선·서울·한국)는 내용을 중점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변 전 실장이 신씨의 동국대 교수 채용 대가로 홍기삼 전 동국대 총장에게 학교재정 지원을 약속하거나, 신씨의 광주비엔날레 예술총감독 선임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한 적이 있는지 등에 대한 답변은 기사의 일부에 짧게 언급되고 있을 뿐이다.

'변양균-신정아 사건'의 본질은 지도급 인사가 자신의 사적 목적을 위해 직권을 남용하고 국가 예산을 오용했다는 것이다. '권력 남용 비리'에 집중해야 할 언론은 오늘도 변씨와 신씨의 '사생활 들추기'에 몰두하고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