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수도 있습니다. 아니, 본래 질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고 각오하고 있던 일전이였죠. 4대 1이라는 경기 스코어는 확실히 충격적이지만 불운과 상대방의 기량이 겹친 결과였고, 막상 경기 내용은 실망스럽지 않았기에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패배였습니다. 좌절하거나 실망하기에는 우리에겐 아직 한 번의 기회가 더 남아 있고, 한국의 국가대표 선수들은 그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한 번의 결과를 가지고 특정 선수를 비난하거나 감독의 전술을 질책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결과는 중요한 것이지만 아직 손가락질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머나먼 남아공에서 분투를 하고 있는 국가대표팀의 열정과는 상관없이 여전히 개선되지도, 나아질 가능성이 보이지도 않는 짜증거리가 있습니다. 구제불능 같은 SBS의 중계 방식과 그 역량 때문이죠. 월드컵이 시작한지도 어느새 일주일이 넘어가고, 각 조의 경기들이 한 번의 순배를 넘겼건만, 이들의 중계 능력은 도무지 나아질 생각을 하질 않습니다. 애초부터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을지도 모르지만 말이죠. 아르헨티나 전의 패배는 이런 안타까운 장면을 중계하는 이들의 몰상식함과 무능함 때문에 짜증만 더욱 배가시켰어요.
하지만 SBS에서의 차범근 해설위원은 너무 할일이 많습니다. 깊이 있는 접근을 하기엔 미숙한 파트너가 빠뜨리고 있는 상황 설명부터 장황하게 늘어놔야 하고, 그런 와중에 경기의 흐름은 시시각각 변하기 마련이죠. 그러니 시간이 흘러갈수록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그저 누구나 할 수 있는 특징 없는 해설만이 전부에요. 이럴 양이면 차라리 미숙하기 짝이 없긴 하지만 가끔씩 골키퍼로서의 시각을 말해주는 김병지의 해설이 더 얻을 것이 많습니다. SBS가 신경 써야 했던 부분은 선수출신의 해설위원을 영입하는 것이 아니라 초빙한 그들의 능력을 배가시켜 줄 수 있는 파트너의 단련과 조합 찾기였어요.
광고는 또 어떻구요. 같은 내용의, 틈만 나면 쏟아져 나오는 광고들의 반복에 느긋한 경기 분석도, 깊이 있는 접근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나마 이전 경기의 감흥과 감상을 정리할 틈도 없이 끝도 없는 광고에 이어 또 다음 경기가 이어지고 말이죠. 높은 중계권료를 메우기 위해 광고 수익이 급한 것은 알겠지만 이런 배려 없음을 독점의 힘으로 무마하기엔 시청자들의 축적된 불만이 너무나 높습니다. 이러다간 축구 중계가 광고 사이에 들어가는 막간극이 되어 버리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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