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절반이 지켜본 경기가 된 어제의 월드컵,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
광고도 광고겠지만, 홀로 하는 중계의 힘은 서서히 크게 발휘되는 듯 합니다. -아마 16강에 진출하면 어제의 순간 최고 시청률이었다는 74%도 평균이 될 듯?-

51%의 압도적 시청률을 기록한 SBS의 2010남아공 월드컵 중계방송, 우리 대표팀 경기, 이 시간에 MBC와 KBS는 뉴스를 하고 있었죠.
2개사의 메인 뉴스는 둘을 합쳐도 10%가 못됩니다. (MBC뉴스는 2.7%, KBS뉴스는 5.6%였다는...)
전후반 사이, 하프타임의 짧은 틈을 통해 조금이나마 시청률을 올렸지만, 전체적으로 낮은 시청률을 극복하기란 처음부터 무리였습니다.
-참고로 모든 수치는 TNmS의 시청률 조사결과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그나마, 그 사이의 짧은 틈에 나오는 뉴스들은 주로 "월드컵" 거리응원과 전반 분석이 주를 이뤄야 했습니다.

내내 화면 상단에는 스코어를 넣어둔 가운데 전국의 응원열기를 보도한 뉴스,
급기야는 축구해설위원과 아나운서가 출연, 전반전 경기의 주요 상황들을 자세한 수치와 그림으로 분석하기에 이릅니다.
-보통, 중계방송의 가운데 나오는 전반정리의 코너를 뉴스에서 대신하고 있단 말이죠.-

뭐, SBS의 그것이 상대적으로 많이 팔린 광고 덕에 좀 짧았고, 그래서 뉴스 사이의 분석이 더 설득력 있었다는 평도 있었지만.. 정말 마음이 아팠다는.
어찌됐던, MBC와 KBS의 월드컵 동시간대의 뉴스는 참담하고, 또 애처롭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어쩔 수 없었다는 거.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90분의 승부가 모두 끝나고, 아쉬운 패배에 잠시 채널을 돌리던 이들에게 KBS는 마치 중계방송을 마치고 하는 경기 분석을 또 다시 하고 있었다는 거.
-평소였다면, 수목드라마가 방송됐을 시간, 하지만 <제빵왕 김탁구>는 평소보다 한참 늦은 밤 10시 40분이 넘어서야 방송됐습니다.-

긴급하게 KBS 2TV에 편성된 <월드컵 특집> 프로그램은 바로 "대한민국 16강을 향해"!
역시나 해설위원과 캐스터의 경기 분석으로 이루어진 이 프로그램은 경기 뒤에 많은 이들의 시선을 붙잡았습니다.
KBS 2TV의 이날 첫 두자릿수 시청률인 10.6%를 기록, 이어진 드라마, "김탁구"에게 26.4%란 높은 시청률을 선물했습니다.
-이 기록은 동일시간 최고 및 자체 일일 최고 시청률 기록은 물론, 어제 전체시청률에서도 월드컵 대표팀 경기에 이어 2위라는 우수한(?) 성적표였습니다.-

뉴스 중간의 월드컵 보도들도 그렇고, 특집 편성된 프로그램의 일부도 마찬가지, 모두가 중계화면이 나오는 전광판을 찍어 보여주는 형태였습니다.
그리고 그 중계 화면을 쓰다 보니 상대사인 S본부의 로고를 빼야했고, 그러다보니 그 부분을 제외하고 촬영을 해서 써야 했죠.

이런 식입니다. 화면의 어두운 부분을 제외하고 환한 부분만을 다시 방송 카메라로 찍어 그림으로 써야 했다는 거.
압도적인 시청률 차이와 SBS의 신나는 월드컵을 다양한 보도로 비난도 해보지만.. 그럼에도 국민적 관심사라는 월드컵을 무시할 수도 없는 처지,
선택은 월드컵이지만, 이건 왠지 하다보면 SBS 월드컵 중계에 대한 홍보가 되는 듯한 묘한 기분도 듭니다.

긴급편성을 하면서까지 월드컵을 다루고, 그로 인해 드라마를 살렸지만, 편성을 너무나 급하게 바꾼 터에 비난도 만만치 않았던 어제,
뉴스도 과연 누가 볼까싶은 그런 의문 속에 진행을 하며, 또 그나마 뉴스를 볼 것 같은 시간에는 월드컵을 다루는 속쓰림이 가득했을 아르헨티나전,

이제 일단 남은 건 나이지리아전이죠.
하지만 16강에 이르게 된다면 얼마나 더 애처로운,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될까요?

아무래도, 동계올림픽보다 더하게, KBS와 MBC의 월드컵은 잔인하게 흐르는 거 같습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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