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27일 오전 9시 30분 경 경기 구리의 한 아파트에서 주 모 씨가 숨져있는 것을 동생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주 씨의 머리 뒷부분에서 구타 흔적, 등에서는 흉기에 찔린 흔적이 발견됐고, 경찰은 현장에서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화분과 흉기를 확보했다.

그런데 언론이 살인이란 강력범죄보다 주 씨의 가족관계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숨진 주 씨가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의 친형으로 알려졌기 때문인데, 이러한 언론보도가 자칫 주 의원을 비롯해 슬픔에 빠진 유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입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 모 씨 살해 사건에 대한 기사 목록. 주광덕 의원의 이름을 검색한 결과. (사진=네이버 캡처)

27일 오후 5시 현재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5위와 6위에 주광덕 의원의 이름이 자리했다. 위에서 밝힌 사건 때문이다. 주 의원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자 언론은 사건 보도가 아닌 어뷰징을 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언론은 기사 제목에 '주광덕 의원 친형'이란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일부 언론의 어뷰징 행태는 더 심각했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이 작성한 기사의 제목은 <'친형 피살 사건 충격'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 누구?>였고,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은 <주광덕 의원 친형 타살? 여론 놀란 진짜 이유는..> 기사에서 "반점은 어디다 뒀냐? 의원 살해인 줄 알았네", "기사 제목점 주광덕이 친형 자택서 죽은 건지 친형이 죽은 건지 헷갈리잖아", "난 또 본인이 죽었다고" 등의 자극적인 네티즌 반응을 전하기에 바빴다.

▲주 모 씨 살해 사건에 대한 동아닷컴 기사. (사진=네이버 캡처)

언론의 이러한 보도행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 배우 송선미 씨의 남편이 살해됐을 때도 언론은 피해자 가족을 보호하기는 커녕, 송 씨의 이름을 거론하며 어뷰징하기에 바빴다. MBC '리얼스토리 눈'은 당시 장례식 현장을 몰래카메라 형식으로 담아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22일 제6차 방통심의위 소위원회 정기회의에서는 제재 수위를 두고 논의가 이어졌고, '리얼스토리 눈' 측은 방송심의규정 제19조 3항에 따라 의견진술을 할 예정이다.

이러한 보도행태에 대해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국회의원에게 변고가 생겼다면 보도 가치가 있겠지만 가족이 피해를 당한 것에 대해 이렇게 보도하는 건 보도윤리에 맞지 않다"면서 "개인의 사생활이 보호돼야 하는데 특정인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보도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살인사건의 경우 보통 피해자, 가해자를 잘 알리지 않는데, 언론이 자극적인 것"이라면서 "국회의원의 이름을 내세우면서 관심을 더 끌려고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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