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언론에 이어 이번엔 여론조사기관을 문제삼고 나섰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다른 여론조사보다 낮게 나온다는 이유 때문인데, 홍 대표가 한국갤럽 비난의 근거로 사용한 수치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홍 대표가 자신의 정무활동부터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연합뉴스)

한국갤럽 가만 두지 않겠다는 홍준표

26일 홍준표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더 이상 참고 볼 수가 없어 이제 본격적인 대책을 준비하고자 한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문제"라면서 "지난 대선 때 한국갤럽은 자유한국당 후보의 지지율을 여론조사에서 11퍼센트로 발표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투표 결과 24.1%로 거의 두배 반이 더 나오는 결과가 있었다. 이런 엉터리 여론조사를 하게 되면 선진국에서는 바로 문을 닫는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표는 "그런데 한국갤럽은 그에 대한 아무런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론조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지금도 똑같은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면서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몇 달 동안 10퍼센트 초반인 반면에 민주당은 48퍼센트라는 거다. 지난 대선 때도 우리 여의도연구소의 자체조사보다 두배반이나 축소 발표를 하더니만 지금도 똑같은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홍준표 대표는 "그래서 우리는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발표는 그대로 참고하지 않고 그 수치를 최소한 두배 반 이상을 곱해서 참고한다. 그리고 우리 여의도연구소에서 외부기관에 조사 의뢰하는 한국 15대 여론조사 기관에서 한국갤럽은 제외했다"면서 "대통령 국정지지도도 대선 때 지지도인 40%가 넘지 않는 것으로 나는 판단한다"면서 "그런데 한국갤럽은 68%라고 발표한다. 맞지도 않는 터무니 없는 여론조사를 발표해 본들 국민들이 믿지 않는데 한국갤럽은 계속 그런 체감지수와는 전혀 딴 판인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표는 "왜 그런 조사가 계속되고 있는지 짐작은 가지만 이런 류의 행태는 더 이상 좌시할 수가 없다"면서 "4년 전 경남지사 경선 때 경남의 모 여론조사 기관에서 샘플링 조작으로 여론조사를 왜곡 발표한 것을 적발해 그 여론조사 기관의 대표는 형사처벌 시키고 사실상 그 여론조사기관은 문을 닫게 한 일이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홍 대표는 "밴드왜건 효과를 노리고 여론조작이나 일삼는 여론조사는 나치 괴벨스 정권에서나 하는 혹세무민 정책"이라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런 류의 여론조사에 대해서는 앞으로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9일 발표된 한국갤럽 대선후보 예상 득표율 여론조사 결과. (사진=한국갤럽 리포트)

5·9대선 한국갤럽 조사 보니…홍준표 주장, 사실관계 틀려

그런데 홍준표 대표의 주장의 근거로 제시된 수치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홍 대표는 지난 대선 여론조사에서 한국갤럽이 자신의 지지율을 11%라고 발표했다고 주장했는데, 지난해 5월 9일 한국갤럽이 최종적으로 발표한 홍 대표의 대선후보 예상 득표율은 22.3%였다.

특히 5·9대선의 경우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와 문 후보를 반대하는 진영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져, 문 후보를 상대할 후보군에 대한 기대감에 따라 후보자들의 지지율이 오르내리는 경향이 있었다. 문 후보의 대안으로 떠올랐던 안희정 충남지사의 지지율이 한 때 20%를 상회했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4월 한 때 가상양자대결에서 문 후보와 박빙 승부를 펼칠 수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받아보기도 했다.

4월 이후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나친 우클릭과 토론회 완패 등으로 스스로 지지율을 깎아 먹었고, 이탈자들이 홍준표 대표의 지지율로 흡수되는 경향을 보였다. 즉 지난 대선에서 홍 대표가 막판 지지율을 끌어모았다는 얘기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갤럽 조사 결과에도 잘 나타나 있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진행된 한국갤럽의 3차례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홍준표 대표의 지지율은 4월 25~27일 조사에서 12%, 5월 1~2일 조사에서 16%, 마지막 5월 7~8일 조사에서 17%로 오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갤럽은 이를 바탕으로 투표율 76%를 가정하고, 유보층을 배분해 홍준표 대표가 22.3%의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봤다.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2.2%p였고, 실제 홍 대표의 지지율이 24.1%였기 때문에 정확한 조사를 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홍 대표의 11% 주장이 터무니 없는 이유다.

또한 홍준표 대표는 한국갤럽 조사에 대해 "왜 그런 조사가 계속되고 있는지 짐작은 가지만 이런 류의 행태는 이제 더 이상 좌시할 수가 없다"면서 4년 전 경남지사 경선 때 모 여론조사 기관이 샘플링 조작으로 여론조사를 왜곡 발표한 것으로 적발했다고 강변했다. 마치 한국갤럽이 샘플링 조작이라도 한 것으로 보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한국갤럽은 유권자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RDD(Random Digit Dialing)방식 기반으로 휴대전화 번호를 기본 표본추츨틀로 하고 있다. 홍준표 대표가 의심하는 샘플링 조작이 있을 수 없는 구조란 얘기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2010년 지방선거 이후 휴대전화 RDD 방식을 도입해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2012년부터 매주 정기적으로 지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 같은 방법으로 조사하는 건 한국갤럽 뿐"이라면서 "대통령 직무평가도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나 지금이나 동일한 방법과 동일한 질문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와 류여해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지지한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

그렇다면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왜 유독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낮게 조사되는 것일까. 실제로 최근 정치조사를 가장 활발하게 하고 있는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조사에서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거의 2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유는 조사 방식에 있다.

리얼미터가 100% ARS조사를 택하고 있는 반면 한국갤럽은 조사원이 직접 묻고 응답을 받는 인터뷰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서 침묵의 나선이론이 발동한다. 즉 2016년 겨울부터 본격적으로 촉발된 '촛불민심'이 아직까지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고,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이 쉽게 인터뷰 형태의 조사에서 자유한국당을 지지한다는 말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얘기다.

▲한국갤럽 조사방법 안내. (사진=한국갤럽 리포트)

이러한 상황을 풀어내는 역할을 다른 누구도 아닌 자유한국당 스스로 해야 할 일이다. 그 중에서도 당 대표인 홍준표 대표가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이 당당하게 정치적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그러나 홍 대표가 각종 막말 논란에 휩싸이고, 류여해 전 최고위원과 기싸움을 벌이고, 언론과 전쟁을 선포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면서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이 더욱 움츠러드는 결과를 스스로 낳았다는 지적이다.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여론조사 기법 중 현재 정치 상황에서는 한국갤럽이 채택하고 있는 전화면접이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불리할 수 있다"면서 "반면 리얼미터의 경우 ARS가 90%니까 주변 눈치 보지 않고 응답자가 답할 수 있는 기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홍준표 대표가 여러 논란에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침묵의 나선이 발동해 자유한국당 지지자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라면서 "조사기법의 차이를 갖고 그런 식으로 한국갤럽을 공격하는 것을 보니 어안이 벙벙하다"고 황당함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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