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방남에 자유한국당이 거리투쟁에 나섰다. 자유한국당은 거리투쟁에서 색깔론을 펼쳐나가는 데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이러한 행보는 결국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북한을 이용해 표심을 모으는 선거 전략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24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자유한국당 김영철방한저지특별위원회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태 원내대표, 홍준표 대표, 김무성 의원.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은 24일부터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남 루트로 예상되는 경기 파주 통일대교 남단을 점거했다. 자유한국당은 김무성 의원을 필두로 김영철 방한저지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거리투쟁을 주도했고, 김성태 원내대표, 장제원 의원 등이 거리투쟁에 참여해 밤샘 농성을 벌였다. 결국 김영철 부위원장은 자유한국당이 점거한 통일대교를 우회해 방남했다.

이에 홍준표 대표는 "김영철이 개구멍을 통해 숙소인 워커힐 호텔로 간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이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우리가 보여줬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은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남 일정 동안 지속적으로 반대 집회를 열고 거리투쟁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자유한국당의 거리투쟁은 결국 오는 6월 열릴 지방선거를 의식한 '여론몰이'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그리고 자유한국당의 색깔론 띄우기는 어느 정도 효과를 볼 것이란 전망도 함께 제기된다. 지방선거에 앞서 많은 대북이슈가 산적해있기 때문이다.

먼저 다음 달 중순 페럴림픽이 종료되면 한국도 북한에 방북특사를 보낼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 자리에서 방북 특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국회 원내대표 회동에서 이미 "시기와 조건이 되면 대북특사를 보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페럴림픽 종료를 기점으로 방북특사를 보낼 가능성이 점쳐진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평창올림픽을 개최했던 강원도를 중심으로 북한과 스포츠 교류도 계속될 예정이다. 지난 20일 장웅 북한 IOC 위원이 "마식령 스키장을 활용한 아시안게임 공동개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고, 25일 최문순 강원지사가 "2021년 동계아시안게임 남북 공동개최를 위해 통일부 등과 협의하겠다"고 밝히면서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또한 최문순 지사는 4월 평양에서 열리는 만경대상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할 예정인데, 이 역시 김여정 제1부부장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최 지사를 공식 초청하면서 성사된 것이다. 일부 언론은 이 행사에 방북특사가 동행하게 될 지 벌써부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미연합훈련 일정도 변수다. 한미는 올림픽 기간에 중단했던 연합 군사훈련 일정을 3월 중순 패럴림픽 종료 후 다시 잡기로 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미국이 남조선 괴뢰들과 합동군사엽습을 재개하기만 하면 우리 1000만 군민은 그에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면서 "만일 미국이 조선반도 정세 완화를 바라고 그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합동군사연습 계획을 걷어치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고강도 대북제재도 또 하나의 대북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지난 23일 선박 28척, 운송업체 27개, 대만 국적자 1명에 대해 사상 최대 규모의 대북제재를 독자적으로 단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보수주의정치행동회의(CPAC) 연설에서 "미국은 북한에 대한 사상 최대 제재를 단행하고,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압박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앞)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연합뉴스)

이처럼 산적한 대북이슈는 지방선거를 앞둔 자유한국당이 색깔론의 소재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남에 자유한국당이 거리로 나선 것이 단순한 북한에 대한 적대감의 차원이 아니란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 전초전에서 북한을 이용해 과거의 이념대결 프레임으로 선거구도를 끌고 가고 있단 얘기다.

실제로 자유한국당의 이러한 전략이 효과를 볼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3월 페럴림픽 이후 방북특사, 한미연합훈련 등 일련의 대북이슈가 6월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면서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엄 소장은 "아직 우리나라는 냉전의 잔재가 남아있어 50대 중반 이상은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서 "50대 이상에서 직접적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엄경영 소장은 "자유한국당이 TK지역에서 올라서는 분위기고, PK, 충청, 강원, 제주 이런 곳에서는 상대적으로 무당층이 많고, 무당층의 상당수가 60대"라면서 "대북 이슈가 전면으로 등장하면 자칫 과거 선거처럼 지역대결, 세대대결, 이념대결로 회귀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엄경영 소장은 이런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결국 지방선거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1대1 구도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엄 소장은 "이런 식이라면 자유한국당이 굳이 바른미래당과 단일화를 하나마나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면서 "안철수 전 대표 출마가 유력한 서울과 원희룡 지사가 있는 제주를 제외하고는 1대1 구도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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