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 차기 사장후보자 3인이 시민평가자문단 앞에서 정책발표회를 가졌다. 이들은 KBS 이사회가 차기 사장 평가기준으로 제시한 △KBS에 대한 철학과 비전 △KBS 정상화 △KBS 미래전략 △시청자 권익 확대 등에 대해 자신만의 방안을 내놓았다.

24일 정오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KBS 차기 사장 후보자 3인의 정책발표회가 열렸다. KBS 사장 후보 선출 과정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양승동 KBS PD, 이상요 세명대 교수, 이정옥 전 KBS 글로벌전략센터장 등 후보자 3인은 160여명 규모의 시민자문단 앞에서 KBS 이사회가 앞서 제시한 평가기준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시했다. KBS 이사회는 이날 정책발표회를 KBS 홈페이지 등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했다. KBS 이사회가 제시한 기준은 △공영방송에 대한 철학과 비전 △KBS 정상화 △KBS 미래전략 △시청자 권익 확대 등에 대한 방안이다.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 공개홀에서 열린 KBS 사장 후보 정책발표회에 이상요(왼쪽 부터), 이정옥, 양승동 후보가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양승동 후보 "KBS를 시민의 품으로!"

양승동 후보자는 'KBS를 시민의 품으로'라는 슬로건을 통해 자신의 포부와 평가기준에 대한 구체적 방안들을 제시했다. 양 후보자는 KBS에 대한 철학을 밝히는 자리에서 "촛불혁명으로 KBS가 시민의 품으로 갈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며 "공영방송 KBS의 주인은 시민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KBS를 시민의 품으로 돌리기 위해 지난 10년동안 저희는 무수히 외쳤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오늘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시민여러분 저에게, KBS 구성원들에게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양 후보자는 2008년 정연주 당시 KBS 사장의 해임 사태 당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의 공동대표를 지낸 바 있다. 총파업에서 승리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새노조)는 새 사장의 조건으로 '지난 10년간 언론장악에 맞서 함께 싸워온 인사'를 꼽은 바 있다.

양승동 후보자는'KBS를 시민의 품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KBS에 대한 철학과 평가기준에 대한 구체적 방안들을 제시했다.(KBS, 'KBS사장 시민의 손으로 뽑습니다'캡처)

이 같은 철학을 구현하기 위해 양승동 후보자는 △진실한 저널리즘 △공정한 적폐청산 △창의적 미래전략 △시민의 KBS 라는 큰 틀 아래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양 후보자는 먼저 "진실의 플랫폼을 만들겠다. 신뢰도 1위의 저널리즘을 만들겠다"며 사장이 되면 정치·자본 권력으로부터의 독립부터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양 후보자는 취재기자의 전문성을 높이고, 기계적 중립이 아닌 진실을 탐사하겠다며 △팩트체크·미디어비평 프로그램 강화 △편성위원회 정상화 △보도·시사부문 책임자 임면동의제 등의 안을 내놨다.

적폐청산과 관련해서는 노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KBS 정상화위원회'(가칭)을 설치해 방송공정성 위반, 제작자율성 탄압 사례 등 적폐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양 후보자는 인적청산 뿐만 아니라 제도적 적폐 역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양 후보자는 "예를 들어 법인카드 사용을 투명하게 하겠다고 약속드린다. 사장을 포함한 임원들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공개하겠다"면서 "비정규직·외주제작 시스템 등 불합리한 차별에 대해 전면적인 대안을 만들어 상생의 미디어 생태계를 만드는데 KBS가 중심역할을 하겠다"고 제안했다.

구성원들의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도록 조직을 개선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양승동 후보자는 수직적 조직라인을 수평적 구조로 전환하고 보직자 수를 줄여 결제라인을 단순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또한 양 후보자는 "지역국도 창의의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며 본사와 지역국, 지역국과 지역주민 간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설정하는 한편 디지털·모바일 융합 시대를 맞아 제작 시스템 자체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모바일 퍼스트'기조를 주창했다.

시청자권익 확대와 관련하여서는 '시청자권익센터'설립과 기존 시정차위원회의 개선, KBS 아카이브 자료 개방 등을 제안했다. 양승동 후보자는 시청자권익센터를 KBS 구성원과 시청자 간 공유지로 만들어 시청자의 요구나 불만에 대해 구성원들의 답변을 의무화 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양 후보자는 "KBS가 보유한 방대한 아카이브 자료를 시민에게 개방하겠다"며 시민들의 콘텐츠 직접제작을 KBS가 지원하고, 이를 KBS 플랫폼을 통해 방송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상요 후보 "2500원 수신료의 가치가 곧 KBS의 철학과 가치"

이상요 후보자는 KBS의 주인은 국민이라며 2500원 수신료의 가치와 철학이 곧 KBS의 철학과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는 "KBS는 여러분께 결코 배당금을 돌려드릴 수는 없다. 그러나 약속드린다. 품격있는 프로그램과 공정한 뉴스를 돌려드리겠다"고 선언했다. 이 후보자는 "똑같이 2500원을 낸다는 의미는 직업, 계층, 세대, 성 이념을 넘어 모든 국민을 존중하고 그들의 삶에 유익한 역할을 하라는 뜻"이라며 "앞으로 평등의 가치를 구현하는 것을 공영성 회복의 첫 걸음으로 삼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의 특성상 광고수익에 의존하는 민영방송과는 다른 방송을 할 수 있다며 구성원들의 제작자율성 보장을 강조했다.

이상요 후보자는 수신료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KBS 정상화 및 미래전략, 시청자 권익확대 방안을 내놨다. 이 후보자는 우선 '신뢰회복'이 시급하다며 적폐청산을 비롯한 KBS 정상화 방안을 내놨다. 이 후보자는 국장임명동의제·편성위원회와 공정방송위원회 내실화 등을 통해 방송의 공정성을 확립하고, 노사공동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해 인적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인적청산과 관련해 "지난 9년간 3년 이상 보직을 맡은 간부들을 보직에서 배제하겠다"고 구체적 안을 내놨다.

이상요 후보자는 2500원 수신료의 가치가 곧 KBS의 가치이자 철학이라고 말했다. ( KBS, 'KBS사장 시민의 손으로 뽑습니다'캡처)

또 이상요 후보자는 최근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사내 성폭행·방송사 갑질문제와 관련해 KBS 인권센터를 설립하고 외주제작사 불공정 관행을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후보자는 성범죄 문제와 연관된 인사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를 도입해 일벌백계하고 비정규직의 점진적 정규직화, 프리렌서 대우 개선을 통해 외주제작사 불공정 관행에 대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KBS 미래전략과 관련해 이상요 후보자는 KBS 평가위원회, KBS정책기획센터 활동 이력을 바탕으로 조직개편·예산조정과 관련한 구체적 안을 제시했다. 이상요 후보자는 "연봉서열식 직급체계를 전면 개선해 현장 중심의 조직으로 바꾸어 나가겠다"면서 젊은 구성원들을 통해 'KBS미래위원회'를 개설해 미래비전을 발굴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전체 예산에서 인건비 예산을 30%로 축소하고 제작비 비율을 50%로 확대하는 이른바 '3050정책'을 펴겠다고 공언했다. 프로그램 개선에 대해서는 토론 프로그램 부활, 24시간 재난방송기능 강화, '한반도평화연구소'신설을 통한 남북문제 조망을 제시했다.

지역방송 활성화 방안과 관련해서는 자원투입의 틀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상요 후보자는 "지역방송이 품질도 낮고 재미도 없는 이유는 그만큼 인력과 예산이 투입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지방정부와 의회를 감시하는 심층탐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강화할 수 있도록 예산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지방분권 정신을 구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요 후보자는 시청자 권익 확대를 위해 '시청자 참여본부'신설과 전국 무료 와이파이망 구축을 내세웠다. '시청자 참여본부'에는 전체 수신료의 5%에 해당하는 예산을 배정하고, 모든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 의견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이 후보자는 "전국 무료 와이파이망을 구축하겠다. KBS가 앞장서 전국에 무료 와이파이망을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장비 노하우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정책발표회에 참석한 시민자문단은 분임 토의를 통해 질문을 선정하고 후보자들과 함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시민자문단은 후보자들이 밝힌 △KBS에 대한 철학과 비전 △KBS 정상화 △KBS 미래전략 △시청자 권익 확대 등의 주제에 대한 방안들에 대해 1점부터 5점까지 점수를 배분하여 후보자를 평가한다.

이번 KBS 사장 선출 과정에서 시민자문단 평가는 40% 반영된다. 시민자문단 평가 결과는 26일 최종면접일까지 공개되지 않는다. KBS이사회는 26일 최종면접을 통해 각 후보자에 대한 평가를 마친 뒤 이사회 평가(60%)와 시민자문단 평가(40%)를 합산해 최종 사장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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