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어장 <라디오스타> 게스트로 걸그룹 F(X)에프엑스 (빅토리아, 크리스탈, 설리, 엠버, 루나)가 초대됐다. 과연 독한 삼촌들(김국진, 김구라, 윤종신, 신정환)을 상대로, 어떻게 대처하고 반응할 지 흥미롭게 지켜본 결과, F(X)에프엑스가 예능을 좀 안다랄까.

일단 라디오스타 4인방의 리드가 좋았다. 에프엑스 멤버들 캐릭터에 따른 맞춤형 질문과 적절한 추임새로, 그녀들의 리액션에 흥을 불어넣었다. 흥이 난 동생들은 적극적인 리액션을 취했다. 토크쇼이면서도, 토크쇼 같지 않은 분위기. 언뜻 보면 미팅에서나 나올 법한 호구조사를 해가며,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어간다. F(X)와 라디오스타가 윈윈이었던 방송.

특히 유재석, 윤종신이 팬임을 자처할 정도로, 최강의 눈웃음과 풋풋한 매력을 보유한 설리는, 이날도 주목을 받았다. 아직 예능끼는 부족하나, 설리의 매력 '순수함'을 소스로 던지면, MC나 다른 게스트가 '리액션'으로 웃음 안타를 생산하는 예능패턴엔 적합한 캐릭터다. 설리의 발냄새보단, 진흙 묻은 공으로 슈퍼주니어 김희철의 옷을 더럽혔다는 자부심에서 느껴지는 순수함.

한편 <세바퀴>에 출연해 성의 없는 방송태도로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았던 크리스탈은,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을 뿐 아니라, 예능감도 준수함을 알 수 있었다. 라스 삼촌들을 상대로 여유가 넘쳤다. 그런 그녀가 <세바퀴>에서 빚은 물의로 인해, 비호감으로 전락할 위기를 맞았다니, 같은 예능 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아이돌의 비호감, 소속사와 제작진 탓!

예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재능'이 아니다. 즐길 수 있는 자세와 여유다. 본인이 즐거워야 남을 즐겁게 할 수 있다. 희생이든 배려든, 본인의 마음이 열려 있어야, 다른 사람이 치고 들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대신 '억지'나 '척'이 들어가면, 자연스러움은 사라진다.

크리스탈이 <세바퀴>에서 욕을 먹었던 것은, 열심히 참여하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그러나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을 강요하면 곤란하다. 왜 '열심히' 참여하지 않고 '딴짓'을 했는지 봐줄 필요도 있다. 본인이 즐겁지 않은데, 억지로 즐거운 척, 열심히 하는 척이 정답은 아니기 때문이다. 크리스탈에겐 <라디오스타>는 즐거웠고, <세바퀴>는 그렇지 못했다. 즉, 본인과 궁합이 안 맞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부터가 실수였다.

유재석이 <일요일은좋다> 새 코너에 투입된다. 여기에 이휘재가 걸그룹 멤버들을 데리고 또 다른 버라이어티를 준비중이다. 당연히 <패밀리가떴다2>는 폐지될 전망이다. '패떴2'는 패밀리를 버린 '아이돌이떴다'에 가까웠다. 치밀한 사전계획도 없었고, '패떴'의 컨셉을 살리지도 못해 우왕좌왕했다. 결국 인기 아이돌에 편승해 시청률을 노린 게 다였다. 프로그램도 실패했고, 출연했던 아이돌도 이미지소모에 호감도만 추락한 꼴이다.

반면 <우리결혼했어요>와 <청춘불패>에 출연한 아이돌은 대부분 승승장구중이다. 적어도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공통점을 찾으라면, 아이돌이 예능감을 충분히 발휘할 분위기가 잡혀있다는 점. 프로그램 컨셉이 좋다기보단, 뭘 하든 즐길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 그것이 솔직한 표현을 끌어내고, 시청자의 공감을 산다.

모든 것엔 궁합이 있다. 그 궁합을 찾는 것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과 출연에 응하는 소속사의 임무다. 제작진은 아이돌을 데려다가 어떤 효과를 낼 것인지 철저히 준비해야한다. 소속사는 해당 아이돌의 성향과 프로그램 컨셉을 고려한 출연결정을 내려야 맞다.

현재 제작진의 생각 없는 섭외, 소속사의 안이한 투입이, 출연한 아이돌을 비호감으로 만들고, 이미지는 이미지대로 소모한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인기'만 있으면 해결된다는 원초적인 계산법이, 결국 '인기'의 수명을 잡아먹는 부메랑으로 나타나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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