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 3일 전까지 이명박 대세론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난 일요일 공개된, 이른바 ‘이명박 동영상’은 선거 막판 많은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이명박 동영상’에 대해 본인이 직접 해명하는 것이다.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이나 박형준, 나경원 대변인이 나설 일이 아니라 후보 본인이 직접 국민 앞에 나서서 해명할 것이 있으면 해명을 하고, 용서를 빌 일이 있으면 용서를 빌라는 이야기다. 이명박 후보는 동영상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요즘 제가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인터넷 금융회사를 창립을 했습니다. 해서 금년 1월달에 BBK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을 하고 이제 그 투자자문회사가 필요한 업무를 위해서 사이버 증권회사를 설립을 하기로 생각을 해서 지금 정부에다 제출을 해서 이제 며칠 전에 예비허가가 나왔습니다. 근데 그 예비허가 나오는 걸 보니까 한 6개월 걸려서 이렇게 나왔습니다." (중략) 저는 설립 첫해부터 회사가 수익을 내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선업이나 중공업에서는 이런 것들이 불가능하지만, 증권업에서는 가능합니다. 지난달, 그러니까 9월말까지 28.8%의 수익을 냈습니다."

▲ 한겨레 12월17일자 1면.
이명박 후보 쪽에서는 그동안 이 후보가 지난 2000년 "BBK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했다"라고 밝힌 언론사 인터뷰에 대해 줄곧 ‘오보’라고 대응해왔다. 그런데 당시 인터뷰와 내용이 똑같은 동영상이 공개된 것이다. 동영상이 위조된 것이 아닌 이상, 이 후보 쪽에서는 할 말이 없게 됐다. 물론 이는 지난 12월5일 BBK가 이명박 후보의 회사가 아니라는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를 정면으로 뒤집는 발언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에서는 우선 홍준표 당 클린정치위원장이 나섰다.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내용이 있지만 그 당시 김경준을 추켜주는 과정에서 그런 말을 한 것으로,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동영상에는 BBK 설립 주체가 나오지 않고, BBK 설립 일시도 틀리다."(이상 12월16일 기자간담회)

우선, BBK 설립 일시가 틀린 것은 이명박 후보에게 따져 물어야 한다. 이명박 후보 본인이 동영상에서 직접 그렇게 말한 것인데 누구더러 이를 설명하란 말인가.

그리고 김경준을 추켜주는 과정에서 그런 말을 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동영상에서는 이명박 후보 자신이 BBK를 설립해서 첫해부터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고 홍보하고 있는데, 그렇게 하면 김경준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인가. 김경준의 위상과 이 후보가 BBK를 설립한 사실 사이에는 어떠한 인과관계가 있나.

그밖에도 한나라당에서는 ‘이명박 동영상’과 관련해 이런저런 해명을 내놓았다. 하나같이 논리적 정합성이 매우 떨어지는 것들이다. 이를테면 12월17일 나경원 대변인의 논평이 대표적이다.

나 대변인은 12월17일 이명박 동영상과 관련, "동영상에는 ‘BBK를 설립했다’고만 언급돼 있지 ‘내가’ 설립하였다고 돼 있지 않다"며 "이것을 ‘내가 설립했다’라고 광고하는 것은 명백히 허위의 사실"이라고 말했다.

나 대변인께 말씀드리고 싶다. 앞서 인용한 ‘이명박 동영상’ 내용 가운데 ‘해서~’로 시작하는 문장의 주어는 ‘제가’ 혹은 ‘저는’으로 보는 것이 맞다. 다시 말해서 이명박 후보는 BBK의 설립 주체로 분명히 자신을 가리킨 것이다. 주어와 주체가 분명한 문장에서 주어가 없다고 우기는 것은, 영구가 "영구없~다"라고 하는 것과 같다.

이명박 후보는 ‘이명박 동영상’에 대해 본인이 직접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 대리인들을 통해 이런 식의 철지난 ‘허무 개그’를 늘어놓는 것은 올바른 해법이 아니다. 본인이 말한 내용이 담긴 동영상에 대해서는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을 것 아닌가. 밑도 끝도 없이 ‘공작정치’니 ‘일부 부정확한 표현’이니 하는 식의 무책임한 답변은, 대선 하루를 앞두고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이 기대하는 대답이 아니다. 그보다는 당시 왜 BBK를 자신이 설립했다고 했는지, 그같은 발언이 나오게 된 구체적 경위와 본래의 취지를 설명해야 한다. 그것이 책임있는 정치인의 모습이다.

최성진은 현재 한겨레21 정치팀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한때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방송작가 생활을 경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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