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북한이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대표단을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파견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를 수용하자 야당과 천안함 사건 유족들은 김영철이 천안함 폭침 사건의 배후라며 김영철의 방남을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당시 정부발표에도 김영철을 천안함 폭침의 배후로 공식발표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23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민관합동조사단이었지만 정부발표인데, 김영철을 천안함 폭침의 배후라든가 주역으로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이 없다"면서 "대남공작, 군사공작까지 했기 때문에 혐의는 둘 수 있지만 확증이 없어 당시 발표를 못했는데 (야당은)추정을 해서 '사살을 해야 된다'는 등의 얘기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세현 전 장관은 "지난 2014년 10월 15일 박근혜 정부 시절 판문점에서 남북군사회담을 했을 때 김영철이 북측 수석대표로 나왔다"면서 "그때는 되고 지금은 안 되는 법이 어디 있나. 내로남불이다"라고 지적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사진=연합뉴스)

앞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2일 긴급의원총회에서 김영철 부위원장 방한에 대해 "김영철은 대남정찰총국 책임자로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목함지뢰 도발을 주도한 자"라며 "김영철이 한국 땅을 밟는다면 긴급 체포를 하거나 사살시켜야 할 대상"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오늘 청와대를 긴급방문해 김 부위원장 방남 철회를 요구하고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도 23일 최고위원회에서 "우리 해군 46명을 살해한 전범을 만나서 대화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청와대에 김 부위원장 방한 허용 방침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한이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 전 장관은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 때 통전부장 김영근이 내려온 적이 있었다. 5년 만에 오는 셈인데 동전부장이 온다는 것은 (의미가)크다"며 "회담의 최종정책결정권자라고 볼 수 있는 사람이 직접 왔다는 것은 의미가 상당하고 앞으로 남북관계를 잘 해보자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세현 전 장관은 김영철 부위원장이 불발된 미국접촉을 위해 한국에 미국과의 연결을 요청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전 장관은 "지난 번 김여정 특사를 내려 보냈는데 펜스 부통령과의 회담이 불발됐다. (김 부위원장이) 한국정부가 미국을 설득해 미북접촉, 잘 좀 연결시켜 달라는 부탁을 할 것 같다"며 "고위급 회담, 군사회담 등 각종 회담을 앞으로 폭넓게 벌려나가자는 얘기를 하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 역시 평창올림픽 폐막식의 미국 정부 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오늘 방한한다. 북한 대표단과 한국 체류 일정이 겹치는데, 현재로써 미북접촉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정세현 전 장관은 "이방카보다는 앨리슨 후커라는 한반도 담당관 수행원이 있다는 것에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했다. 후커 국가안보회의 한반도 보좌관은 2014년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장이 케네스 배 등 억류자 석방을 위해 방북해 김영철 당시 정찰총국장과 협상할 당시 배석한 인물이다. 때문에 후커 보좌관과 김 부위원장의 접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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