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무적함대 스페인이 수비위주의 축구를 펼치는 스위스에 첫 경기를 내줬다는 것은 충격이었습니다. 클럽 축구 최고의 팀들에서 경기를 하는 명실상부 최강의 멤버로 중무장한 스페인은 예선 무패의 기록으로 이번에야말로 우승을 노려볼만한 전력으로 평가되었기 때문이지요.

공은 둥글고 누구에게나 기회는 있다

객관적으로 큰 차이가 나는 팀들이 앞선 팀을 이기는 방법은 명확합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보여준 팀들의 전략만 봐도 해법은 선 수비 후 역습이라는 고전적인 방식이 승리 가능성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스페인과 스위스 전에서도 잘 보여주었습니다.

스페인에 비해 월등히 앞서는 체격 조건은 전통적으로 능숙한 수비 축구에 잘 어울렸습니다. 철저한 압박 수비로 남미 팀 못지않은 기교 축구를 보이는 스페인 스타플레이어들의 현란한 발재간들을 막아내며 공격 기회를 철저하게 막아냈습니다.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내는 역할을 해주던 이니에스타와 실바는 협력과 압박이라는 전형적인 수비 형태에 막힌 채 그럴듯한 공격 찬스 한 번 만들어내지 못한 채 끌려가기만 했습니다. 전반전은 스위스의 전원 수비라는 말이 맞을 정도로 철저하게 이뤄진 지역 방어는 스페인의 날카로운 공격을 무디게 만들었습니다.

원톱으로 나선 비야가 공격 찬스를 만들기도 힘들 정도로 전반은 완벽한 스위스 수비의 승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요. 그런 스위스 전략이 승리의 해법으로 다가온 것은 후반 7분 만에 만들어진 스위스의 역습은 페르난드스의 행운과 집념이 함께 한 선제골로 만들어졌습니다.

선제골은 완벽한 골이라기보다는 기회를 찾아 나선 스위스의 노력과 운이 만들어준 결과였습니다. 공격 수비 골키퍼들이 엉키며 생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마무리한 스위스의 결실이기는 했지만 스페인에게 운이 있었다면 실점이 안 될 수도 있었던 골이었지요.

선제골을 당한 후 스페인의 공격은 급해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비야와 함께 최강의 스트라이커로 평가 받는 토레스와 한국과의 평가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렸던 날렵한 윙어 나바스를 투입한 스페인은 전반보다는 활발한 공격과 다양한 찬스들을 만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승리의 여신이 스페인이 아닌 스위스에게 미소를 지었다는 것은 흘러나온 볼을 정확하게 슈팅한 라모스의 골이 골포스트 상단을 맞고 튕겨 나오는 장면에서 명확하게 보여 졌습니다. 1mm만 낮게 날아갔어도 스페인과 스위스의 승패는 알 수 없었으니 말이지요.

실바 대신 들어간 나바스가 오른쪽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며 다양한 공격 찬스를 만들고 직접 슈팅을 통해 아슬아슬한 골 찬스까지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그들에게는 그 정도뿐이었습니다.

지고 있는 상황에서 완벽한 조율을 통한 공격을 펼치지 못하고, 서둘러야 하는 스페인으로서는 2% 모자란 공격을 펼치며 오히려 스위스 공격수의 현란한 역습으로 추가골을 넣어줄 위기까지 맞이했습니다. 부상 이후 완벽한 몸으로 돌아오지 못한 토레스는 여러 번 찬스를 만들어내기는 했지만 무거운 몸은 완벽한 찬스를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전반부터 후반 종료 시점까지 흔들림 없는 수비 조직력을 보여준 스위스는 역대 전적 15승 3무라는 절대적인 약세를 이겨내고 가장 중요한 월드컵 본선에서 귀중한 첫 승을 따내게 되었습니다. 우승 후보에 맞서 최대 이변을 일으킨 스위스의 승리의 해법은 '완벽한 수비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역습'이었습니다.

이는 브라질에 맞서 대등한 경기를 보여준 북한의 밀집 수비와도 비슷했지요. 브라질과 스페인은 우리가 오늘 맞서야 하는 아르헨티나와 유사한 점이 많은 팀들입니다. 그만큼 이 팀들의 경기를 분석하면 대한민국의 승리 해법들을 볼 수 있는 셈이지요.

극단적인 차이를 보였던 북한과 브라질이 밀집 수비를 했음에도 승리를 쟁취하지는 못했지만 충분한 가능성을 보였고, 상대전적에서 열세를 보였지만 우리와 비슷한 실력 차를 보이는 스위스는 멋진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앞선 아르헨티나를 잡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후반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밀집과 압박 수비로 상대편에게 골 찬스를 만들어주지 않는 것입니다. 여기에 조금의 행운만 따라준다면 대한민국은 우승후보인 아르헨티나를 잡고 2010 남아공 올림픽에서 최고의 이변을 일으킨 팀이 될 것입니다.

객관적인 실력이나 과거의 승패를 봐도 결코 져서는 안 되는 스페인은 스위스에게 첫 패배를 월드컵 첫 경기에서 당했습니다. 둥근 공으로 경기를 하는 축구에서는 그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음을 스페인과 스위스 전은 잘 보여주었습니다.

펠레가 지목한 우승팀인 '브라질, 아르헨티나, 스페인'의 행보가 과연 저주일지 축복일지는 오늘 저녁 펼쳐질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 전에서 드러날 것입니다. 강인한 정신과 완벽한 수비조직이 우승후보를 무너트리는 해법임이 자명한 상황에서 전반 얼마나 효과적인 수비로 아르헨티나를 묶느냐가 승패의 관건이 되겠지요.

북한은 가능성을 보이고 스위스는 승리를 거두었듯, 대한민국도 실리 축구를 통해 거함 아르헨티나를 침몰시켜 전 국민이 환호할 수 있는 행복한 날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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