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지난 10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비밀회동이 예정됐다가 약속 2시간 전 북한 측이 돌연 취소하면서 불발됐다고 미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이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펜스 부통령의 행동에 대해) 북한이 모욕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그게 평양에 보고됐고 그런 결정이 났다”는 생각을 밝혔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뒷줄 오른쪽)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뒷줄 왼쪽),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앞)이 지난 9일 오후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을 지켜보고 있다(연합뉴스)

정세현 전 장관은 평창올림픽 개막식 전 대통령 주최 리셉션이 갈등의 시작점이라고 분석했다. 정 전 장관은 “개막식 전 펜스 부통령은 천안함기념관을 다녀왔다.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를 한국까지 데려와서 개막식에까지 함께 왔다”고 말했다. 그는 “리셉션장에선 펜스 부통령이 늦게 들어와서 5분 만에 나가기도 했다”며 “김영남 상임위원장하고 눈도 안 마주쳤다는 것은 이미 언론에 다 나왔다”고 설명했다.

당시 리셉션장에 있었던 정 전 장관은 “김영남 위원장하고는 안면이 있으므로 가서 아는 척을 했다. 얼굴이 벌게져 있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정 전 장관은 “테이블에 펜스는 없었다. 굉장한 모욕감을 느꼈던 것 같다”며 “평양에 보고했을 것이고, 북쪽 대표단에 취소 결정이 통보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펜스 부통령의 행동에 대해선 “그는 트럼프 대통령 못지않은 강경파다. 지지층에게 ‘강하게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그랬을 것”이라고 전했다. 열흘이나 지난 21일 이 사실이 밝혀진 이유에 대해 펜스 부통령의 정치적 입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 전 장관은 “부통령의 행보에 대해서 미국 내에서 여론이 안 좋았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며 “면피용 여론몰이를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북미 관계에 대해선 “양쪽에서 기 싸움을 하고 있다. 미국이 강경한 태도를 누그러뜨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의 양보가 있어야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서 전향적인 얘기를 할 수 있다”며 “한국도 미국의 양보를 토대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뜻을 전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보수언론은 워신텅포스트지의 관련 보도를 들어 북한과의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북한은 어렵게 마련된 기회를 걷어찬 꼴이 됐다"며 "북한과의 대화가 가능한 것인지 되묻게 하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미국의 강경한 북핵 입장을 전달해)북한이 '핵 있는 평화'라는 헛된 꿈을 버리도록 하는 것"이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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