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이자 월드컵 역사상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본선에 출전했으며, 최다 우승인 다섯 번이나 피파컵을 들어 올렸던 명실상부 절대지존 브라질의 압승은 당연했습니다. 과연 몇 골 차이로 브라질이 북한을 농락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컸던 이 경기는 역시 공은 둥글다는 속설을 증명해준 짜릿한 한 판이었습니다.

미리 보는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 전

북한과 브라질전은 17일 목요일 진행될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을 미리 볼 수 있는 좋은 경기였습니다. 비슷한 스타일을 가진 팀의 대결을 통해 아르헨티나를 이길 수 있는 해법을 알아볼 수 있었던 중요한 경기였지요. 결과적으로 북한의 화려하고 세련된 브라질의 공격을 전반에는 잘 막아냈지만 후반 들어 빠른 속도로 공격에 치중한 브라질에 2-0으로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세계 최강의 오른쪽 수비수라는 마이콘의 능력은 명불허전이었습니다. 뒤에서 달려 나오며 받은 패스를 각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역회전으로 차 넣은 골은 세상의 어떤 골키퍼도 막아낼 수 없는 완벽한 골이었습니다. 골키퍼와 골대 사이의 아주 좁은 사이를 밖으로 나가려는 상황에서 역회전을 걸어 넣은 골은 지금까지 펼쳐진 월드컵 득점 중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요.

골을 넣은 브라질은 본격적으로 자신의 페이스대로 경기를 풀어갔고 수비 위주로 지키는 경기를 하던 북한은 만회하기 위해 공격을 강화했지만 오히려 엘라누에게 추가골을 당합니다. 호비뉴가 환상적으로 밀어준 공을 자연스럽게 넣은 그의 골은 브라질의 조직력과 기술이 만들어낸 자연스럽고 우아한 골이었습니다.

패색이 완연한 북한은 자신들이 구축한 수비라인을 마지막까지 흐트러트리지 않은 채 전반보다 강한 공격을 시작했지요. 원톱으로 나선 정대세가 여러 번 공격 기회를 잡기도 했지만 튼튼한 브라질 골문을 열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러나 지속적인 공격 루트를 찾아가던 북한은 세계 1위 브라질을 상대로 만회골을 넣었습니다.

가장 나이 많은 지윤남은 브라질 수비수 3명을 뚫고 골키퍼까지 속이며 멋진 골을 넣었습니다. 43분에 터진 골로 역전을 바라보거나 동점을 바라보기에는 힘겹기는 했지만 마지막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끌고 나갔던 북한은 패배했지만 다음 경기에 희망을 걸 수 있는 만회골을 넣었습니다.

전반은 브라질을 꽁꽁 묶은 북한의 승리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파상 공세에 나서며 북한의 두터운 수비벽을 뚫으려는 브라질의 노력은 번번이 북한의 밀집 수비에 막히며 무위에 그쳤고, 오히려 원톱 정대세에게 위험한 상황을 노출하기도 했습니다.

쓰리백이지만 브라질이 공격해 오면 다섯 명의 수비와 원톱 정대세을 제외하고 모두 수비 위치까지 내려와 브라질 공격수들을 감싸는 협력수비는 현란한 브라질의 개인기를 묶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브라질 공격수가 볼을 잡으면 세 명의 수비수들이 둘러싸 패스를 막아내며 공격 가능성을 차단하는 그들의 수비는 무척이나 효과적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밀집수비를 통한 협력 방법이 마지막까지 통하면 좋겠지만 체력적인 한계가 드러나는 후반에 탄탄했던 밀집 수비가 틈을 보이기 시작하며 창의적인 브라질의 공격에 뚫릴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공격수가 아닌 마이콘과 엘라누에게 당한 골은 아르헨티나나 영국, 스페인이라 해도 막아낼 수 없는 완벽한 골이었습니다.

브라질의 원톱인 파비아누를 완벽하게 제압하고 카카와 호비뉴를 효과적으로 막은 북한의 수비는 아르헨티나 전을 앞둔 대한민국에 많은 힌트를 주었습니다. 밀집수비와 협력 수비를 통해 골문을 단단히 한 축구는 현란한 기교를 부리는 아르헨티나에게 지지 않는 경기를 할 수 있는 해법임을 북한은 브라질 전을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비록 북한이 세계 최강 브라질에게 패배를 하기는 했지만 44년 만에 월드컵 무대를 밟은 북한은 모두를 놀라게 하는 열정으로 105:1이 아닌 11:11임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열악함을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만들어낸 그들의 패배는 세상을 놀라게 한 대단한 패배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브라질 전과의 경기를 통해 북한이 결코 만만한 팀이 아님이 드러났습니다. 포르투갈과 코트디브아르의 완벽하지 못한 경기력은 죽음의 조라는 G조를 더욱 혼란에 빠트릴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북한과 포르투갈의 대결은 G조의 백미가 될 것으로 보여 집니다.

북한 국가가 울리는 상황에서 정대세는 굵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남북이 갈라진 상황에서 제일교포 3세가 선택한 조국 북한을 위해 뛰어야 하는 그는 지난 남한과의 아시아 예선전에서도 눈물을 흘렸었습니다. 조국의 통일을 바라던 그는 먼 남아공에서 세계 최강과 경기를 앞두고 남자가 흘릴 수 있는 가장 멋진 눈물을 보이며 많은 이들을 뭉클하게 만들었습니다.

비록 세계 최강의 벽을 넘어서지는 못했지만 한민족으로서 그들이 보여준 패기는 대단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북한이 못다 이룬 승리를 대한민국이 철저히 준비해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를 이기는 기적으로 만들어낸다면 정대세의 눈물은 밝은 웃음으로 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갈라진 조국을 가진 이들의 아픔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정대세의 눈물과 '다윗과 골리앗' 보다도 못한 열세를 보였음에도 그들이 보여준 당당한 대결은 축구가 보여준 감동이었습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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